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신 판 세계문학의 숲 41
크누트 함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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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 노르웨이 작가 크누트 함순(이하 함순)의 두 편의 경장편인 《목신 판》과 《빅토리아》을 읽을 기회를 갖게 된 점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다.함순작가에 대해서는 거의 생경할 정도인데 이는 작품다운 작품을 많이 접하지를 못한 나의 게으름과 편독의 소치라고 자성한다.함순작가의 간단한 연보를 읽어 보니 1859년 노르웨이 중남부에서 태어나고 재봉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외삼촌댁에서 성장하다 경제적인 문제로 미국으로 건너가 막노동에 가까운 잡역을 하는 등 어려운 생활을 하다 20대 후반 다시 노르웨이로 귀국하게 된다.1952년 타계할 때까지 수많은 작품을 남긴 함순은 《흙의 혜택》으로 작가로서의 명성을 떨치게 되었고,헤밍웨이작가는 함순의 문학적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수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작품의 배경과 인물묘사 등은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가 태어난 노르웨이 중서부 지방의 자연과 바다,숲 그리고 그리스 신화를 비롯하여 생계를 위해 고향을 떠나 외지,타국으로 이동하는 등 젊은 시절의 방황과 그만의 고독이 작품 속에 짙게 배여 있다는 점이다.두 편을 읽으면서 내마음을 사로 잡은 것은 때묻지 않은 노르웨이의 자연과 숲,바다를 배경으로 사냥과 낚시,사랑과 질투,정신적 방황,도피 등의 소주제가 여기 저기에서 발견되고 있는 점이다.함순작가는 노르웨이(19세기 말경)의 대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주인공 글란의 방랑적인 떠돌이 생활의 단면이 짙게 배여 있다.이것은 《목신 판에서 잘 나타나 있다.주인공 글란은 바다와 숲을 벗삼아 오두막 생활을 한다. 낚시와 사냥을 떠날 때에는 충견 이솝을 대동한다.섬에서 만난 에르바르다는 글란에게 반하여 키스를 하지만 글란은 사람 사귀는 것이 서툴러서인지 에르바르다가 주도적인 행세를 한다.또 한 명의 여인 에바는 조용하고 순종적이지만 이미 결혼한 유부녀이다.글란은 그의 연적(戀敵)인 마크로부터 질투를 받고 오두막에 불에 휩싸이면서 삶의 터전을 잃고 인도로 몸을 옮긴다.함순작가가 삶의 정처를 정하지 못하고 정신적인 방황과 생계를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것과 동일한 느낌을 받았다.글란은 인도 여인 매기와 사랑을 나누고 사냥을 하는 등 노르웨이에서와 동일한 생활을 영위하지만 사냥꾼이 쏜 총에 맞아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빅토리아는 신분차이에 의해 이루어질 수 없으리라 예견되었던 남녀 간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으로 승화되면서 깊은 울림을 안겨 준다.물레방앗간 자식으로서 후일 시인이 된 요하네스와 성주의 딸 빅토리아간의 사랑 이야기이다.둘은 마음으로는 사랑을 나누는 사이이지만 빅토리아 부모는 빅토리아가 요하네스와 혼인을 맺는 것을 원치 않고,돈과 물질이 풍족한 시종의 자식인 중위 오토와 혼인을 정략적으로 맺게 한다.요하네스는 물에 빠져 죽음의 위기에 처한 카밀라를 살려 준 적이 있는데,카밀라 역시 요하네스에게 사랑 아닌 사랑법으로 접근하지만 결국은 요하네스와의 연(緣)이 길게 가지를 못한다.빅토리아의 남편 오토가 사냥을 나갔다가 죽어서 돌아온 것이다.빅토리아는 상심과 실의에 빠지면서 죽음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요하네스의 개인교사에게 편지를 보낸다.자신이 그에게 잘못한 점에 대해 용서를 빌고 모든 날들과 모든 시간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본마음을 편지로 대신한다.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장미꽃들 사이에서 속삭이는 바람-아니,피 속의 노란 인광.가장 늙고 가장 쇠약한 심장조차 끼어들지 않을 수 없는 '죽음의 무도(舞跳)',사랑은 밤이 다가오면 활짝 피는 마거리트 같고,가벼운 입김에도 꽃잎을 닫고 살짝 만지기만 해도 죽어버리는 아네모네 같다. -P230

 

 사랑은 세상의 어떤 것과도 같지 않은 또 다른 무엇이다.사랑은 젊은이가 두 눈으로 두 눈을 보는 봄날 밤에 지구를 찾아온다.젊은이는 응시하고,입술에 입을 맞춘다.두 개의 빛이 그의 가슴속에서 만난 듯한 느낌.별을 섬광처럼 비추는 태양 같은 느낌이다. -P231

 

 

 

노르웨이 대자연의 풍광을 수채화처렴 묘사해 주고 있어 마음마저 정갈해진다.위도상 북극권에 가까운 노르웨이는 밤이 되면 '오로라'도 관측할 수 있어 대우주의 신비로움과 경이로움마저 느끼게 한다.두 편의 글의 남자 주인공 글란과 요하네스는 성격상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주체적으로 이성에게 접근하지 못한 채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요하네스는 신분상 결합할 수 없는 제약조건이 뒤따르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빅토리아가 요하네스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잊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글을 접하면서 사랑은 신분,국경을 떠나 서로에게 맞는 사람들끼리 어울리고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 사랑의 조건 중의 조건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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