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단 하루가 남아있다면 - 삶의 끝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
김인선 지음 / 서울문화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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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가족화가 진행되고 부모와 자식간의 애틋한 사랑과 감정이 예전같지만은 않다.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다들 먹고 살기 위해 힘겹게 살아가고 곁에서 말벗이 되고 돌보아 주어야 할 노인들의 거처가 불안스럽기만 하다.경제적으로 넉넉하고 가족간에 유대관계가 깊은 집안은 그럴리가 없겠지만 경제적으로 부양능력이 없다든지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는 자식들에 의해 힘없고 병든 노부모들은 요양원 등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다.모든게 돈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요양원 역시 병이 든 노부모를 일정기간 경제적 지원을 해주어야 하겠지만 그것도 할 수가 없다면 말 그대로 '독거노인'의 참담한 여생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내게 단 하루가 남아있다면 나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지나온 시절을 회고하고 남은 가족에겐 미안함과 고마움,얼마간 갖고 있는 유무형의 재산을 정리하고 모든 것을 비울 수가 있을지를 내내 생각케 했다.'삶과 죽음은 하나'라고들 하지만 죽음 역시 치열하게 살아가려는 본능 못지 않게 죽음에 대해서도 부단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지금의 나이에서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이 부질없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오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고 하지 않는가.돈과 명예,권력 모두가 살아있을 때 소중하고 행복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다만 죽음 앞에선 모든 것이 허무하고 덧없는 안개와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내가 질병에 걸려 사경을 해매고 있을때 마지막을 외롭지 않고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게 곁에서 말벗이 되어 주고 지나온 삶을 하나 하나 정리하고 후회없는 죽음이 되도록 지켜주는 이가 있다면 쓸쓸한 죽음보다는 몇 갑절 낫지 않을까 한다.

간병인,간호사와는 달리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고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가 되도록 소외당하고 무관심으로 죽음의 막바지에 처해 있을 외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을 몸과 마음을 다해 보살피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줄 '호스피스'는 사랑과 자애,동정과 연민,환자와 내가 일체가 되는 따뜻한 자비심,인내와 초탈의 경지 등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저자는 파독 간호사로서 독일에서 간호 업무로 수많은 세월을 살아오고 은퇴를 하면서 이제는 병들고 외롭고 쓸쓸한 죽음 앞에 이른 독일에 남겨진 파독 광부,간호사들의 황혼의 모습을 직접 찾아 다니면서 '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는 이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보듬어 외롭지 않게 삶을 마감하도록 멘토로서의 열과 성을 잔잔하면서도 때론 가슴 뭉클한 사연 앞에 '나도 저러한 신세가 된다면'어떻까 라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질 때도 있었다.

지극히 나약한 인간이기에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은 회한과 후회로 점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지금을 충실하게 살고 '나'를 버리고 '남'을 배려하고 살아가는 착한 삶을 살아가도 죽음 앞에선 채워지지 않는 뭔가가 있기에 마음 속엔 구차하게 삶을 연장하고저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저자가 담담하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집착을 버리고 신앙의 힘으로 이겨 내고 가족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고 초연한 죽음을 맞이하고 마지막까지 손아 잡아주는 사람들 앞에서 삶과 죽음은 하나가 되고 영혼은 새롭게 태어나리라 믿는다.

해가 동에서 뜨고 서로 지듯 해가 지는 인생의 황혼 길에선 모든 이들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지 못한다.치매보다 더 무서운 무관심과 버림에 처해져 있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주위에는 참으로 많다.힘없고 불쌍한 그들에게 위로와 용기,경청과 배려,보살핌이 저자와 같은 마음 넓고 인내심 가득한 호스피스로 인하여 외롭지 않고 편안하게 '안심입명'을 할 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누구든지 한 번은 겪어야 할 죽음을 '강 건너 불 구경'이 아닌 내 일이라 생각한다면 지금의 삶이 무엇보다 소중하게 겸허한 자세로 바뀌고 아옹다옹 아귀다툼하지 않는 삶을 이어나가리라 생각된다.

* 한국 간행물 윤리위원회 파워북로거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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