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참
성석제.윤대녕 외 지음 / 북스토리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논일,밭일을 하다 보면 때와 때의 사이에 휴식을 취하면서 틉틉한 막걸리를 비롯하여 간단한 장국수라도 내오는 새참거리가 있다.작고하신 할머니는 논일 중에 김매기,모심기,벼베기,보리베기가 있을 때면 으례 오후 3~4 정도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장국을 들고 오신다.할머니 뒤에는 바둑이가 졸졸 따라 온다.날도 화창하고 그들도 있기에 음과 양의 궁합이 척 들어 맞는다.또랑을 건너 논길로 걸어 오시는 할머니의 발걸음은 삶의 연륜만큼 무겁게 느껴지지만 얼굴에는 농부들이 허기를 채우고 농사일을 잘 해주기를 바라셨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할머니의 광주리를 받아서 풀밭에 내려 놓으면 방금 삶은 국수가 야들야들하게 윤기도 좋다.멸치,다시마간장으로 말갛게 우려낸 장국을 국자로 떠서 국수 그릇에 부어 놓으면 국수는 고명과 함께 농부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 주기에 족하다.물끄러미 앉아 있는 바둑이에게도 멸치 국물에 만 국수를 건네 준다.호르륵 호르륵 새참 시간이 매우 정겹고 창공에 떠있는 구름들도 농부들의 새참거리를 구경하듯 유유하게 흘러 가는 정겨운 그 시절이었다.

 

살아가는 것이 새참과 같은 시간이 자주 찾아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격무,목표 채우기 등의 업무 스트레스에 들어오는 수입마저 적다면 사는 맛도 모래알을 씹는거 같고 입에서는 단내가 날 것이다.분위기를 띄우고 그것을 챙기는 누군가가 (어느 정도)정기적으로 새참거리가 사무실 안에서 일어난다면 잠시나마 뻐근하고 침침했던 시력을 되살려 주고 허기진 욕구도 채울 수가 있어 심신이 충전되고 새로운 기분으로 사무실이 돌아갈 것이다.

 

이 시대의 재담꾼으로 알려진 성석제작가를 비롯한 16인의 작가들이 무미건조하고 팍팍한 현대인들의 심성에 단비와 같은 신나고 즐겁고 행복한 웃음을 유쾌발랄하게 전해 주고 있는 이야기의 새참은 웃으면서 감성을 되찾고 긴장감을 완화하여 마음의 여유마저 안겨 주게 한다.새참거리 이야기가 풍부할수록 인간 관계도 코팅과 같이 광택을 더해주고 지리한 가뭄 속의 단비와 같은 작용을 할 것이다.

 

나는 그때처럼 조금씩 몸을 움직여 그에게도 다가갔다.그때처럼 부드럽게 꼬리를 흔들고 지느러미를 세우며 내게로 유영해올 그를 기대하면서... - 고은주 우리는 섬으로 간다 -

 

표현이 참신하면서 쏙 몸속으로 숨은 감각을 자극시킨다.또한 엔돌핀과 도파민 호르몬을 분출시키도 하기에 세포들도 영양제를 맞은거 마냥 되살아 나게 되고 삶도 재미있어진다.삶이 재미없고 팍팍할 때 질 때 새참거리와 같은 이야기는 삶의 활력소 및 자양분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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