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낭 - 삶의 지혜란 무엇인가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100선
풍몽룡 지음, 문이원 옮김, 정재서 감수 / 동아일보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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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아가면서 스승으로 불릴 만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학창 시절에는 담임 선생님,사회에서는 동료,상사,불특정 인사를 접하면서 마음 속으로 '스승'이라는 단어를 상기시키게 된다.또 하나 자신을 낳아 주고 길러주신 부모님과 조상들의 가르침도 스승이라 할 만하다.나아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만인의 사표가 되고 스승으로 불릴 명사들의 가르침도 잊지 못할 삶의 교훈이 된다.이렇게 개개인의 주위에는 수많은 스승이 찾아 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스승의 말씀과 지혜를 어떻게 소화하여 삶에 접목시켜 나갈 것인지가 관건이 아닐 수가 없다.

 

 내가 어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아 생계를 이어가다 보니 내겐 금과옥조와 같은 스승은 조부모님,부모님의 가르침이었다.옛날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내 조부모님,부모님의 말씀과 가르침은 오랜 세월 내려오는 생활 속의 지혜이면서 길라잡이였다.매사 경박하지 않게 신중하고 규범에 맞게 살아가는 것을 제일의 가르침으로 삼으셨다.그런데 이러한 소소한 가르침이 때로는 불필요할 정도로 간섭,종용과 비슷하게 다가올 경우도 있었지만,이제 어른이 되어 세파와 싸워나가고 자식들을 키워 나가는 입장에서는 부모님의 말씀을 기본으로 하여 시대에 맞게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다.

 

 동북아권인 한.중.일 3국은 오랜 세월 중국의 고전을 삶의 교훈으로 삼아 왔다.근.현대에 들어 서양의 문물이 유입되고 서구학파가 증가하면서 서양철학이 대두하기도 했지만,21세기 들어 중국이 경제대국이 되면서 글로벌 시대를 리드하고 있는 상황과 중국 인민들마저 옛 고전의 가르침을 대대적으로 부활하고 있는 상황이다.이러한 측면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 고전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크지 않을 수가 없다.공자의 『논어』를 비롯하여 『도덕경』『사기』『삼국지』『채근담 등의 중국 고전이 현대인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또한 대학가에선 중국어학과가 큰 인기를 차지하면서 중국어,중국 문학과 역사,문화 등에 대한 연구물,번역물도 봇물 터지듯 속속 출간되고 있다.

 

 중국 명대(明代)에 지어진 풍몽룡(馮夢龍)의 『지낭(智囊』은 오랜 세월 삶의 교훈이 응집된 고전으로 중국 현대사의 주요 인물인 쑨원,마오저둥과 장제스가 탐독했던 명작이라고 한다.지낭은 꽤 주머니라는 의미로 풍몽룡이 중국 요순(堯舜)시대부터 명(明)나라에 이르기까지 고금의 지혜를 주제별로 분류해서 엮은 문언소설집이다.또한 이것은 고금의 지혜를 현실에 맞게 운용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기에 실용서로도 족하다.명 희종(熹宗) 천계 6년에 출간된 지난은 숭정(崇禎) 7년 28권으로 증보해 지낭보라는 이름으로 재간행했으며,이것이 오늘날 전해져 오는 『지낭』이다.

 

 지낭은 중국의 역대 사적(史籍) 뿐 아니라 필기,야담,민간 전설 및 시사(時事) 등에서 '지혜'와 관련된 1,200여 가지 이야기를 발췌하여 총 열 개의 부(部)로 나누어 엮은 것이다.저자 풍몽룡은 각 이야기에 평어 형식으로 자신의 의견과 관련 고사를 첨언하고 있는데,내용은 치국,용병,송사(訟事),처세의 지혜,삶의 소소한 상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보여 주고 있는 셈이다.개개인의 위치,입장에 따라 경략서가 되기도 하고,삶의 처세를 위한 윤활제가 되기도 한다.읽어가다 보니 가슴에 와닿는 명구가 있어 하기한다.지혜는 운용의 묘(妙)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운용의 절묘함은 마음에 달려 있다(運用之妙,在乎一心)." -p8

 

  누구나 지혜의 중요성을 알고는 있지만,때와 장소,이익상충을 고려하여 이것의 중간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최대한 감정을 누르고 최대한의 이성에 기초하여 지혜를 적절하게 운용해야 한다.그래야 위기의 순간을 넘기고 대사를 성취할 수가 있고,생각과 감정이 이끄는대로 지혜를 사용하게 되면 스스로 궁지에 몰리고 서로를 해치는 꼴이 되는 것이다.즉 지혜는 양날의 검(劍)이라는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다양한 고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주요 내용은 하기와 같다.

 

 멀리 내다보고 크게 계획하라,사소한 단서로 미래를 풀어라,경제로 세상을 구하라,합리적 사고로 인식의 틀을 깨라,조화로운 삶을 위해 현명하게 처세하라,진실을 파헤치고 명철하게 판단하라,,상대의 계략을 역이용하라,유연한 대처로 위기를 극복하라,속임수로 비상식(非常識)에 대응하라.

 

 요순시대부터 명나라에 이르기까지 중국 민간에서 전해지는 지낭은 지혜의 백과사전이다.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비롯하여 용인과 용병의 중요성,삶의 경험과 지략,경세제민의 참뜻,합리적 사고의 요체,부도덕.비윤리에 맞서 싸우는 법 등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직설적인 방법보다는 비유적이고 함축적인 이야기가 많아 다의적으로 해석 가능할 여지도 충분한 것이 지낭의 특징이다.삶의 지혜라는 것은 장구한 세월 속에 축적된 사람들의 경륜과 처세법,지혜가 응축된 것이어서 사례를 통해 이해하고 음미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우매한 사람에겐 삶의 안목을 넓혀 주는 동시에 사회의 지도자에겐 사리에 밝고 민생을 잘 챙기는 것이 긴요하기만 하다.지낭이라는 고전을 통해 온고지신을 체득하는 계기가 되었다.나아가 잘못된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 순발력과 재치 있는 삶의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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