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기억의 파괴 - 흙먼지가 되어 사라진 세계 건축 유산의 운명을 추적한다
로버트 베번 지음, 나현영 옮김 / 알마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국가의 혼과 미,정체성이 오롯이 담겨져 있는 건축물과 창작 작품은 사회 구성원들 뿐만 아니라 예술을 탐미하고 연구하는 이들에게는 더 없는 심미함과 창작의 영감을 불러 일으킨다.또한 인류가 시작되면서 세계에 손에 꼽을 정도로 찬탄을 금치 못하는 인류 4대문명을 비롯하여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문화재산까지 포함하면 인류는 먹고 살기 위한 존재를 넘어서 후대에게 소중한 정신적 유산을 남겼다고 생각한다.문화재산은 한 사회의 재산일 뿐만 아니라 전인류가 오래도록 보존해야 할 재산이 아닐까 한다.

 

 

'숭례문'소실 소식이 엊그제 같다.언론매체에 의해 활활 타오르는 안타깝기 그지없던 순간과 문화재를 잃은 국민들의 비애와 자탄의 목소리를 감지하고 나 또한 문화재를 사랑하는 한사람으로서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지금도 가끔 숭례문 주위를 돌아 갈 때 내 마음 속엔 새롭게 만드는 것보다는 이를 보전하기 위한 국민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그리고 정부의 문화재에 대한 정책실현과 각별한 보호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비단 숭례문 뿐만이 아닌 일제총독부에 의한 '광화문'이 철거되고 조선총독부가 세워진 일은 나라 잃은 약체국의 설움과 속절없음에 다름 아니다.

 

 

이 도서는 세계 2차대전에서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참화 속에 스러져 간 건축물,도서관,미술관은 역사의 기억의 저장고이자 특정 집단의 현전을 과거와 잇고 현재와 미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증거물들이 국가간 영토확장,종교,부족간의 갈등에 의해 처참하게 한 줌의 흙으로 변한 몰골을 생각하니 참으로 안타깝고 가해국 및 명령권자의 지성은 과연 몇 점일까? 전쟁은 독자적 현상이 아니라 다른 수단을 통한 정치의 연장이라고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의 격언을 되새겨 본다.

 

보스니아 내전의 스타리 모스트,사라예보 국립도서관,세르비아의 모스타르 정교회 성당,바덴바덴의 시너고그(유대인 예배당),보스니아의 오스만제국 시대의 모스크,아르메니아의 수도원,9.11테러(세계무역센터),더블린 법원 건물,영국 길드 집회소,세인트 폴 대성당,중국의 티벳 건축물,탈레반에 의한 석불 두 기,베를린 장벽의 희생자 화해의 교회,터키군의 키프로스 침략을 기점으로 그리스 유산 등이 정치 전쟁,종교 전쟁,내전 등으로 소실되고 한 줌의 흙으로 변하고 말았다.다행히 2차 세계대전중 파리만큼은 문화재 소실로부터 기적적으로 살아나게 되었다.뜻있는 독일 장군에 의해 히틀러의 명령보다는 문화재의 소중함을 길고도 멀리 내다볼 수 있었던 혜안이 있었기에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건축물의 파괴가 위주가 되지만 가해측의 파괴 음모와 양상을 보면 그들은 문화청소,테러,정복과 혁명,분할(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낳은 비극 등을 엿볼 수가 있다.인종청소와 문화청소는 병행되었다. 집단 기억과 공유의 역사 그리고 장소와 건축 환경에 대한 애착심,나아가 가해측의 표적인 공동체에 속한 동시대인의 목숨은 물론 역사의 존재까지 말살하기 위해서였고 묘지와 기념물까지도 모두 포함된다.

 

 

탈레반에 의해 처참히 파괴되고 수많은 인명이 스러져간 9.11테러는 미국이 전세계의 우상이 될 만큼 중동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미국이 자신들의 문화적,정치적,경제적인 권력으로 오염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은 무슬림을 예솏키려는 '시옩의자 십자군 동맹'의 선봉장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알카에다의 실권자의 말을 인용하면 "십자군과 유대인은 살인과 유혈 참사,불붙은 건물이라는 언어밖에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듯 묵은 원수의 념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그들의 시계(視界)안에 들어오는 서구의 대사관과 기업 건물을 목표물로 삼았고 미국과 이슬람 관계는 이라크 전쟁을 통해 수많은 문화재와 인명 살상이 자행되고 잔인한 역사의 기록으로 잊혀지지 못할 사건이다.

 

 

비문명인,즉 이웃의 야만인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문명인의 공포는 역사도 깊다.정착민이 유목민 무리를 만났을 때 느끼는 공포,이질적이지만 질서 잡힌 도시의 주민들이 편협한 부족주의의 태동을 지켜보며 느끼는 공포이기도 하다.그 대표적인 도시 사라예보이다.모스크와 로마의 카톨릭교회,정교회가 어우러진 곳인데 세르비아인들이 배척해야만 하는 완성미와 예술적 가치가 녹아 있는 건축물로 모여 있는 곳으로 문화재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웠던 모스타르 주민과 무슬림을 극도로 혐오스러워했던 크로아티아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모스타르의 다리'는 사라지고 말았다.

 

 

전쟁에 의해 불태워지고 재건되는 경우도 있고 다른 건물로 새로 지어지는 경우도 있다.원폭으로 피해를 입은 히로시마는 전면적인 재건이 불가피했지만 그 파괴의 물리적 흔적을 말끔히 없애는 이유는 트라우마를 잊기 위함일 것이다.그러나 값비싸게 얻은 교훈에는 증거가 필요하기에 참상의 현장에 사건의 물리적 현현(現顯)이 필요하고 과거를 회피하기보다는 기록하고 설명함으로써 그들 나름의 쓰라린 역사적 교훈을 후대에게 보여 주고 그것을 기념하는데 진일보한 것으로 보여진다.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은 진실이다.

 

1954년 헤이그협약과 추가된 제네바협약 의정서에 의거해 집단학살과 인도에 반하는 기타 범죄를 기소할 권한에 더해 기소 면제권한까지 명시하고 있다.물론 여기에는 전쟁법과 전쟁 관습법을 위반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 군사적 필요에 의해 정당화되지 아니하는 도시와 마을,촌락의 고의의 파괴나 손상

* 무방비 상태의 도시와 마을,거주지나 건물에 대한 모든 수단의 공격이나 폭격

* 종교,교육,예술,과학 또는 자선 목적의 시설과 역사적 기념물,예술과 과학의 결과물를 몰수,파괴 또는 고의로 훼손하는 행위

* 공공재산 및 사유재산의 약탈

 

전쟁은 어떠한 명목으로든 인류가 보전해 나가야 할 건축물,예술작품,기념물 등에 이르기까지 파괴하고 훼손해서는 더 이상 안될 것이다.개인의 영웅심과 침략행위가 문화와 인종청소로 이어지는 일은 21세기엔 더욱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우주와 지구를 살리는 금융위기,기후문제,식량문제,생태계 오염 문제 등에 더욱 실질적이면서도 현인류의 질적인 삶의 제고를 위해 정책타협안을 기초로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왜냐하면 인류는 우주라는 대자연이 준 시혜를 잠깐 빌렸다가 되돌려 주어야 할 숙명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