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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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다른 세상과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여행길에서 만난 낯선 사람은 낯설지 않다. 익숙함을 벗어나서 새로움을 만나려 한다. 그런데 사람이 낯설지 않다. 그곳에서 낯선 사람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잘못 생각한다. 또 하나는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려 하기 때문이다. 뭔가 하나 더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하나 더를 빼려고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해서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고,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그런 사연들이 더 풍성해지는 것 같다. 작은 길 고양이 한 마리에서도 사연을 차아보고, 손님 하나 없는 작은 카페에서 앉아 주인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건 여행객이 가질 수 있는 하나의 특권이기도 하다. 내가 아무리 그곳 사람처럼 있으려 해도 그들은 나를 더 잘 알아보기 때문이다. 그렇게들 여행을 가는 목적들이 다 다르지만 얻으려 해서 가는 길에서는 아무것도 가지고 올 수 없지만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담아오는 가방안에는 그리움과 다시 가고 싶은 마음 더 가득하다.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시집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던 그녀, 어디론가 사라진 듯 했지만 그녀는 그녀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을 다녔다. 이 책 속에서 그녀는 그림을 보고, 사람을 만나고, 그리고 에너지를 안고 돌아왔다. 시인으로서 가장 행복했던 그 순간도 누렸다. 공부를 위한 그림이 아니라 화가의 생애를 이해하고 그림을 바라볼 때 더 깊은 감동을 누릴 수 있다. 얼마짜리 그림이 아니라 얼마나 큰 고통과 기쁨이 담겨있는 가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한 때이다.  

여기저기에 썼던 글들을 모으고, 그녀의 생각을 새로 담아 이 책을 엮었다고 한다. 목적이 있는 길에서는 뻔하다. 편하기는 하지만 지루하다. 제목이 주는 힘이 그래서 강한 듯 하다. 내가 떠날 여행은 어떤 여행이 되어야 하는가를 오늘 이 시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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