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마사코입니다
강용자 지음, 김정희 엮음 / 지식공작소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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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자 여사로 알고 있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비가 담담하게 인생을 이야기 한다. 큰 기대는 안 하고 책을 펼쳤는데, 흡입력이 대단했다. 양이 상당해서 이걸 다 읽을 수 있을까 했는데, 잡으면 끝까지 읽히는 책이다. 술술 넘어가는, 읽히는 힘이 강하다. 인생이 기구해서 그런가. 우리 엄마에게 읽으라고 주면 좋아할 것 같기도 하고.

이방자 여사의 삶이 역사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근현대사와 얽혀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왕가라는 것, 태생때문에 감당해야 할 책임의 무게같은 걸 어렴풋하지만 짐작할 수 있었다. 살아계셨다면 시대가 바뀌었으니 대우가 좀 나아졌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모르지. 이 말 저 말 생각없이 하는 인간들은 지금 더 많아졌으니. 

이 책을 덮으며 들은 생각은, 이승만 나쁜 놈. 해방 후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은 영왕과 영왕비 이마사코를 싫어해서 일본 국내청에서 지어준 집까지 국가 소유라며 빼앗으려 했다. 책을 읽는데 부글부글 화가 났다. '이런 무식한 놈들.' 조선왕조는 소중한 우리의 유산이다. 공화정이건 아니 건 상관 없이 우리 조상의 문화유산을 잘 관리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내가 어떻게 부모를 선택해 태어날 수 있는가. 내가 한국인이 되고 싶어 되었나? 마음에 안 든다고 몽땅 다 내버리는 건 정말 무식한 짓이다.  역사가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평가되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다. 
하지만 그런 짓을 해방 후 우리가 했다. 조선 왕조의 재산이 탐이 나서, 당시 권력자들은 수많은 왕조의 재산을 은근슬쩍 사유화해버리고, 혹시나 문제가 될까, 관련 자료에 불을 질러 없애고 왕가 사람들을 배척하고 버렸다. 겉으로는 구체제의 유산이니 정리해야 한다고 했겠지. 참으로 무서운 인간들이다. 지금도 배 두들기며 잘 살고 있을 생각을 하니 참 세상이 이렇게 불합리한가 싶다. 친일파의 재산만 찾지 말고, 왕가의 재산을 꿀꺽한 놈들도 찾아서 토해내게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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