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그냥 자연스럽게 읽는 책이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주로 소비와 마케팅 그리고 젊은이들의 관심사(?)를 엿보고 싶은 마음이다. 게다가 십이간지, 올해의 띠를 알 수 있다. 2022년은 호랑이 해. 그 것도 검은 호랑이 해라고 한다. 트렌드란 어떤 현상이나 사상이 흘러가는 방향이다. 즉 예언이 아니다. 비록 예언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난 시간이 흘러온 흐름과 그 흐름 속에서 한 해가 흘러갈 방향을 예측해 보면서 다가올 시간을 '짐작'해 보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마케팅'이라는 측면에서 간접광고 같은 의심이 드는 부분도 있지만, 관심사와 취향에 맞게 선택해서 판단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지난 한 해의 아쉬움을 달래며 새로운 한 해에 희망을 품는 메시지를 각자 품으면 어떨까.

응립여수 호행사병(鷹立如睡 虎行似病) 매는 조는 듯이 앉아 있고, 호랑이는 병든 듯 걷는다. 평소에 힘을 빼고 기회가 오면 표변하여 낚아챈다는 의미이다.

이 문구를 보고 호랑이도 저렇게 사는데 나도 힘 빼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021년에도 힘 주고 살지는 않았지만, 그냥 쭉 힘 빼고 살자. 자포자기나 의욕없음이 아닌 아등바등 살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어차피 코로나19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아니어도 조는 듯한 매처럼, 어슬렁거리는 호랑이처럼 살겠다.

팬데믹이 끝난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갑자기 팬데믹이 끝나버리면? 잔뜩 힘 빼고 있다가 먹잇감을 낚아채는 매와 호랑이처럼 기회를 잡기 위해 '표변'해야 하나?

아무튼 팬데믹의 종식은 1. 역학적 관점 2. 사회경제적 관점 3. 소비자행동적 관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역학적 관점은 집단 면역을 갖추게 되는 것, 사회경제적 관점은 팬데믹 이전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 소비자행동적 관점은 팬데믹 이전의 소비가 회복하는 것.

어느 관점으로 봐도 2022년 팬데믹 종식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므로 코로나19가 지속된다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트렌드 코리아 2022가 제안하는 10가지 키워드를 살펴보겠다.

1. 나노 사회 : 모래알로 존재하는 개인. 코로나19로 더욱 가속화. 극소 단위로 분화된 사회에서 개인은 충분히 만족하며 살 수 있는가? 즉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인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능력 만능주의는 공정한가? 그래서 공정성이 중요하다.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나노사회는 개인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고립시킨다. 하지만 나노사회는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보인 흐름이다. 개인의 능력을 키워야 하는 것은 맞지만, 모래알 개인이 타인과 연결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접하는 것은 중요하다.

2. 머니러시 : 삶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월급만으로는 부족하다. 돈을 쫓는 현상. 이 것도 이전부터 쭉 있어온 흐름이다. 잊지말아야 할 것은 단순이 돈을 쫓기 보다 성장과 자기 실현의 수단으로 머니 러시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

3. 득템력 : 과거에는 상류층이 그들만 익힐 수 있는 지식, 에티켓을 연마했다. 일명 '보이지 않는 잉크'. 하지만 지금은 계급이 없고, 도시화로 인해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그들만의 보이는 잉크가 필요하다. 그것은 사치품. 그러나 베블런 효과(과시욕구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는데도 수요가 상승하는 현상)로 인해 누구나 사치품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돈 이외의 '허들'이 필요하다.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구별 짓기 방식이다. 안목과 정성과 정보력이 있어야만 손에 넣을 수 있는 득템력. 이 때 과시의 포인트는 '트렌드세터'이다.

4. 러스틱 라이프 : 시골에서 살고 싶지만 완전히 시골에서 살 수 없는, 살고 싶지는 않은 풍조. 지자체에게 새로운 마케팅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5. 헬시플레저 : '불안'은 인간 생존의 필수 요소라고 한다. 왜냐하면 불안을 느껴야 생존할 수 있으니까. 내가 살아나갈 방안을 생각하니까. 건강에 대한 염려는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는데 이제는 건강 관리도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6. 엑스틴 이즈 백 : 2020년 중위 연령이 43.7세라고 한다. 엑스틴이란 40대에 접어든 1970년대생들을 통칭한다. 1990년대의 X세대가 돌아왔다는 의미다. 그들을 주목하는 이유는 큰 소비력을 갖춘 세대이기 떄문이다. 기성 세대와 MZ세대이 낀 세대라이면서 10대들이 부모이기도 한 모호하면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세대라고 한다.

7. 바른생활 루틴이 : 행복은 일상의 성실함에서 온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을 지루해 했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 그 때는 그 것이 트렌드였을 것이다. 지금은 생활 반경이 좁아졌고, 생활 패턴이 단조로워졌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어떤 이벤트를 기대할 수가 없다. 하루하루 생존하는 것도 피곤한 상황이다. 이럴 때 삶을 되돌아보면서 오히려 일상 속에서 찾는 작은 행복(미세행복)을 차곡차곡 쌓는 루틴이 있는 삶을 사람들이 지향한다는 것이다.

8. 실재감테크 : 가상을 실재에 가깝게 구현해낼 수 있는가? 다중감각과 동시성과 체험성을 살리는 산업. 가령 문화재 증강 현실 같은 것이 있을 수 있고, 나노사회의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교육부에서 관심을 갖고 이 부분을 개발하면 어떨까 싶은데.

9. 라이크커머스 : 좋아하면 구입한다. 인플루언서들이 주도하는 세포마켓을 넘어서 기획-제조-마케팅-영업-물류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10. 내러티브 자본 : 이야기를 어떻게 구조화하여 표현할 것인가? 특히 2022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정치인이 주목해야할 부분이라고 한다. 이야기는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이 책에서 좋았던 말이 있다.

"삶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낸다."

"행복은 일상의 성실함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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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1-10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22년 새해 새겨 둘 명구들이 많네요.
지유님 한 주 건강하게 ^ㅅ^

지유 2022-01-10 11:02   좋아요 1 | URL
스캇님 오랜만이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난 번에 해가 바뀐 줄도 모르고 왜 스캇님 클래식 글이 안올라오나 했었습니다. ㅎㅎㅎㅎ 올 한 해도 양질의 포스팅 기대하겠습니다. : )

2022-01-10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10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