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년 서울을 걷다 - 버튼 홈스의 사진에 담긴 옛 서울, 서울 사람들
엘리어스 버튼 홈스 지음, 이진석 옮김 / 푸른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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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간 시절과 역사는 후대를 살아가는 후손들에게 많은 영감과 교훈을 안겨 준다.참담한 역사의 뒤안길도 있을테고 찬란한 영화가 그림처럼 아롱질 것이며 개인부터 위정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사를 안겨줄 것이다.조선 후기 구한말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려 있던 시기였고 성리학에 바탕을 둔 유교의 국가,은둔의 조선은 남존여비와 관료들의 부패와 무능이 더해져 한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던 가련하고 암담한 시절이었기에 이 도서를 읽어 가면서 많은 것을 생각케 했다.

 

 

 

 

 여행가 및 사진 작가로 19세기말 각국을 유람하던 저자 버튼 홈스의 서울의 모습은 이색적이고 순박하며 위정자와 백성들의 대조적인 삶과 당시의 거리,풍습,정치상황 등을 보여 주고 있는데 청.일전쟁이 막을 내리고 일본의 세력이 차츰 조선에 발을 내딛으면서 그 세력의 기운이 여기 저기 나타나 있음을 실감케 했으며 이 사진은 저자의 통역사 박기호씨의 가족 사진이다.망건을 두른 남자가 박건호씨이고 그의 개방적이고 솔직하며 자연스러운 모습이 인상적이다.사진 찍는 것을 혼이 날아간다고 하여 대개는 사진찍기를 꺼려 했던 순진무구한 당시의 백성들의 생각과 관념과는 대조적이다.

 

1901년 무렵은 작고한 할아버지가 두 살이고 이모 할머니가 태어나던 해이며 할머니의 오빠가 세 살이었던 시절이다.당시 조선은 고종이 주체적인 임금으로 거듭나기 위해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내세우고 황제로 자칭했던 시절이지만 일본이 경부철도와 경인선을 세워 물자수송과 침략의 발판을 발호하려 했던 시절이었던 것도 눈에 띈다.

 

 

 

 당시 서울역이 현재 이화여고 자리에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의 서울역 주변의 모습이 아스라하게 다가오며 허허벌판과 같이 황량하며 차츰 외세가 물밀듯이 들여올거 같은 암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느낌을 받게 되며 중국 연태(당시는 츠푸)에서 제물포에 당도하고 서울까지 오는 길에 마주친 조선인들의 모습은 하얀 광목에 망건과 상투,지게꾼(지지보이)들과 쓰게치마를 두른 여인네들의 모습 등도 1세기전의 모습이었기에 선조들의 한숨과 숨결이 투박하게 전해져 오는거 같다.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의 영정사진이다.사진 속의 모습은 갖은 풍상을 겪은 탓인지 세상을 체념과 관조로 바라보는 듯하다.1898년 서거하기 전에 찍은 사진인거 같다.암묵적으로 며느리 명성왕후 시해를 묵인한 그였기에 권력의 무상함과 비열함을 동시에 느낀다.

 

 

 

서울 남대문 앞 시민들이 저자 거리에 나와 물건을 흥정하고 주막을 드나들며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세상살아가는 얘기가 전해져 오는거같다.

 

 

 

 

 다양함을 자랑하는 당시의 조선의 모자로 흑립,정자관,남바위,길모,초립이 곰방대를 물고 뻐끔뻐끔 궐련을 피우고 있을 당시의 어른들의 모습이 삼삼하다.

 

 

 

한강 철교가 막 부설되었지만 한강변에서 여의도쪽으로 가는 길은 나룻배 등이 유일한 교통 수단이고 사진은 마포나루 쯤일거 같다.언덕배기에 가뭇하게 서있는 민가와 나룻터에 부산나게 움직이는 백성들의 일상이 정중동 그대로이다.

 

 

 

다닥다닥 처마가 빼곡이 연결되어 있는 흙담집과 초가,동구밖과 우물가의 아낙네들이 담소하는 모습이 정겹게만 다가온다.

 

 

 

 일본 군인들이 도열하여 행진하는 모습이 다가올 을사늑약과 한일합방이라는 비운의 조선을 암시하고 있다.

 

 

 

 

당시 서너살이었던 황태자비 이은(垠)과 고종황제,아들 순종이 나란히 서있다.고종과 순종은 기울어 가는 조선을 어떠한 구상과 목표로 되살리려 했을지 잔뜩 굳어 있는 표정에서 고뇌와 회한이 서려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서울 명동성당에서 바라본 서울 중심부의 거리와 기와집들의 한산한 모습이다.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구한말 서울의 모습을 사진이라는 기록을 통해 부분적이나마 당대의 시간과 공간 속을 탐방하게 되었다.갓,쓰개치마,흰 광목,상투,지게,민초들의 고단한 삶과 외세 앞에 위정자들의 고뇌와 한 숨섞인 회한은 뒤쳐진 문명 개화와 관료들의 부패와 무능,국력의 쇠잔함 등이 결국 일본에게 외교권을 빼앗기고 나라 잃은 설움과 이념과 사상으로 강국들에 휩싸인 채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한반도의 분열이 현재까지 진행형으로 남아 있어,국가의 의미와 운명을 깊게 생각하고 지난 시절을 통해 역사가 주는 교훈을 새삼 가슴 아프게 음미하는 뜻깊은 시간을 갖게 되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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