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섬 기행 - 홀로 떠나는 섬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과 선한 사람들
서상영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흙,산,도랑,고샅길,신작로는 어린시절 내 벗들이었다.흙 속에 나뒹구는 소똥과 분뇨들이 자욱했지만 그 냄새가 익숙했던지 싫은 내색은 하지 않고 자랐다.산촌에서는 자연에서 품어져 나오는 공기.바람,햇빛과 생물들이 교호작용을 한다.서로 주고 받는 것이 부모와 자식와의 관계마냥 자애심,순수함이 묻어 있다.사람,차,공장,시장이 많은 도회지와 산촌은 자연과의 관계마저 큰 차이를 이룬다.그래서 산촌에 살던 사람이 도회지에 가게 되면 눈에 휘둥그레지면서 물질문명에 대한 동경과 선망을 갖게 되고,도회지에 살던 사람이 산촌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보게 되면 단순하면서 순박함에 놀라게 된다.반면 산촌,평야,도회지에서 더 멀리 느껴지는 도서(島嶼)지역의 삶의 모습은 어떠할까.

 

 어린시절 이종 사촌형이 트로트 가요 레코드판을 사 모으는 것이 취미이면서 적적하게 살아가시는 외할머니(아들이 없어 이모부가 데릴사위가 들어감)에게 마음의 위로 차원에서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가끔 놀러 가게 되면 레코드판이 돌아가면서 정겨운 대중 가요가 마음을 사로잡았다.그 가운데는 섬마을 선생님,한려수도,바다가 육지라면,흑산도 아가씨 등 섬과 관련한 가요들이 듣기 좋고 외우기 쉬우며 메마른 정서를 윤기있게 해 주었다.그러면서 섬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풍랑이 일어 뭍으로 못오게 되면 생필품과 병 치료는 어떻게 할까,그들은 뭍사람들과 어떻게 연애를 하고 혼인을 할까.섬사람들은 생선과 해초 등과 가까운 생활이어서 비린 내가 나면서 투박하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걸까 등 다양하게 상상을 하곤 했다.그리고 쉽사리 섬에 갈 기회가 없는 나는 뉴스,정보,도서를 통해 섬사람들의 생활상,풍광을 간접 체험해야 했다.

 

 나는 섬이라곤 손에 꼽을 정도로 자주 가지를 못했다.단연 연고가 없어서 가지 못하고 그곳에 가야 할 계기가 없어서 가지를 못했다.지나고 보니 섬 여행을 많이 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될 때가 있다.크고 작은 섬들은 위치와 계절,(지역)특성에 따라 둘도 없는 자태(姿態)를 연출한다.맨 남쪽의 마라도부터 맨 북방 연평도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섬은 제각각 고유의 특성과 색깔을 간직하고 있다.게다가 섬 고유의 전통적인 생활모습 이를테면 망자를 초장(草葬)하는 풍습이라든지 천일제염과 같은 소금 만들기 등은 산업화 속에 숨겨진 고유의 무형 문화가 아닐까 한다.바다와 섬을 오고 가는 크고 작은 배들,해풍을 타고 성장하는 섬마을의 각종 농작물들은 섬사람들의 삶의 거친 숨결이 고이 배여 있다.내 사촌 누나도 김 양식을 하는 곳으로 시집을 가서 20여 년 이상을 살았지만 하루도 허리를 펴고 살 날이 없었다고 한다.그렇다고 경제적 수입이 짭짤한 것도 아니고,매형에게 살뜰한 사랑도 받지를 못해 지금은 뭍으로 나와 조카들과 함께 산다고 한다.결혼식 때 보았던 사촌 누나는 고생이 많았던지 많이 늙었다.

 

 서상영 시인은 먼,쓸쓸한,그리운......으로 섬에 대한 단상을 시작했다.도시화,산업화로 인해 섬사람들도 섬 살림을 청산하고 뭍으로 도회지로 몰려 들면서 섬은 농촌과 다름없이 한산하고 쓸쓸하기만 하다.바다와 섬생활이 전부인 사람들만이 악착같이 숙명적으로 섬에 남아 생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가물에 콩나듯 뭍에서 섬으로 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섬에서 태어나 섬에서 생을 마감하는 순수 섬사람들은 섬과 바다가 고향이고 본향이다.갖은 것,배운 것이 모자라 섬 생활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일부 개발업자(골프장 건설)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자본가들은 돈이 된다면 뭣인들 못하겠는가! 어쩌다 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섬사람들의 애환을 이해하면서 그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혀서는 안될 것이다.포구에 각종 생선 속살이 햇빛에 의해 말라가고,고기잡이를 준비하기 위해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이 섬의 일반적 풍경이라면 뭍의 여느 삶과 동일한 겨울 논 쥐불 놓기,밭갈이,농작물 수확 등의 과정은 마치 고향 이웃집에 다녀온 듯 하다.

 

 서상영 시인이 안내하는 섬들은 보면 볼수록 마음이 정갈해지고 시상(詩想)마저 덤으로 몰려 오는 듯하다.섬이 있어 섬으로 떠나는 애도가(愛島家),나와 같이 섬이 멀지만 가볼 만한 곳으로 늘 머리 속이 뒤숭숭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기회가 닿으면 남서해에 부표와 같이 떠 있는 섬들을 순례하련다.시간적으로 느리게 흘러가면서 마음의 힐링이 되는 곳을 찾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