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설가의 고백 - 세상의 모든 지식을 읽고 쓰는 즐거움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혜원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중세미학으로 박사학위를 획득한 움베르토 에코는 박람강기의 대명사일 정도로 해박한 지식과 논리력을 소유하고 있는 작가이다.그가 쓴 작품인 <장미의 이름>,<푸코의 진자> 등이 독자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있다.해박하면서 난해한 듯하지만 그가 말하려는 주제는 기호학과 수사학,해석의 묘미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그는 이야기의 본질을 마음 속에 담아 두고 독자들이 생각과 사유,상상력을 발동하게 만드는 작가로서의 힘이 넘친다.어린시절부터 글을 써왔다는 움베르토에코는 한때는 시도 써보기도 하기도 했단다.10대에 첫사랑에 빠져 들어 시심이 솟구쳤다는 고백과 두 종류의 시인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좋은 시인은 열여덟 살에 자기 시를 모두 불태워버리고,나쁜 시인은 평생 시를 쓰는 것이라고 한다.

 

 움베르토 에코가 말하는 소설가로서의 고백에는 어떠한 내용들이 담겨져 있을까? 교수이면서 작가인 그에게 50대 초반 자신의 글이 '창작' 혹은 '창조적'인 쪽이 아니라는 사실에 낙담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아무래도 그에게는 작가의 성향보다는 철학가적인 성향이 강해서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그가 내놓은 작품 안에는 중세의 수도원을 중심으로 한 소재와 사건들이 얽히고 설켜 있다.그의 작품 속에는 아무래도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들이 많다 보니 서사적 기술이 위주가 되었을 것이다.하나는 구두에 의한 의사 전달과(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과 같은 방식) 비평적 논문에서 모든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이다.그는 철학자,사회학자,정치인 등과 두루 교유하면서 수도사의 독살을 다룬 <장미의 이름>이 탄생하고 그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을 때 비로소 소설을 쓰게 된 모티브였다고도 한다.

 

 그는 문학적 잉태의 시기에는 서류를 수집하고 여기저기 찾아다니고(답사 및 탐문 등) 지도를 그리고 건물들의 배치를 눈여겨보기도 한다.예를 들어 <전날의 섬>을 쓸 때엔 배의 구조를 공부하고 등장인물의 얼굴을 스케치를 한다.<장미의 이름>의 경우에는 등장하는 수도사들을 초상화로 만들어 마법의 성이 수도원인 자폐의 바다 안에서 빠져 지낼 정도로 작품의 배경공간과 일치가 되어 익숙한 공간으로 만들어 이를 작품에 빼곡하게 열거하고 서술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이 작품은 이중코드를 활용하고 있는데 의미는 상호텍스트적 아이러니와 내포된 대서사의 매력을 동시에 사용하는 기법이다. 일상의 경험을 노트에 기록하고 머리에 저장하면서 묘사를 세밀화하는 데 참고하고 있다.

 

 나아가 <푸코의 진자>를 쓸 때엔 주요 사건들이 발생했던 기술공예박물관 통로들을 며칠간 야간에 폐관 직전까지 돌아다니면서 작품 구상을 했다고 한다.이러한 공간적 배경,인물의 성향과 행동묘사를 위해 거리를 배회하고 교차로,건물 등의 명칭을 잊지 않도록 휴대용 녹음기에 직접 담아내기도 했다.그래서 소설은 단순한 언어의 조합이 아니라는 것이다.단어의 선택에 따라 내용이 바뀔 수가 있으며 서사의 경우에는 사건이 벌어지고 음률과 문체,단어 선택까지 몰입한다는 것이다.'주제를 고수하면 언어는 따라온다'는 법칙에 지배받는다는 것을 믿고 있으며 시는 그것과는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는 이들이 좋종 "이 문장을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당혹스럽고 문장이 너무 모호하다고 한다.다른 방식으로 읽힐 수 있는데,당신의 의도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한다.그는 솔직하게 모호하게 썼다.오해의 소지를 없애달라,그래서 독자들이 이중해석을 하지 않고 독자들이 흥미와 유익함,번역의 효과가 살아나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겸허하게 주문한다고 한다.얼마전에 프라하의 묘지를 읽어 내려갈 때도 모호하면서도 난해한 부분이 있었는데 다시 읽고 소화를 하려고 한다.

 

 그외 허구적인 인물들의 묘사,열거의 수사학이 빽빽하게 나열되어 있다.특히 라블레의 <가르강튀아>에는 셀 수도 없을 정도의 목록이 열거되어 있다.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데 국내 성석제작가의 어느 작품에서도 열거의 박물관이라고 할 정도의 목록이 실타래마냥 거침없이 풀려 나오는 것을 읽으면서 글쓰기의 묘미는 이러한 곳에도 있다는 생각을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책장을 넘긴 적이 있다.특히 라블레는 목록을 이용하여 중세 학술 전집의 엄격한 질서를 전복하려 했다고 하며,목록은 고전주의 시대에 '최후의 수단'이었고 형언하기 힘든 것들을 담는 한 방법이었으며,지독히 고통스러운 카탈로그이자,궁극적으론 무작위적 사건들에 질서를 부여하는 형태였던 것으로 보여진다.목록의 열거는 아르헨티나 작가인 보르헤스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

 

 

 읽고 쓰는 즐거움이 젊은 소설가의 고백이라고 하는 움베르토 에코의 글을 읽으면서 과연 해박한 지식과 경험의 소유자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다.그의 작품은 많이 섭렵을 못했기에 이번 작품을 계기로 시간을 내어 그의 작품세계를 탐미하고 해석하는 힘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특히 중세시대에는 유럽의 종교,철학,사회상이 기억할 만한 것들이 많기에 읽는 재미와 추리,역사학습의 모티브가 될 수가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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