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세황비 세트 - 전3권 경세황비
오정옥 지음, 문은주 옮김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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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중국 고대 황실의 궁정암투를 그린 글을 《보보경심》을 읽었던 적이 있다.청조시대의 황위를 놓고 여러 명의 세자들의 권력다툼과 총애를 받으려는 궁녀들 간의 시기와 질투,이간질 등이 비록 황실이라는 극히 제한되고 근접하기 쉽지 않은 장소이지만,황실이라는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도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심리적으로는 황위를 물려 받기 위해 부황 및 모후에게 잘 보여야 하는데,부황이 생전 결정한다면 모를까 사후의 경우라면 더더욱 세자들의 치열한 권력다툼과 음모는 목물인견일 정도의 피비린 내가 황실을 적시고도 남는다.이러한 선상(線上)에서 《경세황비:傾世皇妃》는 등장인물들 간의 밀착도를 더욱 좁히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집중과 몰입을 배가시킨다.

 

 중국에서 시대극으로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경세황비는 총 3권으로 이루어진 글로서,초지일관 갈등과 고뇌,시기와 질투,암투와 음모,사랑과 배신 등이 촘촘하게 깔려져 있다.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남.녀간의 밀도 높은 애정을 묘사한 것보다는 정치적인 권력야욕 및 심산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중국 오대십국시대의 잘 알려지지 않은 기,하,변(나중에 욱으로 바뀜)이라는 나라를 설정하고,삼국간의 영토전쟁과 궁중암투를 리얼하게 재현하고 있다.우징위작가는 20대의 작가로서 서사적이고 서정적이면서 인물들의 내면의 세계를 매우 감성적인 차원에서 잘 묘사해 주고 있는 점이 인상 깊다.여자의 마음은 여자가 잘 알듯 이 글의 주인공 복아의 정신적,심리적인 흐름을 극묘하게 묘사하고 있다.한편 연성,기우,기성 등과의 관계도 그 입장과 성격에 맞게 두드러진 묘사가 호감을 사게 한다.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춤사위,무술 실력이 제비와 같이 날렵하고 도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복아는 고국 하나라의 공주였지만 숙부에 의해 정권이 찬탈되고 부황과 모후가 숙청되면서 극비리에 기나라로 들어 오게 된다.마침 기나라에서는 황태자비 및 제후비 간택령이 있어 복아도 이에 참여하게 되는데,'향설해(向雪海)'라는 자수를 퇴짜 맞게 되면서 간택에서 제외된다.그렇지만 복아의 외관이 두씨 부인의 모습과 흡사하여 세자의 눈에 들어 오면서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다.복아는 고국이 숙부에게 분탕질하게 되면서 반드시 국가수복을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내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세자 기성과의 짧은 사랑을 나누지만 마음 속에는 변나라 승상이면서 후일 황제가 된 연성을 그리워한다.그러한 가운데 비명에 간 부황과 모후의 묘지에 인사 드리러 고국 땅을 밟는다.역용술(남자를 여자로,여자를 남자로 분장하는 기술)에 의해 복아의 외관은 완전 별개의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그런데 자객들에 의해 하마터면 독화살을 맞고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연성이 대신 독화살을 맞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몽매에도 그리던 순수한 사랑을 주었던 연성의 죽음 앞에 복아는 아연실색한다.

 

 기나라 세자와의 약속을 지키려 다시 기나라로 온 복아는 아찔한 상황을 듣게 된다.황위를 차지하기 위해 부황과 모후,형을 죽인 기우는 이제 복아에게 다가오면서 복아를 사랑을 쏟지만 복아는 기우의 권력욕과 탐욕,음모를 겪었던 탓에 마음적으로는 거리를 둔다.복아의 성격이 솔직하고 강직하다 보니 기우는 복아를 자신의 곁에 놓아야 할지 고국으로 보내야 할지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고국 하나라는 이미 욱에 병탄이 되고,세력이 커진 욱나라는 연성의 동생 연희가 국정을 다스리고 있다.그러한 기나라 황실은 백성들의 삶은 외면한 채 궁중암투와 음모가 지속되다 보니 전쟁에서 가장 필요한 식량난에 허덕이게 된다.기와 욱의 전쟁은 예상대로 욱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욱의 연희는 백성들의 상소문을 복아에게 보여 주면서 기우 등 기우,복아,소경굉,모천은 정해진 곳에서 살아가도록 배려를 하지만 기우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복아는 기우를 잃고 내내 못잊어 하면서 가슴 아파한다.그러한 나머지 자결하게 되고,연희 역시 독이 든 인삼제비집탕을 먹다 운명을 달리하게 된다.죽어가는 순간 딸 초설에게 복아와 함께 합장해 줄 것을 부탁한다.

 

 기구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야만 했던 복아의 일생은 복아의 운명일 수도 있다.중국 고대 황실의 간택과 황위를 둘러싼 암투와 음모,세자들에게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궁녀들의 시기와 질투 등이 마치 황실 속살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복아는 권력과 사랑 모두를 소유하게 되었지만 그녀가 자결한 이유가 과연 사랑에 대한 미련이었을까,아니면 사랑을 이루지 못한 회한과 그리움이었을까를 생각하게 한다.궁정암투,이웃나라들과의 전쟁 상황 등을 유려하면서도 감성적으로 잘 그려내어 여운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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