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줴의 겨울
디안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만큼 이야기의 분위기가 냉랭하기도 하고 한바탕 폭풍이 일어날거 같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와 가족애가 무엇인지를 잔잔하게 알려 주고 있다.중국 랴오닝셩의 룽청이라는 곳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한 가족의 알듯모를듯한 얘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오밀조밀하게 작가의 재치있는 문체와 입담으로 시종일관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와 대화형식이 어떠한 가정에서 유사하게 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나름대로 해봤다.바로 주인공은 시줴(西決)이며 정(鄭)씨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지만 돌연 발생한 질병으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마저 비통함을 못이겨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시줴는 백부모보다 숙부(작은 아버지) 밑에서 친부모마냥 대하면서 한 시절을 보내는 청년이다.

할아버지가 정신적 유산으로 남긴 손자.손녀들의 돌림자를 동서남북의 이름자를 따서 큰 집 자녀는 정둥니,둘째는 정시줴(주인공),셋째는 정남인,네째는 생전에 보질 못했지만 뻬이뻬이로 할 것을 유언으로 남긴다.참 특이하고 중국식 발상이 아닐까 싶다.또한 결혼하지 않은 막내 삼촌까지 작은 집에서 기거를 하니 사촌 형제들끼리의 개성은 제각각이다.첫째 둥니는 백부모의 영향 탓인지(얼굴은 쫙 뺀 미인이지만)충동적이고 감정적이며 시줴는 무덤덤한 무개성의 소유자이다.난인은 약간 어리숙하고 덜 떨어진 감각의 소유자이며 작은 삼촌은 자신의 직업(고교교사)을 앞세워 뭔가 내세우고 잰체하는 성격의 소유자이다.가장 못말리는게 큰 아버지와 큰 어머니 밑에서 자란 둥니이다.그녀는 싱가폴로 유학을 가고 캐나다로 가서 캐나다인과 결혼을 하지만 제 성격을 못이겼는지 진득하게 살지를 못하고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돌연 귀국한다.

천옌이라는 애인을 갖은 시줴는 작은 삼촌에게 빼앗기고 작은 삼촌은 뻬이뻬이라는 아이를 갖게 된다.시줴의 나이 25살,한창 젊은 시절 도화지에 삶을 설계할 시기에 부모님을 잃고 절망의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으나 사촌 형제인 둥니,난인,백부모,작은 삼촌 등과의 중간 입장에서 감정을 내세우지 않으며 차분하게 대하고 그들과의 관계균형을 잃지 않으려 하는 건실한 청년이라는 생각이 든다.커다란 이슈도 없지만 그렇다고 원만하고 화목한 가정은 더욱 아니다.흔히 있을 수 있는 한 가정의 일상을 스케치하듯 가족 구성원간의 알콩달콩한 얘기의 전개가 친근하면서도 (중국식 사고표현일지 모르지만) 약간은 낯선 점도 자각하게 된다.저자는 중국의 중견작가인 장윈의 딸이기도 하여 한 가족의 가족사를 관심있게 읽었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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