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이란 온전히 자신으로만 살아가면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 시간
30쪽

변함없이 눈부신 그 여인의 말은 다음과 같다.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지극히 아름답지요. 그리고 늙으면 그 사실을 더 잘 알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 생각하고 기억하고 사랑하고 감사하게 돼요.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지요. 모든 것에."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세상사가 못마땅해지는 내게 나치 수용소까지 다녀온 이 할머니가 덧붙인다. "나는 악에 대해 잘 알지만 오직 선한 것만 봅니다." 이런 할머니들이 있어 나는 또다시 장래를 희망하게 됐다. 그렇게 해서 나의 장래희망은, 다시 할머니, 웃는 눈으로 선한 것만 보는 할머니가 됐다.
31쪽

얼룩진 마음이 짓는 무표정의 기억
36쪽

내 안에 들어온 꺼림직한 타자의 존재를 받아들일 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온 타자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나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38쪽

타자에 대한 윤리의 기본은 그냥 불편한 채로 견디는 일이다. 이렇게 견디기 위해서 소설가들은 소설을 쓰고 감독들은 영화를 만들고 시인들은 시를 쓰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견디기 위해서 사람들은 소설과 시를 읽고 영화를 본다. 애도를 완결짓기 위해서가 아니라, 애도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들은 날마다 읽고 써야만 한다.
44쪽

타자의 고통 앞에서 문학은 충분히 애도할 수 없다. 검은 그림자는 찌꺼기처럼 마음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애도를 속히 완결지으려는 욕망을 버리고 해석이 불가능해 떨쳐버릴 수 없는 이 모호한 감정을 받아들이는 게 문학의 일이다.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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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빈이 결혼한 지도 석 달이 지났다. 그는 행복했지만 그 행복은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그는 걸음걸음마다 예전의 공상에 대한 환멸과 예기치 못한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레빈은 행복했다. 그러나 일단 가정생활에 발을 들여놓자 그는 걸음걸음마다 그 행복이 그가 상상하던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걸음걸음마다 그는 호수 위를 행복하게 떠다니는 보트를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던 사람이 그 보트에 몸소 앉았을 때 느꼈음 직한 것을 경험했다. 그는 흔들리지 않고 반듯하게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한시도 잊지 말고, 발아래에 물이있다는 점, 노를 저어야 한다는 점, 익숙하지 않은 손으로 하면 아프다는 점, 보고만 있을 때는 쉬울 것 같지만 그것을 직접 해 보면 무척 즐겁기는 해도 굉장히 힘들다는 점까지 염두에 두어야 했던 것이다.
8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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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 장혜령 소설
장혜령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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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고단한 삶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사회적인 소설이고, 한편의 모노드라마같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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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우리가 글 쓸 때, 사진가가 피사체를 마주하는 것과 같은 윤리 의식이 필요하다 했다. 이야기를 타인에게서 가져오는 것이기도 하니까. 또한 모든 소설은 얼마간 자전적이며 많은 작가의 초기 작품은 자기 이야기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그러니, 자신에게서 가장 가까운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보세요.
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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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지유 > [마이리뷰] 나는 니가 진짜로 궁금했어

한 번씩 내가 읽은 책을 떠올려주는 북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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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2-09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몇년이라는 숫자가 믿어지지 않을만큼이요
ㅎㅎㅎ 세월을 느끼게도 해주는 것 같아요

지유 2020-02-09 16:07   좋아요 0 | URL
저처럼 기억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좋은 것 같아요. 오, 내가 이런 책도 읽었네? 이러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