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 여행 - 역사기행으로 읽는 일본사
하종문 지음 / 역사비평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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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이웃 나라 일본의 역사에 대한 지식은 과연 얼마나 될까.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말한다면 낮은 수준,낮은 점수에 머무른다.대학에 입학하기 직전 일본어를 배우면서 일본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싹트게 되었고,이런 저런 사유로 일본인을 알게 되면서 일본의 생활문화,역사를 알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이 일기도 했다.대학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일본 현지 생활체험과 개인적인 여행을 통해 본 일본의 생활문화,도서(이어령 저자의 축소지향의 일본인 등)를 통해 일본의 면면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집단적인 생활 방식과 타인에 대한 배려,규칙적인 생활 태도 등이다.

 

 나는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일한사전을 몸에 끼고 다닐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1980년대 초반의 일한사전이 아직도 건재하다.다만 세월이 흘러 종이가 누렇게 변색되고 군데군데 너덜너덜해진 부분은 있을지라도 단어 공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당시 일한사전 앞부분에는 고대 일본 지방명이 실려 있었는데,일본 지도와 함께 자주 쳐다 보면서 저절로 외우게 되었다.옛 지방명이 현재 일본 지방의 이름에도 자주 등장하곤 한다.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일본인의 실천적 의식은 현대 일본의 풍물에도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일본사는 단지 상대를 제대로 알아야 상대와의 대처법을 마련할 수 있는 기틀을 잡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일리가 있지만,한.일 관계의 흐름이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흘러갔다는 연계설을 중점으로 일본사를 이해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학습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는 이웃 나라를 일본이라고 부르지만 일본인은 일본국(니뽕고쿠)이라고 부른다. 북쪽 홋카이도에서 남쪽 오키나와에 이르기까지 주요 4개의 섬과 7,000여 개의 부속 도서로 구성되어 있다.구체적으로 일본은 1도(都),1도(道),2부(府),43현(縣)으로 이루어져 있다.1868년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는 300여 개의 번(藩)으로 나뉘고,8세기 이후에는 70여 개의 국(國)으로 구분되어 있었다.근대 이전의 일본은 혼슈,시코쿠,큐슈가 일본사의 주요 무대였고,홋카이도와 오키나와는 일본의 강역(彊域)이 아니었다.19세기 후반 일본의 강역으로 편입되고,1945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면서 쿠릴(Kuril)열도는 러시아에게 넘겨주고 말았다.쿠릴 열도 4개의 섬은 러시아에게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곳이다.

 

 일본은 죠몬과 야요이라는 고대사,율령국가였던 야마토(大和) 정권에서 나라(奈良).헤이안(平安) 시대,무사가 주도하는 가마쿠라(鎌倉) 바쿠후(幕府)의 탄생에서 무로마치(室町),일본의 통일과 태평의 시대인 전국(戰國)시대를 거쳐 에도(江戶) 바쿠후 시대,근대화를 상징하는 메이지 유신에서 태평양 전쟁으로,그리고 현대 일본을 이끌고 있는 아베 신조(2006년 취임) 총리에 이르기까지 일본 역사가 펼치던 인물과 공간 무대를 중심으로 엮어졌다.제1부는 답사로 찾는 일본이고,제2부는 역사로 읽는 일본으로 구성되어 있다.답사로 찾는 일본은 마치 독자가 각 지방의 역사 여행을 순례하는 기분이다.역사로 읽는 일본보다 역사적 현장감이 더 생생하게 다가오고,역사로 읽는 일본은 일본사의 지식을 한 올 한 올 엮어가는 기분이 들었다.일본의 근세는 번(蕃)의 다이묘(大名)를 중심으로 한 가신들의 내분이 끊이지를 않았다.19세기 중반 일본은 외세에 문호를 개방하면서 봉건적인 사회체제를 일신하면서 메이지 유신을 선포한다.주지하다시피 메이지 유신은 일본 사회를 서구적으로 변화시키면서 대외적으로는 영토 확장을 꾀하는 계기가 된다.대표적인 것이 사이고다카모리의 정한론(征韓論)이다.이후 조선과 불평등 조약(강화도 조약)을 체결하면서 한반도를 병탄한다.

 

 일본인의 시조는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이라는 것이 유력하다.한.일 역사 관계는 선린우호 관계도 있었지만,임진왜란,정유재란을 거쳐 구한말 일본의 강제적인 문호개방과 외교권 박탈,일제 강점기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속시원한 한.일 과거사의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4만∼3만 년 전의 구석기 시대부터 1159년 헤이지(平治)의 난까지의 고대사,1180년 겐페이(源平) 쟁란에서 1477년 오닌(應仁)의 난까지의 중세사,1559년 오다 노부나가의 오와리(尾張)통합에서 1843년 덴포(天保)의 개혁까지가 근세사로 분류한다.나아가 1853년 미국인 페리,우라가(浦賀) 내항에서 1945년 일본 항복에 이르기까지를 근세사로 분류한다.종전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는 현대사로 본다.일본 역사를 훑어 보면서 느끼는 점은 일본의 위정자들은 기회를 잘 포착하는 편이다.섬나라라는 지리적,환경적 요인인지는 모르지만 나라의 향방,살아갈 방향을 외세와 손잡는 것이라는 것을 일찍 깨닫고 실천했다.반면 한국은 근세는 사색당파의 쉼없는 싸움과 득실거리는 탐관오리가 백성들에게 행하는 가렴주구,무능한 왕과 일신의 안위에 빠진 신하들의 정치관으로 국론이 분열되면서 일본에게 먹히고 말았던 것이다.일본사를 접하면서 단지 일본을 안다는 차원에서 올바른 한.일관계를 인식하고, 한국이 세계 무대의 중심에서 어떻게 방향타를 잡아 가야 할 것인가를 사색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한국 위정자들의 실속 있는 외교전략과 심하게 균열(龜裂)되어 있는 사회 구성원의 상생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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