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있는 인생 - 취미가 없는 인생은 죽은 인생이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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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루야마의 겐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진 책이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했던 다른 전작과 달리(물론 이 번 책이 여러 소재들을 묶어 낸 책이고 번역본이라서 일본에서의 출간 시기와는 다르다) 여러 인생의 놀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각자의 맛을 뽐낸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나 <산 자에게>와 같은 그의 전작들은 나에게는 강렬했다. 


마루야마 겐지는 이 책에서 밥이라는 인생 취미와 함께 그 옆으로 반찬, 낚시, 영화, 오토바이, 수영과 같은 반찬들을 인생이라는 주제 속에서 계절별로 맛을 뽐내듯 뿜어낸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앞에서 이야기처럼 마루야마 겐지의 콕 찌르는 듯한 느낌은 덜하다. 전작과 같은 기준으로 책을 본다면 다소 실망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전혀 맛이 없는 그런 글들은 아니다. 뭐라 해도 마루야마 겐지 아닌가. 자신의  인생관이 뚜렷하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글로 쏟아내는 작가 중 한 사람이 아닌가. 그런 매력 때문에 마루야마 겐지를 좋아한다.  그는 한 번 결정한 것을 되돌려 놓을 생각이 없다. 직진 진 인생이다.


"일단 결정했으면 절대로 망설여서는 안 된다는 충고는 내 삶의 태도에도 강한 영향을 주었다. 또한 균형을 잃었을 때 브레이크에 의지하는 것은 도리어 위험하고 스로틀을 과감히 여는 편이 안전하다는 충고도 나에게는 위대한 교훈이 되었다. "--235쪽, <취미 있는 인생> 중 


삶을 행한 무한한 도전이 늘 인생을 즐겁게 한다. 그 인생의 위험 가운데 살아 있는 인간의 모습을 즐긴다. 보통 사람들이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나? 현실의 삶을 우선으로 살다 보면 제대로 된 취미 하나 갖고 사는 게 싶지 않다. 그래도 지금 '워라밸'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유행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휴식을 찾고자 하는 열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본다. 작가의 삶과 직장인의 삶이 같을 수는 없지만 삶의 휴식만큼 인생을 다르게 빛나게 하는 게 없다고 본다. 


마루야마 겐지의 지루하고 딱딱한 내 삶을 자극하는 텍스트가 부럽다. 낚시, 영화, 음악의 주제 속에서 작은 이야기들로 채워진 <취미 있는 인생>은 <매일의 즐거움>이 원래 제목이었는데 이 가운데서 개에 대한 이야기를 빼내어서 구성된 책이다. 지루한 일상에서 지쳐 살지 말고 작은 것이라고 놀라운 일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인생 취미를 향한 첫걸음이라는 생각을 던져준다. 여러 취지를 갖는 것은 인생 변화를 위한 길이라는 것인 마루야마 겐지의 생각이다. 


"인간이 만약 싫증을 내는 성격이 아니라면 전혀 발전이 없을 것이다. 지금도 동굴 따위에 살고 있지 않을까. 싫증을 내는 것은 변화를 바라는 일이고, 변화야말로 삶의 가장 큰 증거다. 여자들은 안정된 나날을 바꿀지도 모르지만, 또한 변화를 바라지 않더라도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지는 않겠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다." --270쪽, <취미 있는 인생> 중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한 조언으로 생각하고 읽으면 좋을 듯하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사는 게 쉬운 인생은 아니다. 


"재능을 가진 사람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성공을 향해 내달리는 일은 꽤나 어렵고, 그것이 가능한 사람이야말로 천재일지도 모른다. 한두 번의 성공으로 마음이 들떠, 스스로를 하나에서 열까지 긍정해버려서는 결코 그이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진정한 재능을 가진 사람은 늘 자신에게 의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어디까지나 깨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다." --179쪽, <취미 있는 인생> 중 


이 문장을 책 속에서 하나 건졌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재능을 갖고 사는 인간인지 알려고 하는 것은 인생의 가치를 새롭게 한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내릴 줄 아는 사람이 인생을 크게 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글이다. 


이 책에서는 한편, 마루야마 겐지의 여성에 대한 시각이 어떠한 지도 조금 살펴볼 수 있다. 남성 작가로서의 취미 이야기이니 여자들의 취미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남자 취미 여자 취미를 따로 구분하는 것이 옳지는 않겠지만 마루야마 겐지의 여성관이 어떠한지 짐작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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