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그리고 가을 - 나의 1951년
유종호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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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생을 옛 얘기할 날이 꼭 올 것이다."

 
 한국의 지나간 일제 강점기,해방후의 서민들의 생활상등을 읽다 보면 내 이웃,친척,부모들의 이야기라 관심이 가게 되고,역사적인 외침과 굴레 속에서 힘들게 살아오고 살아 간 분들의 애환은 교훈이 되고 곱씹어 밝은 미래를 열어 가는데 자양분이 될 것이다.

 학자이시며 작가이신 유종호님의 유년 시절을 그린 한국 전쟁의 체험과 기억을 일기 쓰듯이 그려 놓은 에세이라 당시의 전쟁 상황과 사회분위기가 생생하게 녹아 있고 당시 상황을 허구없이 그려 놓은 글이라 흡인력이 배가되었다.

 한국 전쟁의 와중이라면 제 부모님도 작가와 비슷한 연배라 같은 상황에 놓였으리라.포연과 총성이 울리는 칠흑같은 한밤중에 두두두 소리가 나면서 흙담을 관통하는 날쌘 총알의 섬뜩함과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의식에 식구들은 한몸이 되어 부둥켜 안고,적은 양이지만 주린 배를 채워야만 했던 시절이었으리라.

 저자의 말씀처럼 약자는 힘 있는 자로부터 눌리고 상처를 받아 그리 사연이 많고 할 말도 많을거 같다.그리고 오래된 기억도 어제의 일처럼 잘 보관된 영사기마냥 뇌리에서 한 올 한 올 국수가락처럼 뽑아져 나올 것이다.강자는 가해자인 만큼 오그리고 잠을 잘 것이고 하루라도 빨리 나쁜 기억을 잊으려 애를 쓸 것이다.역시 인간이 갖고 있는 무의식의 발로임에 틀림이 없다.

 1951년 1.4후퇴와 함께 남으로 남으로 피난을 가고 중학생 무렵의 저자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함께 대가족이 하나가 되어 연풍을 거쳐 문경 세재로 향하고 이런 저런 사람들,괴이한 소문등을 접하게 된다.그러는 와중에 청주의 미군 통운회사에 우연찮게 취직이 되어 사무실 청소와 오일 스토브를 관리하는 일이었는데,그곳에서 난생 처음 일한 댓가로 돈을 손에 쥐는 기쁨을 맛보았다고 한다.

 노동사무소에서 일을 하다 짬을 내어 지물전에 꽂힌 시집을 보며 사색을 즐긴 것이 저자의 문학가로서의 길을 트여 준 계기가 된 거같다.청록파 시인,서정주 시집등을 탐독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군의 부대 이동과 함께 그도 어디론가 따라 가게 되고.맥아더가 1951년 4월 12일 유엔 총사령관직에서 해임되었다는 기억,서울 수복이 가까워지면서 총성이 잦아 들던 기억,오랫동안 씻지 않아 피로한 몸을 냇가에 시원하게 씻겨 내던 추억,간현역 근처의 색시집과 주막집의 풍경,달콤한 귀향 휴가등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으리라.

 한국 전쟁과 함께 장기 방학을 마치고 저자는 고2의 학생 신분으로 돌아오게 되는데,동기들 중에는 희생된 자도 있고 행방 불명인자도 있었을 것이다.그쯤에서 저자는 전쟁이라는 비극이 남긴 것은 무엇이며,사회를 보는 시각도 커졌으리라.

 청소년기,사춘기의 한복판에서 작가는 이념으로 인한 분단의 참상을 육안으로 똑똑히 보았을 것이고 함께 했던 산하,부모,은사,동기생,스쳐 지나간 인간 군상들의 아픈 기억을 후세들에게 전달하려고 애쓴 흔적이 선연하다.

 비록 지나간 역사의 편린을 생생한 기억을 더듬어 작가가 바라본 한국 전쟁의 수기를 읽어 가노라니 불현듯 고인이 된 아버지,조부모님의 생전 들여 주었던 인공때의 이야기와 교차되어 그분들이 시대를 못타고 불운한 한때를 살아 왔던 시절이 역사의 교훈으로 뇌리에 새겨지고,지금은 그때보다는 몇 백배나 모든 면에서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에 그분들께 존경과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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