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펜터의 위대한 여행
김호경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선친에 대한 기억과 감정은 생전과 사후로 나뉘어진다.생전에는 하루도 쉴 날이 없을 정도로 일에 치여 살았던 분이고,술을 자주 드셨다.제대로 된 식사,운동을 꾸준하게 하셨더라면 장기간 고생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직도 살아 계실 것이다.내가 맏이이다 보니 내게 거는 기대치가 꽤 컸는데 이에 부응을 하지 못해 내심 아버지께서는 내 얼굴만 봐도 옆으로 돌아 누우실 정도로 언잖은 감정을 종종 드러 내셨다.내 마음도 그리 편치만은 않았지만 다짜고짜 감정을 드러낼 수도 없었다.그리고 숙환으로 고생하시다 입관하던 날 아버지 모습을 보니 살이 쭉 빠진 벼 쭉정이와 같이 앙상한 몰골 뿐이고 순간 지난 시절 아버지께서 (오로지)가족을 위해 헌신을 하시던 모습이 상기되면서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아버지란 무엇인가를 되뇌이게 되었다.

 

 내 아버지는 작고하신지 어느듯 10년이 되어 가지만 생전의 모습이 날이 갈수록 기억이 새롭기만 하다.비록 꿈속일지언정 아버지는 생전 그대로 바지런하게 일에만 매달리는 모습이었다.나를 보면서 미소로 대해 주면서 손을 흔들어 주시던 모습이 마음 든든하기만 했다.아버지의 빈자리를 이제는 내가 맡고 있지만 세월이 얼마만큼 흐르고 나면 내 자리는 내 아들이 물려 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밀려 온다.그때가 언제일지는 몰라도 나는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근검,절약이라는 정신만은 아이들에게 전해 주고 싶다.평범하게 살아갈지언정 주위와 지인들에게 베풀고 양보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거듭나련다.또한 아이들에게는 가난한 아빠로 각인시키고 싶지는 않다.현재는 수술후 가료중이라 힘든 일은 못해도 때가 되면 지난 날을 상기하고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 가련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아버지의 유산과도 같은 이야기를 접하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미국 미시시피 지역의 발전과 저소득층 생활 여건 향상을 위해 노력한 데이비드 카펜터의 임종 직전 보여 주었던 여행 일기는 보통사람은 생각으로 그칠 법한데 그는 아들인 헨리와 함께 미국 각지의 지인들을 찾아 다녔던 것이다.여행을 함께 하는 조건으로 자동차를 아들 헨리에게 사 주었던 카펜터는 감사해야 할 사람 10명,사과해야 할 사람 10명의 리스트를 짜서 직접 그들을 찾아 나서게 되었던 것이다.굳이 찾아 다니면서 감사해야 하고 사과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아들 헨리는 내심 불만,불쾌할 수도 있었으나 아버지가 찾으려는 사람과의 만남의 횟수가 늘어가면서 왜 아버지가 여행을 통해 감사해야 할 사람,사과해야 할 사람을 찾아 나섰는가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여행 중에 쓰러지고 암 진단을 받으면서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카펜터는 처음 생각했던대로 여행을 포기하지 않는다.여행지에서 삶을 마감하게 된 카펜터,아버지 카펜터와 함께 여행길에 동행했던 아들 헨리는 감사하고 사과하겠다는 마음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살텐데 자신의 몸에 병이 있는 줄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것을 실천으로 보여 주었던 것이다.어찌보면 카펜터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체현한 멋지고 아름다운 마음을 소유한 분이다.그는 유언장에서 주식을 모두 처분하여 장학재단을 세우고,인권단체 지원과 지역사회 사업을 유지하라는 당부를 했다.데이비드 카펜터는 자신이 입은 도움과 잘못에 대해 몸과 마음으로 도덕적 책임과 윤리 의식을 보여 주려고 했던 분이다.갖은 자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인권,사회 발전을 위해 밑거름이 되겠다는 의지를 읽으면서 세상은 이러한 분들이 있어 살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기적과 감동의 물결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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