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미술관 - 그림으로 읽는 의학과 인문학
박광혁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인종학살에 참여한 일부 의사들이 죄과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1948년 세계의사협회에서 수정해 만든 제네바 선언이 지금의 히포크라테스 선서입니다.

303쪽

의사의 눈으로 바라본 그림은 어떤 이야기가 담길까? 고흐의 그림을 시작으로 콜레라로 사망했다고 알려진 차이콥스키의 죽음에 의문을 품는다. 아무래도 직업이 의사이다 보니 인간의 죽음을 바라보는 마음이 남다른 것 같다. 이 책에 전반적으로 나오는 코드도 바로 죽음이다.

머릿니와 옷니를 통해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떠나기 전 옷을 입기 시작했다는 진화생물학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모나리자 도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던 기욤 아폴리네르를 통해 아폴리네르 증후군이란 질병도 알게 되었다. 아폴리네르 증후군이란 뇌의 기능 중 감정 형성을 담당하는 측두엽이 손상되는 질환이라고 한다.

고야의 숱한 그림을 봤지만 <의사 아리에타와 함께 한 자화상>은 처음 본다. 이 그림을 통해 '굿닥터'의 조건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는 저자의 깊이 있는 인문학적 소양이 놀라웠다.

오스트리아의 빈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초상화가 있는데, 바로 '씨시황후'이다. 자객에게 칼에 찔린 후 그녀가 입고 있던 코르셋이 지혈 효과가 있었는데 코르셋을 풀면서 심장눌림증에 의해 그녀가 사망한 이야기는 몰입감이 있었다.

전에 읽었던 미술 관련 책에서 자주 접하지 못했던 작가들의 작품과 뒷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미하일 브루벨이다. 작품의 주된 소재였던 '데몬'과 신경매독으로 정신질환 증세를 보인 그의 삶이 살포시 오버랩되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망상과 환청에 시달리는 병을 조현병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의학적으로 뇌질환에 해당이 되고, 돈키호테가 이 질병에 걸렸을 것이란 이야기도 의사의 시선이었기에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였다.

카인과 아벨, 최초의 슬픔(이브가 아벨의 죽음에서 느낀 감정)에서 시작된 '형제간 경쟁'이 정신의학에서도 다룬 연구주제였다고 한다.

루이 15세의 정부, 퐁파두르가 겪은 성매개감염병과 그녀가 지원한 <백과전서>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지적인 모습, 세간의 부정적인 평가에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과 안락사를 통해 왜 생명을 살려내야만 하는가란, 당연한 질문에 대한 고찰 역시 인문학을 접하는 재미였다.

'닥터 러브'라 불린 의사, 닥터 포지와 '드레퓌스 사건'에서 양심을 지키려 한 에밀 졸라의 황망한 죽음은 펼친 책을 덮지 못하게 할 정도로 몰입이 되었다.

태초의 악녀라 할 수 있을까, '릴리트'를 통해 사악함도 질병일까? 란 신선한 의문을 가져보았다.

작가이자 의사였던 안톤 체호프와 히포크라테스에 대한 이야기도 의사의 눈으로 흥미롭게 읽었다.

미술 작품을 좋아하는 의사인 저자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내공이 대단하고 나에게 신선한 책이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7-21 0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 이책 찜! 지유님 굿밤♡

지유 2021-07-21 00:49   좋아요 1 | URL
매일 클래식 잘 듣고 있습니당.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