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6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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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문학은 많이 읽어 보지를 못했다.또한 전쟁을 직접 겪어보지를 못했기에 글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대화 및 시대,이데올로기와 같은 문화범주에 대한 예비지식을 통해 당시의 상황 및 등장인물의 입장과 처지에서 스스로 반응하고 공감할 수 밖에 없다.재미교포가 쓴 《순교자》를 통해 한국전쟁 속에서 나타나는 종교인과 공산체제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상과 심리묘사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전쟁문학의 연장선상에서 써내려 간 《개선문》은 수미일관 불안과 절망의 늪에서 처연한 인간 심리묘사 절망적인 사랑의 속삭임이 교차하면서 내내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제2차 세계대전은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연합국과 동맹국 간의 피비린내나는 혈전이었고 그 결과는 천문학적 희생을 낳았으며 미.소 양대국 간에 정치,군사적 이념적 경계선을 긋고 말았던 것이다.독일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기 직전 히틀러는 아리안족의 우월성을 내세워 수많은 유대인을 대량학살하게 되는데,주인공 라비크는 게슈타포 강제수용소에서 인간이하의 고문과 학대를 감내하지만 그는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강제수용소를 탈출하여 프랑스 파리로 불법입국하는 망명자 신세가 된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한 흐릿한 공기와 무기력하고 활력을 잃은 망명자들이 파리 몽마르트 주변으로 몰리고 베를린에서 외과부장이었던 라비크는 야전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도와주고 그 댓가로 수당을 받는 임시직에 있는 몸이다.춤과 노래를 좋아하면서 집시족과 같이 정처없는 생활을 하는 조앙 마두라는 여인과 접촉하면서 라비크는 외롭고 고단하며 휘청거리는 몸을 그녀와 함께하면서 달래고 스스로 위로한다.한편 수술을 맡으면서 알게 된 이탈리아 여자 케이트도 만나는 횟수가 늘면서 라비크와 깊은 사연까지 주고 받게 된다.라비크는 언제 어디에서 프랑스 경관에게 불심검문을 받을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지만 눈치 빠르도록 기민하게 행동한다.거처,이름도 수시로 바꾸는 것을 보니 라비크의 입장과 처지는 딱하기만 하다.게다가 심리적 불안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두 여인 모두에게 자신을 맡길 수가 없는 어중간한 처지가 언행을 통해 일관된다.

 

 엥테르나시오날(인터네셔널) 호텔에서 빌라와 같은 곳으로 옮겨 다니다 프랑스 경관에게 결국 불심검문을 당한 라비크는 스위스로 강제추방 당하게 된다.또한 케이트 여인은 프랑스를 떠나게 되면서 여인 조앙만 남게 된다.라비크는 신출귀몰하듯 또 파리로 들어와 수술과 치료를 하면서 수당으로 생계를 꾸려 가는데,뇌리에는 늘 자신의 목숨을 경각에 놓고 저울질하고 아내마저 살해한 게슈타포 수용소의 고문관 헤케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차 있다.꿈속에서도 나타나고 몽환과도 같은 실루엣으로도 보이게 된다.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는 말이 딱 맞는가 보다.헤케가 파리에 나타날 줄이야.라비크는 헤케를 단박에 알아보지만 헤케는 그를 알아 보지를 못한다.헤케 자신이 고문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으면 그랬을까.헤케를 죽이려 기회만 엿보던 라비크는 몽키 연장으로 소리없이 죽이고 한적한 곳에 시신을 처리한다.

 

 라비크와 조앙 사이가 표면적으로는 서로 의지하는 사이이지만 라비크는 조앙의 마음을 수용하지를 못한다.겉으론 태연한 척하지만 라비크는 비합법적 불법체류자이면서 언제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갈 지 모르는 신세이고 조앙이 사귀는 남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 마음은 물과 기름과 같기만 하다.어찌된 일인지 조앙은 총상을 당하면서 라비크가 수술을 맡게 되지만 조앙은 그만 세상을 등지고 라비크마저 불법체류자로 체포되어 파리를 뒤로 하고 사라지고 만다.라비크가 체포되어 파리에서 사라지고 곧이어 독일은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된다.당시의 유럽은 국가 간 팽팽한 임계상태에 놓여 있던 꼴이었으리라.당시 파리는 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지에서 몰려온 불법 체류자들로 득실거렸다.

 

 피와 눈물로 얼룩진 전쟁의 상흔은 정치,군사를 리드하는 권력에서 나온다.전쟁에서는 양쪽 모두 상처를 안게 되고 후유증은 오래 가기 마련이다.라비크는 죽어가는 사람을 관리하는 한 편 두 여인과의 아슬아슬하고 절망적인 사랑을 속삭인다.잿빛 파리의 하늘은 늘 우중충하고 개인 날이 없을 정도이다.마치 휘청거리는 파리의 뒷골목을 응시하는 듯 했다.라비크가 파리를 빠져 나오던 날 어둠은 짙게 깔리고 개선문은 보이지 않더라 라는 말이 이 글의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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