도착하지 않은 삶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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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게 죽기를 바라던 내가.

소박하게 사는 법을 배운다

 

 

떠나기만 하고 도착하지 않은 삶.

여기에서 저기로,

이 남자에서 저 여자로 옮기며

나도 모르게 빠져나간 젊음.

후회할 시간도 모자라네

 

 

문장부호를 붙이는 즐거움은

내게서 빼앗지 못하리.

 

 

그래.

접을 수 있을 때

실컷 접어라.

펼칠 수 있을 때

실컷 펼쳐라, 네 꿈을

 

 

누구와 자느냐고,

그들은 내게 감히 묻지 않았다

 

 

가지 말라는

길을 갔다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사람들을 만나고

 

해선 안 될

일들만 했다

 

그리고 기계가 멈추었다

 

 

길을 잃어본 자만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어차피 사람들의 평판이란

날씨에 따라 오르내리는 눈금 같은 것.

날씨가 화창하면 아무도 온도계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치명적인 시간들을 괄호 안에 숨기는 재미에

부끄러움을 감추려, 詩를 저지른다

 

 

시인의 시를 통해서 낯선 단어에서 새로움을 찾고, 익숙한 단어에서 나를 찾는다. 문장에서 삶을 들여다보고, 상대를 보고 나를 본다. 머물지 않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며 사람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모습, 여행은 그러한 즐거움을 주고, 지난 시간드을 떠오르게 한다. 흔적 없는 삶이란 없다. 그 흔적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 추억을 다시 불러오며 아픔을 치유하고 털어내고 간다. 시가 그 역할을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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