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봤다 - 개정판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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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면서 강하게 자리매김되고 있는 것은 일상에서 벌어질 법한 현실성과 생동감보다는 앞선 세대의 생각과 감정을 담고 있으며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면보다는 나약한 인간의 본질을 앞세워 세상 일에 대해 체념화하고 생각케 하는 결코 희극이 아닌 비애조라는 생각이 든다.소소한 일상의 풍경을 41개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들이 엮어가는 얘기는 촌스럽고 우스꽝스러우며 시대착오적인 냄새마저 물씬 풍긴다.

 

세상 물정 모르는 사업가 이용원과 앞뒤 계산없이 사는 작가 강현수의 이야기가 이 글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다.이용원은 할아버지가 호랑이를 잡아 눌렀다는 기개와 의협심만으로 직장을 여러번 바꿔가지만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가지 못한다.그가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것은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관리해야 하는데 자기 마음에 드는 직원을 찾으려 하지만 허무맹랑한 고객수와 숫자 놀음만 머리 속에 계산할 뿐 그가 하는 사업은 영 신통치 않다.원고료를 미리 받고 원고청탁 마감일에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글쟁이 강현수의 삶 역시 그리 화려하지는 않다.하필이면 그가 쓰는 글 제목이 <호랑이를 본 장군>이고 이용원의 가족사가 암암리에 밝혀진다.또한 강현수는 미리 받은 원고료를 다 써버리고 수중엔 한 푼도 남지 않았는데 설상가상으로 '대한민국 대표 명사 인명록 대사저'에 강현수의 이름을 올려야 하기에 출간비용으로 약간의 비용을 입금하라는 편지까지 들이닥치며 강현수는 좌불안석하며 간신히 원고작성을 마친다.

 

강현수가 쓴 <호랑이를 본 장군> 스토리는 한 나그네가 사랑에 눈이 멀어 주어진 삶을 포기하고 길을 나섰지만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보니 인간의 본능인 배고픔과 목마름,잠이 쏟아지는 것에 스스로 사랑 찾는 것을 체념하는데 나그네 앞에는 호랑이 한 마리가 입을 떡 벌리고 자신을 향해 포효를 퍼붇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는 '걸음아 나 살려라'는 살아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데구르르 굴러 평범한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 왔다는 얘기다.

 

이용원의 잇다른 사업 실패 속에 데구르르 구르는 모습이 <호랑이 본 장군>에 나오는 나그네가 이용원이 아닐까 한다.인간은 세속을 초월하려 하지만 언젠가 다시 세속으로 돌아오고야 마는 평범하고도 나약한 존재일지도 모른데 아이러니하게도 강현수의 작품 속에 이용원의 자화상이 담겨져 있고 그 자화상은 평범한 세인들이 아닐까 한다.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냥 읽고 넘어가는 무심한 보다는 얘기 속에 담겨져 있는 속뜻이 인간이 갖고 있는 찰라주의적 영웅심과 극히 인간다운 모습으로 돌아오고야 마는 중간단계의 인간 모습을 은유화하지 않았나 싶다.작가의 말처럼 웃을 수도 울음 수도 없는 경계에 대다수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그저 평범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삶 속에서 나 자신을 들여다 보는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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