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금 쉬기 위해 조퇴를 했는데, 아주 기분이 나쁜 카톡 업무 문자를 받았다.
본인이 아프다고, 본인이 편하자고
다른 부장과 논의해야할 일에 불쾌한 사람 둘을 포함해 나를 껴서 단톡방을 만든 것이다.

본인 일만 중요한 이는 평소 정돈되지 않은 메세지를 전달하는 특기가 있어 연달아 말풍선 6개를 날렸지만 역시나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세 번이나 읽었는데도. 그럼에도 얼핏 내가 결정할 사안들이 아닌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본인 일만 중요한 이는 어찌됐든 누가하든 본인 일을 빨리 결정하고 해치우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배려없이 일을 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까진 꾹꾹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크게 두 번이나 나를 불쾌하게 만든 하찮은 이가 한번도 나랑 상의한 적도 없는 일을 불쑥 본인의 이메일 주소로 사진을 보내라는 갑질 아닌 갑질을 하는 것이다. 거물인 척, 부장인 척 연출하는 게 특기인 하찮은 사람.
화면 캡쳐로 갤러리에도 두고 싶지 않을 혐오감이 올라왔다. 그 자리를 박차듯 단톡방을 나왔다.

무례한 사람에게, 무례한 상황에서 내가 답변할 의무는 없다.

생각을 돌리고 싶어서 오늘부터 읽으려고 한 이 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 도중 불쑥불쑥 분노가 치밀어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은은한 위로를 받았다. 이대로 밤을 새면서 분노를 휘발시키고 싶지만, 내일, 전투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예감이다.

날 위로하듯, 인도 이야기를 만났다.
여기까지 각인을 하고 조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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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5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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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시노 부부에게 "아오세 씨가 살고 싶은 집을 지어주세요."란 요구를 받고, Y주택을 지은 아오세. 요구대로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지었다. 그런데 우연히 그 집에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떻게 된 일인지 진실에 접근해 가며 일어나는 주변 인물의 이야기와 아오세를 비롯한 인물들의 과거 인생이 왔다 갔다 옮겨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공간, 가족, 의리

 

<빛의 현관>을 읽고난 후 떠오른 단어다. 일본의 고전적인 감성이 담긴 소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건축사 아오세는 거품경제 기간 동안 정신없이 일하고 돈을 벌다 거품경제가 꺼지며, 아내인 유카리와 관계가 안 좋아지고, 집에 대한 가치관이 어긋나면서 이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로서의 도리를 다하고자 딸인 히나코와 주기적으로 만나며 교류를 한다.

아오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지은 Y주택에 사람이 살지 않는 것도 지나치지 못했다. 그리고 친구인 오카지마의 사무소를 어떻게 해서든 이끌어 가서 오카지마의 아들에게까지 물려주고자 한다.  

 

어떤 공간은 누군가의 정체성이다.

 

아오세에게 공간은 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댐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여러 지역을 전전하며 제대로 된 공간도 없는 집에서 떠돌이 생활을 했다. 그의 어린시절은 건축사의 꿈을 갖는데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아오세 씨가 살고 싶은 집'을 지어달라는 요시노 부부의 요구가 Y주택을 짓게 했고, Y주택의 실종된 집주인의 행방을 쫓게 만든 것이다. Y주택은 아오세의 정체성이니까.

 

아오세가 몸담고 있는 건축 사무소의 소장은 아오세의 친구인 오카지마다. 오카지마는 자신이 내세울만한 그래서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후지미야 하루코 미술관을 건립하려고 한다. 한 사람의 삶을 기린다는 것, 그것을 위해 미술관을 건립한다는 것 또한 후지미야 하루코와 유족, 오카지마의 정체성이 담긴 공간을 남기는 것이다.

 

어떤 공간은 누군가의 정체성이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 건축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노력은 짓는 사람, 살게 될 사람, 기려질 사람의 인생이 담기게 된다. 한 공간에 담길 인생은 <빛의 현관> 속에서 여러 등장 인물을 통해 드러난다.

 

앞으로 어떤 공간을 접하면, 이 곳은 누구의 정체성과 가치관이 담긴 장소일지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이 공간은 어떤 의미일까?

 

<빛의  현관>은 가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했다. 이혼 후에도 여전히 전처와 딸을 신경 쓰는 아오세의 모습과  불임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자신의 품에 있는 아들을 소중히 여기는 오카지마, 자식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끝까지 소중히 여기려 했던 아오세와 요시노의 아버지. 전통적인 가족애이기는 하지만 이야기 곳곳에서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인물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카지마가 아오세를 친한 친구라고 하자, 아오세는 그렇게까지는 아닌데, 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오세는 오카지마의 명예와 아들의 미래를 위해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고, 오카지마의 건축사무소를 끌고 나가려고 한다. 그리고 후지미야 하루코 미술관 설계에 박차를 가한다.

요시노의 아버지는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고 갚기 위해 자식들에게 유언을 남긴다. 재산을 상속하듯 속죄를 물려준다. 물려받은 아버지의 잘못을 대신 속죄하는 요시노 남매.

요즘 감성으로 보면 다소 진부해서 공감하기 힘든 마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때로는 고전적인 감성이 깊숙이 스며들 때가 있다.

 

일본에서 소설을 원작으로 드라마가 방영될 거라고 하던데, Y주택이 어떻게 등장할지 궁금해진다.

 

 

 

 

일본 원작 표지, 원제목은 노스라이트(north light)

표지는 일본책이 더 책과 잘 어울리는 것 같고,

한국판 표지는 요즘 출간되는 책 트렌드인 것 같다.

 

드라마 스틸컷인 것 같다.

Y주택이 너무나 궁금해서 야후재팬에서 검색^^

일부 모습이지만 상상 속의 타우트 의자와 Y주택에 비해 다소 소박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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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영원한 숙제, 부동산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근로소득만으로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가?
공동임대주택의 확대가 비판받아야할 정책인가?
재산을 중시하는 가치관은 비판받아야 하는가?

등등

부동산 문제에 대한 어떤 해답을 기대했지만,
이 책이 철학의 사유를 끌어내는 잡지라는 점을 간과하고 책을 펼쳤다.
부동산보다도 부동산을 비롯한 ‘소유’에 대한 철학 내용이 주를 이뤘다. 내가 가진 근본적인 궁금증에 조금 벗겨내는 영감을 받은 정도다.

그래도 영감을 주는 잡지. 오늘 최신호도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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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가 아니다. 크리슈나무르티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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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단지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지 영혼의 상태가 아니다.
한정원<시와 산책>

행복은 목표가 되는 정확한 한 지점이 아니라 당면한 것 중에서 지금 택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향이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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