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수필 2 - 수필에 길을 묻다
법정(法頂) 외 지음, 손광성 외 엮음 / 을유문화사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수필(隨筆)의 글자 의미는 붓가는 데로 쓴다가 아닐까 한다.어떠한 형식이 규정에 얽매이지 않은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에 두고 그려 나가는 담담한 고백체가 아닐까 한다.고담준론의 성격도 아니고 내용 없는 천박한 이야기도 아니다.개개인이 겪으면서 마음으로 몇 번이고 되새김질을 하고 세인들 곁으로 다가오고 있는 글이 수필이라고 생각된다.

 

수필에는 개인과 시대의 아픔과 고통,사랑과 행복,꿈과 소망,존재의 위상,회고,우리들,경험담,생활의 예지가 녹아져 가고 있다.추운 겨울 날 양지 바른 툇마루에 아낙네들이 마루에 걸터 앉아 도란도란 사연을 나누기도 하고,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 인적이 끊긴 산사의 스님이 싸각싸각 눈을 쓸고 있는 경내의 일상이 연상되기도 하며,사랑을 잃고 상처 투성이인 채 속앓이를 푸념하는 사연들도 수필로 담아내기에 적격이라고 생각한다.

 

탈산업화로 인해 고객이 우선이고 의식 구조도 개인주의 위주로 흘러 가고 있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과 사람에 의해 세상이 움직여지기에 수필 속에는 살아가려는 생존 속에서 밥그릇 다툼으로 삶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치열하게 살아 온 시간과 세월이 먼훗날 '그런 일도 있었지'라고 길게 회심의 미소를 짓는 일도 수필은 얼마든지 포용할 수 있는 문학의 그릇이다.

 

시적 형식,소설적 또는 희곡적 형식을 취할 수 있는,실험적 가능성도 있는 다양한 수필 영역은 열린 형식의 문학이다.이 글에 수록된 다양한 제재,작가들이 들려오는 삶 속에서 보고 듣고 깊게 느낀 체험,회고담은 대개가 정적이고,일반적이고,감성적 성격이 대부분이다.현대적 삶도 보여 주지만 예스러운 흑백사진이 담긴 사연도 있다.허구와 사실의 경계에 있을 법한 수필은 체험이 위주가 되고 체험의 언저리에 놓여 있는 생각을 끄집어 내고 있기에 읽으면 읽을 수록 씹히는 맛이 있고 나와 너가 살아가는 한 부분이기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이어령,목성균,장영희작가 등 49인이 한국의 명수필을 장식해 주고 있다.결코 딱딱하지도 않고 허구적이지도 않다.자신의 속내를 있는 그대로 절친에게 고백하고 있는거 같다.그래서 순진무구한 담담함마저 느끼게 하기에 나는 수필을 좋아하고 예찬하게 되었다.또한 시간과 세월은 쉼없이 흘러 가기에 작가들이 들려 주는 글들을 읽고 또 읽으면서 내 삶에 힘이 되어 자양분으로 삼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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