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64
생 텍쥐페리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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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쌩 떽쥐뻬리 독자들에게 <어린 왕자>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는데 알고 보니 그의 직업은 작가로부터 시작한 것이 아닌 비행사 즉 우편기 조종사부터 시작하였고 트럭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글쓰기 작업에 몰두했다고 한다.그리고 살롱 등을 드나들면서 대작가인 앙드레 지드와의 교분,니체,아인슈타인 등의 저서를 탐독하는 등 글쓰기에 대한 배경지식을 넗히고 상상력을 배양해 나갔던 것으로 보여진다.

 

몇 년 전에 <남방 우편기>와 <야간 비행>,<인간의 대지> 모두를 재미나게 읽었는데 쌩 떽쥐뻬리의 직업인 우편 조종사와 관련된 내용이었기에 지역은 다르지만 우편 조종사로서의 임무와 경험 등이 생명력 가득찬 인간의 영원성을 그리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야간 비행> 역시 우편 조종사가 처녀 비행항로를 개척하는 역정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기에 나와는 관련없는 직업일지라도 아찔하면서 숨가쁜 밤하늘의 별과 달,하늘과 공기를 가르며 목적지를 향해 비상하는 우편 조종사의 모습이 현장감과 동류애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디디라 도라 밑에서 민간 항공기 조종사로 일하게 되고 조종사로 활약하던 중 교분을 나누었던 메르모즈,기요메가 <야간 비행>의 대리역으로 출연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작가가 말하는 인간의 행복이란 자유 속에 있는 것이 아닌 의무를 감수하는 것에 있다고 하며,이 글에 등장하는 본부장,감독관,조종사 모두가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업무의 특성상 위험직임에도 불구하하고 열성적이고 헌신적이며,그 임무를 성취하고 나서야 행복함을 몸과 마음으로 갖게 된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그들은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를 비판하고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행동파들이었으며 인간의 영원성을 그것에서 찾고 모색하고 있다.

 

남극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향해 파타고니아 노선 우편기를 조종해 오던 파비앵은 바다의 물결로 항구가 가까워졌음을 알듯이 평온한 구름이 보일 듯 말 듯 그리는 잔주름과 그 고요함을 보고 밤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았다.그는 이제 거대하고도 행복한 기항지로 들어서고 있었다..... - 본 문 -

 

이 글에는 우편 조종업무의 총사령관격인 본부장 리비에르와 로비노 감독관,파비앵 조종사가 주인공 및 조연이 되어 야간 비행을 새롭게 길닦는 역정을 있는 그대로 체현하고 있다.쌩 떽쥐뻬리만의 독특한 경험과 사실에 바탕하고 있다.목적을 위해서라면 기필코 해내야 하고 실수나 헛점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 리비에르와 그 밑에서 그의 비위,눈치를 보는 로비노가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읽을 수가 있으며,조종사인 파비앵은 안데스 산맥을 넘으려다 어둠과 회오리바람에 의해 좌초가 되어 어둠 속에 길을 잃고 악전고투와 처절하게 싸워야만 하고 인간의 극한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를 고뇌하지만 이미 벌어진 현실상황인 충돌의 위험을 받아들이게 된다.한편 파비앵은 직업의 특성상 주말 부부가 되다시피하는데 아내와의 짧은 잠자리마저도 달콤한 시간이 되지 못했다.우편 항로를 개설하기 위해 떠난 남편이 돌아올 시간이 되었건만 종무소식이기에 파비앵의 부인은 좌불안석하고 리비에르 본부장과의 대화를 요구하지만 시원한 답변은 듣지 못하고 발걸음을 뒤로 해야만 하는 쓸쓸한 여운만 안겨 주게 된다.

 

야간 비행은 주간 비행보다도 위험과 충돌이 훨씬 크다.맑은 하늘,보름달,바람 없음은 듣기만 해도 쾌청하고 순항이 쭉 이어질 것 같다.그러나 기상상황은 언제 변덕을 부릴지 모르는(돌풍,폭우,번개)것이기에 비행 조종사가 겪는 심리적 위축과 긴장도는 보통 사람도 몇 곱절 크기만 할 것이다.자신에게 맡겨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되 불가항력적인 문제는 하늘에 맡길 수 밖에 없어 순명의 마음으로 체념을 하는 것 같다.본부장 리비에르는 규칙을 철저히 지키려는 냉혹한 조직인으로 비춰지는데,조종사가 어떻게 항로를 뚫고 목적을 달성하느냐가 최선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부하직원들에게 격려하여 조종사들로 하여금 불안감을 해소시키려는 리더의 진정한 면모도 읽을 수가 있었다.

 

안데스 산맥의 장중한 위용은 움추렸던 가슴과 마음을 활짝 펴게 하고 신비함,공포감마저 안겨 준다.

 

안데스 산맥 위의 상공을 태평하게 비행하고 있었다.하얀 눈으로 덮인 산맥은 평온함이 넘쳤다.흡사 장구한 세월이 퇴락한 성에 평온함을 깃들이게 하듯 그 하얀 눈이 거대한 산맥에 형온함을 깃들여 놓은 것이었다.(중략)오직 서로 닿을 듯이 수직으로 오르는 산등성마루들과 일직선으로 내리지르는 암괴(巖塊)의 외투들,그리고 무시무시한 정적이 있을 뿐이었다. - 본문 -

 

쌩 떽쥐뻬리가 비행 조종사로 활약하면서 지중해,북아프리카,남미 등을 비행했던 경험일지 중에 남미 우편 항로를 개척하려던 당시의 상황을 논픽션에 가까우리만큼 잘 묘사해 주고 있다.남미 안데스 산맥의 장관,변화무쌍한 기후,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압권일 정도로 극세함을 느끼게 한다.또한 쌩 떽쥐뻬리가 그리고 있는 서정묘사는 하얀 도화지에 수채화를 그려 놓은 듯이 선명하게 살아 숨쉬는 생명체와 같았다.이 글이 전해 주는 행동적인 돌격성 속에는 인간의 영원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도 마음으로 체득하게 된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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