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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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작가의 글은 남성분들보다 여성분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 같다.그것은 사연이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으며 동적인 이야기보다는 정적인 이야기들이 여성들에게 더욱 어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그렇다고 남성팬이 적으냐면 그렇지도 않다.나 역시 신경숙작가와 동향이고 거의 비슷한 연배이다 보니 언어적인 면이나 어릴 적 비슷하게 살아 왔던 환경적인 요소가 매우 친밀하게 다가오며 그 기억과 추억이 새록새록 내 몸과 마음 속으로 깊게 침잠하고 있기에 좋아하는 이유이다.

 

고향을 떠나 객지에 오래 머물게 되면 그 객지도 고향이 되어 버리고 까마득한 옛 일은 꿈 속에서나 가끔 나타날 법하다.현실 속에서 사람들과 부딪히고 깨지고 마모되면서 사람다운 모습으로 변해 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닐까 한다.그런데 신경숙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어린 시절 태어나 자라던 고향 부모님,형제,산천의 모습들을 선연하게 비춰주고 추억 속으로 푹 빠지게 하는 정겨움이 충만하다.나아가 사람과의 관계망을 톡톡 건드리는 것이 아닌 담 너머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왁자지껄하는 모습을 갓 시집 온 아낙네가 수줍은 모습으로 바라보고 마음 속으로 삭히는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이번 <종소리>에는 6편의 단편이 소개되고 있다.내용은 제각각 사연과 특색이 있다.

 

표제작 종소리는 17년간 잘 다니던 회사에서 구조조정된 남편이 마치 날아 온 새와 같다는 종소리에서는 한 지붕 아래 함께 살아왔건만 살가운 기색은 없다.남편이 일벌레가 되어 버리고 아내는 조용히 뒷바라지를 하다 보니 정작 부부간의 스킨십다운 스킨십이 없었던 듯 아내는 그 간 고층빌딩에서 일하던 남편의 모습만 그려 보는 부부간의 진정한 관계망을 집으로 날아온 새에 비유하는 것 같다.우물을 들여다 보다 이사를 하던 한 여자의 이야기가 소개되는데 우물 속에 비친 빛이 죽은 사람의 넋이고 그 넋이 다시 환생하여 돌아오리라는 몽환적이고 고독한 분위기가 감돈다.

 

물속의 사원은 주인공 다방여자가 타인의 건물을 빼앗으려 휘두른 폭력으로 일자리를 잃고 타인과의 유대감마저 멀어져 관계가 단절되는 이야기이다.달의 물은 작가의 고향 언어가 물씬 배어있다.오빠의 이혼으로 손녀를 키우는 조부모의 애틋한 얘기와 화자의 귀향기가 현실적으로 큰 갭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혼자 간 사람 한 작가의 죽음을 생생하게 그려 내고 있다.2002 월드컵의 열기와 고독이 서린 한 작가의 얘기를 들려 주고 있다.

 

부석사는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면서 몇 마디 주고 받은 걸로 남녀가 꿀꿀함을 달래려 부석사로 향하는데 목적지 부석사에는 당도를 하지 못하는데 두 개의 사연이 있다.공통점은 서로 친숙하지 않은 관계라는 점이다.1월 1일이라는 특정 날짜 두 명 모두 누군가를 만나기로 약속을 했지만 내심 만나고 싶지 않아 부석사를 택했다는 이야기이다.이야기 속에는 애완견이 동행하는데 서먹한 관계를 완화해 주는 미메시스적(춤.몸짓.얼굴표정 등에 의해 인간.신.사물 등을 모방) 상징물로 작용한다.

 

6편의 단편이 고독한 현대인을 상징하기도 하고 관계 단절,소통의 부재를 작중화자로서 그려 내고 있다.글의 분위기가 마치 옆에서 관전하는 듯한 생동감이 넘치기도 하고 (약간은)몽환적이고 신화적인 느낌도 있었으며 사람과 환경과의 융화해 가려 하지만 그 현실적이든 감정적이든 그에 미치지 못하는 한계상황도 발견할 수가 있었다.가장 인상적인 것은 현대인의 고독이 물과 기름과 같은 사이에서 빚어내는 관계의 단절,원만하지 않은 소통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따뜻한 분위기보다는 차가운 분위기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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