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 어느 유쾌한 도덕철학 실험 보고서
뤼방 오지앙 지음, 최정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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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과 윤리가 현시대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가라고 물어 본다면 대답은 "글쎄요"라는 말 밖에 나오지를 않는다.사회적 치안문제의 결핍,가족 구성원간의 대화 및 소통의 부재 등이 가깝게는 물질 만능주의에서 비롯되었고 멀게는 사회의 구조와 분위기에서 기인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몇 십 년 전의 농경시대,촌락을 단위로 한 공동체 생활 속에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삼강오륜,조상숭배,어른에 대한 예의범절이 어느 정도는 지켜졌다.이러한 현상이 한국의 미풍양속이면서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미칭(美稱)을 받기도 했던 것이다.그러던 것이 서구유럽의 문명과 사조가 한반도에도 깊숙이 파고 들고 농경문화 대신 도시문화가 급속히 전파되면서 한국 사회는 인간관계에서의 기초적인 도덕과 윤리의 상실 및 결핍 현상이 여기 저기에서 목도(目睹)되고 있다.

 

 손아래 사람,손윗사람이 먼저 태어났느냐 뒤에 태어났느냐로 양분되는데 한국사회는 아직도 조상에 대한 예우를 어느 나라보다도 숭상하고 존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추석,설 명절만 되면 한반도의 산하는 차량의 물결,귀성객의 인파로 몸살을 앓게 된다.본가,처가의 어르신를 찾아 뵙고 조상의 묘를 찾아 은덕을 기리는 고귀한 연례행사는 비록 짧은 시간에 몸은 피곤하지만 다녀 오고 나면 '사람 구실'을 했다라는 거뜨한 마음이 생긴다.그런데 이러한 명절행사 뒤의 일상의 풍경은 미풍양속이 아니다.아파트,빌라,단독주택 등으로 가옥의 형태는 획일화 되고 집번지도 행정편의에 따라 바둑판을 짚어 가듯 정렬화 되어 있다.이것을 뭐라고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행정구역이 획일화,정형화 되다 보니 개개인의 마음 역시 빈틈,여유,풍요로움,따뜻함,인간미 대신 개인주의,형식적,사무적,각박함,몰인정 등으로 바뀌어 버렸다.이러한 상황 속에서 손윗사람에게 공손히 하고 부모를 부모답게 대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본다.요즘 젊은 세대에서 느끼는 점은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고 교육지원을 해 주지 못하면 부모를 부모답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부모 역시 죽자 살자 벌어도 하우스 푸어,에듀 푸어 시대에 각박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데 자식들은 이렇게 어려운 부모의 사정과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고 때론 서글플 때도 있다.

 

 모두가 먹고 살기 바쁘게 살아 가는 현대사회에서 사회의 구조 및 인습,지도자들이 정책을 이끌어 가는 마인드와 태도를 보면서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인 도덕과 윤리 등을 어떻게 체득해 나가는 가는 그 사회구성원들의 자화상이고 삶의 척도,지수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정치민주화가 이루어졌지만 진정한 정치선진국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경제민주화 역시 요원한 문제이다.지난 MB정권 시절 수많은 부정과 비리가 발생했어도 문제를 일으킨 경제사범들에겐 '종이 방망이'로 훒어 내렸을 뿐 정의와 상식을 심어 주지는 못했다.부정과 거짓,비리가 득실거려도 사법계에서는 이를 바로 잡으려는 의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이런 저런 이유로 힘있는 자는 풀려 나고 힘없는 자만 당하게 된다.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교육수준과 의식(비판)수준이 높아진 국민들이 정부관료 및 사회고위층을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또한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문제가 개인이 쌓아 온 인성이 문제인데 사회적 학습과 경험은 사회의 구조,인습에 많이 좌우된다.너도 나도 돈 많이 벌어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의식을 막을 수야 없지만 사회지도층부터 정의와 상식을 숨김없이 진실로 보여 주고 실천해 나가려는 노력과 의지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이 글의 저자인 뤼방 오지앙(Ruwen Ogien)은 프랑스 현대 철학자로서 감성.윤리.사회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학자이다.윤리와 도덕에 대한 개념부터 실험 도덕철학 등을 가벼운 이론과 사례를 들어 주고 있다.그중에 실험 도덕철학이 도덕적 성찰에 유용한 경험적 소재 5가지를 제안하고 있는데 인상적이다.그것은 인간의 도덕적 직관에 관한 조사,인간의 도덕적 추론에 관한 조사,인간의 관대함 혹은 잔인함에 관한 실험들,어린이의 도덕성 발전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도덕적 체계의 다양성에 관한 인류학적 보고들로 나열하고 있는데 도덕과 윤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떠나 개인의 인간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그런데 도덕과 윤리를 시대에 맞지 않게 지켜야 한다는 당위성은 없다고 본다.도덕과 윤리라는 문제가 비단 개인과 개인과의 관계를 떠나 도덕과 철학,종교,정치,경제,문화,체육,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적용되는데 사회적,문화적 영역이 어떠하든 도덕,관습,개인의 영역을 구분하면서 때와 장소,상황에 따라 도덕과 윤리규범을 지켜 나가게 마련이다.또한 이러한 세 가지 문제는 나라와 사회문화적인 인습과 규범에 따라 달라지기에 이를 획일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은 없다고 본다.

 

 도덕,관습,개인의 영역을 구분하면서 인간이 본능적으로 해야 할 일,해서는 안 될 일을 스스로의 책임성을 갖고 구분 지어야 한다.때에 따라서는 통찰력 있는 직관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낙태,할례,임신중절,동성애,줄기세포,인공수정 등 윤리의식과 관련한 문제들도 현대사회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는데 이는 국가별로 다소 상이하기에 자신이 속한 나라의 규범에 따를 필요가 있다.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메타 윤리라는 것이다.모든 사람의 도덕적 판단을 설명하고 나아가 철학적 관점에서 의미 있는 특성들을 확인하려는 야망을 가지는데,메타 윤리는 의미론적,의무론적,인식론적,그리고 심리학적 문제까지 아우르고 제기한다.도덕과 윤리가 개인에게 내재하기도 하고 외재하기도 하는데 꼭 지켜야 할 정의와 상식 등은 성문화하고 강제성을 띨 필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부정과 거짓을 밥먹듯 일삼는 부류들에게는 도덕,윤리의 차원을 넘어 자신의 명예와 권력,부를 채우기에만 혈안이 되고 정작 챙겨야 할 민생은 외면하기 때문이다.도덕,윤리,정의,상식 모두가 인간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고 정착이 되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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