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남자의 문제
하워드 제이콥슨 지음, 윤정숙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다양한 민족과 언어가 살아 숨쉬고 포용하고 있는 나라인 영국에 중년 남자 둘과 인생의 황혼을 맞이하고 있는 남자들의 얘기는 이와 비슷한 나이,처지에 있는 사람이라면 읽으면서 자신의 삶을 한 번쯤 되돌아 보고 '나'라면 지근에 있는 벗과 멘토와의 관계를 이어가야 할지를 잔잔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사십대라면 어느 나라이든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가정에서는 자식들의 교육과 노후 문제,부부간 사이,경제 문제 등으로 안팎으로 고민과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텐데 이 글에서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문제보다는 민족성(유대민족)과 관련한 얘기가 주를 이루고 유대민족이 시대와 역사 속에서 어떠한 점철을 밟아 왔으며 유대민족의 우월성과 비중을 놓고 경계인에 처해 있는 주인공 트레스러브는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데,친우인 핑클러와 옛 스승인 리보르가 그에게 전해 주는 얘기를 통해 그는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다소 우유부단한 면을 보여 주고 있다.

 

주인공 트레스러브의 삶은 작은 불운들의 연속이고 홀로 한창 클 나이에 있는 두 아들을 부양해야 하는 시기이며 늘 고민과 번민의 연속이다.그에 비하면 핑클러는 다소 쾌활하고 이지적이며 유대민족에 대한 우월성을 트레스러브에게 전하고 스승이었던 리보르도 인생의 황혼기이지만 지적인 면에서는 시들지 않은 맑은 정신을 간직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트레스러브는 헤프지바라는 여인을 맞이하면서 그의 삶은 예전보다는 활기를 되찾게 된다.하지만 청소년기에 있는 두 아들은 헤프지바를 마음적으로 멀리하게 되는데 트레스러브에겐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고 헤프지바가 그를 알아주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위안과 희망을 찾게 되고,영국 유대 문화 박물관의 부큐레이터로 일하는 트레스러브에겐 유대인의 친구,스승,헤프지바를 곁에 두고 그들과 주고 받는 만남과 대화를 통해 자신과 헤프지바와의 관계를 묶어 주고 떠나게 하려 했던 이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트레스러브는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결국 트레스러브는 헤프지바와의 사랑이 식어가고 친구인 핑클러를 비이성적으로 질투하며 유대 문화 박물관에 대해서도 반대하게 되는데, 이것은 모두가 스승인 리보르가 꾸민 고단수의 계략이라고 생각한다.그의 삶 자체가 소극(笑劇)이고 우스꽝스러운 것투성이로 끝나게 되는데 그것은 그에게 비극이나 장려함은 애초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그는 과연 유대 문화 및 유대민족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했던 것일까?

 

가정을 갖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막중한 의무를 띠고 있는 중년의 남자는 점점 더 행동반경이 좁아지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해본다.절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의 관계도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거리감이 더욱 멀어지며 그 숫자도 줄어들게 되는게 서글프기도 하고 씁쓸한 맛을 느끼게 된다.이해관계로 맺어지지 않았던 사이일지라도 삶의 시간과 세월 속에서는 보이지 않은 생각과 감정 등의 문화적 갭이 온존하고 있음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데,민족이라는 문화적 갈등과 경계선상에 있던 주인공 트레스러브는 정신적으로 휘청거리는 몸을 비틀거리며 한 잔의 술로 그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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