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림 떨림 울림 - 이영광의 시가 있는 아침 나남시선 83
이영광 엮음 / 나남출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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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수준,의식 수준은 높아졌을지라도 먹고 사는데 바빠서 언제 책 한 권,시 한 수 제대로 읽어 볼 시간,여유가 있을까.돈은 벌어도 끝이 없고 만족이라는 것이 없고 늘 채워 나가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이 새어 나가기만 한다.또한 돈과 물질에 찌들어 살다 보니 마음과 감정은 폐허와 같이 앙상하기만 하다.마음과 감정을 다스리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에 우리네가 살아 가는 일상의 풍경을 담은 한 편의 시를 읊조려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누군가 글을 쓰고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은 가난하게 산다고 했다.이것은 돈과 물질은 빈곤하고 삶은 다소불편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키고 매마른 영혼에 한 줄기 빛줄기라도 넉넉하게 뿌려줄 수 있는 게 글을 쓰는 문인이라고 생각한다.이렇게 고단하고 단조로운 삶이지만 정신력만은 늘 개인의 사리이욕을 떠나 타자와의 관계,결핍된 사회현상 바로잡기,소외된 계층에 대한 위무,힐링 등은 문인들의 글에서 어렴풋하게나마 발견할 수가 있어 글을 읽는 것은 단순히 문자를 해독하는 차원을 떠나 글 속에 담겨 있는 속살을 헤짚어 분류하고 분석하며 예리한 통찰력과 추리하는 힘마저 안겨 주는 삶의 양호한 자양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각박하게 돌아가는 삶 속에서 언제 한 번 홀려보고 떨려보고 울림을 갖어 보았는가.청빈하지만 감성이 풍부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제대로 짚어 주는 시인의 시 한 수는 여기 저기에서 표절하여 신분상승에만 급급하는 일부 계층들의 모작(模作) 백 편보다 훨씬 낫고도 그 남음이 있다.그것은 돈 많고 권력행사하는 나으리와 같은 존재들의 일상이 아닌 대다수 서민들의 하루 하루의 소소하지만 반복되고 불편하지만 정겨운 풍경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삶이라는 것이 고여있는 정체된 물이 아닌 조금씩이나마 유유하게 더 넓고도 큰 대양(大洋)으로 흘러 가는 생명체이다.살아있는 생명체를 함부로 짓밟고 괄시하고 도외시하는 사회는 시의 언어로 절규하고 저항하여 실존의 무서움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오늘 만난 이영광시인의 홀림 떨림 울림은 못살았던 시절의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들이 불렀던 노래였다면 풍요로운 물질 속에서도 늘 텅빈 가슴으로 살아 가는 계층들도 동병상련의 마음과 감성으로 텅빈 가슴,무덤덤하고 매마른 감성에 홀려보고 떨려보고 울림을 당해 보는 것은 어떻까 한다.66인의 시인,67편의 시 모두 이영광시인이 뽑은 시 편들이라 다채롭기만 하다.시인의 감성이 뚝뚝 바닥으로 하강하는 것 같다.서정적이고 상징적인 시들이 많은 것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마치 내가 몸소 겪어 보았던 일상의 풍경들이 많아서인지 쉽게 다가오기도 하고 때론 머리를 쥐어 짜고 시인의 마음 속을 읽어야 하는 고민도 있었다.

 

시는 읽을수록 친근감이 묻어 나고 마치 자신이 겪어 보았던 일들과 연관이 된다면 더욱 마음이 홀리고 떨리며 울림을 받을 것이다.개미떼마냥 길고도 먼 길을 하루도 쉬지 않고 몸과 마음으로 딸린 식구들을 부양하기 위해 애쓰는 우리네 일상들이 한광주리에 여러 가지 색깔의 구슬들로 가득 차 있는 느낌이다.미사여구로 가득 찬 언어가 아닌 질퍽하게 뉜 뒷간의 분뇨 냄새,두터운 얼음벽을 뚫리면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에 놀란 개구리의 기상과 같은 서정적인 시는 정상적인 오감을 갖춘 사람이라면 홀리고 떨리고 울려 오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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