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최인호 지음, 구본창 사진 / 여백(여백미디어)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나도 나이가 이제 들어가는 시기이다.어떻게 살아 왔는지도 모를 만큼 나와 가족을 위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일과 행복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살아가는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기에 때로는 실의에 빠지기도 하고 일이 풀리지 않아 마음 고생을 하기도 하고 있다.나이을 먹어 가면서 다가올 날도 잘 대비하여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은 아버지가 되고자 한다.

 

나를 세상의 빛을 보게 한 부모님의 은덕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의미와 가치를 안겨 준다.성장 기간 내내 투정과 불만을 다 들어 주면서 당신들 힘든 내색 하지 않으며 키워 준 정을 생각하면 억만금을 주고도 갚지 못할 것이다.자식은 부모의 슬하를 떠나 멀리 떨어져 살아도 늘 자식들이 잘 되고 행복하게 살아가 주기를 빌고 또 빈다.어쩌다 한 번씩 찾아 뵈면 하루가 다르게 뼈가 삭아가고 얼굴은 주름투성이에 근력도 없어져 가는 모습이 애처롭고 안타깝기만 하다.경제적 여력이 좋으면 생활비라도 두둑하게 드리고 싶지만 많이 드리지를 못한다.그럴 때 어머니 속마음은 어떨지 모르지만 늘 "너희들도 쪼달린 텐데 무슨 돈까지 주니? 와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라고 하신다.

 

아버지께서 중풍,당뇨,폐렴 등의 숙환으로 오래 고생하시다 2005년에 작고하시고 이제는 어머니 홀로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시고 계신다.이웃에 남동생이 있어 내 대신 자주 전화하고 들러서 안부를 묻기도 하고 가끔 심심하지 않게 시골로 여행을 함께 다닌다고 한다.바람도 쐬고 옛 동무들도 만나서 이런 저러 얘기를 하다 고향에 돌아 오면 우둑커니 혼자가 되고 혼자 밥,빨래를 손수 하기가 귀찮아질 때도 많다고 한다.그래도 자식들에게 잔소리 안하고 마음에 차지 않은 일이 생기면 의견 트러블이라도 생길까 봐서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단다.

 

시간과 세월이 흐르면 삼라만상이 변화하고 계절에 따라 자연의 섭리가 변하듯이 짧은 인간의 삶도 언젠가는 자신의 전세로 돌아가게 된다.희생과 사랑으로 자식들을 키우고 생을 마칠 때에는 치매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최인호작가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아과 반목,그리움과 용서,가족애,영혼의 에피파니(Epipahny)로 잘 녹아져 있다.

 

작가의 형제자매가 6남매이고 다섯 번째인 최인호작가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소중한 추억과 학창 시절 어머니께서 학교에 찾아 오셨던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추억들을 그려 내고 있다.일찍이 남편을 잃은 어머니는 하숙집을 운영하면서 6남매를 거뜬하게 길러 낸 희생과 사랑의 상징이다.최인호 어머니는 제 할머니와 같은 연배이시기에 나는 어머니보다는 할머니와의 추억도 많이 상기되어 왔다.아주까리 기름을 머리카락에 구석구석 곱게 바르고 하얀 한복을 입고 어딘가를 총총 걸어 가시는 옛 모습이 오버랩되곤 했다.

 

인스턴트 식품,간편한 요리로 자식들의 허기를 채워 주는 대부분의 현대 어머니의 모습과는 다르게 다가오는 옛날 어머니의 존재는 인위적으로 꾸밀 줄도 모르고 있는 그대로의 것을 당신들의 손과 머리로 삶고 볶고 데치고 구워서 한상 가득 차려 오는 어머니의 모습과 그 속에 담긴 사랑과 정성의 맛은 정갈하고 투박해서 그리워진다.다시 돌아갈 수 없는 옛날의 어머니에게 한없이 고맙기만 하다.지금 살아 계실 때 한 번 더 안부도 묻고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 가려 한다.살아 있다는 것이 다행이고 흐믓하다는 생각을 안겨 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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