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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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책이 참 축축하고, 눅눅하구나. 때마침 장마 소식을 접했다. 아 장마철 같은 이야기의 연속이네. 그러고 보니 김애란 작가는 여름과 닮았구나. 햇빛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 말고, 연속적으로 비가 내리는 장마철 여름.

대학 시절 좋아했던 선배의 연락을 받고 어쩔 수 없이 푸드파이터 옆에서 들러리 역할을 하며 수모를 겪는 주인공은 익사한 친구의 소식을 듣는다.(너의 여름은 어떠니)

첫번째 신혼집보다 넓고 환한 장미빌라로 이사한 주인공은 집안에서 출몰하는 벌레들과 집 주변의 재개발 사업으로 인한 소음을 겪다 갑자기 혼자 있을 때 산고를 겪는다.(벌레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주인공은 길고 긴 장마철에 돌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홍수에서 탈출하기 위해 문짝으로 배를 만들어 어머니의 시신과 함께 급류를 타게 된다.(물속 골리앗)

집안의 천덕꾸러기인 주인공은 어느 날 조선족 여인과 살림을 차려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그녀가 암에 걸려 죽게 된다. 그녀가 남기고 떠난 중국어가 녹음된 테이프를 반복해서 듣는다.(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

남편이 일찍 죽어 홀로 외아들을 키운 주인공은 공항에서 청소일을 한다. 착하게 크고 있다고 믿던 아들은 남의 택배를 훔쳐 전과자로 감옥에 살고 있다.(하루의 촉)

이사를 하고, 삶의 수준이 조금 높아진 주인공은 처음으로 네일 아트를 받고 친구의 결혼식에 참가한다. 그곳에서 뜻하지 않은 부케를 받고, 여행을 약속한 친구로부터 여행 취소 통보를 받는다. 그리고 네일을 받은 손톱이 부러진다.(큐티클)

동남아 여행을 함께 한 두 주인공은 성격이 다소 다르다. 유연하고 활력이 있지만 다소 무모하고 충동적인 사람과 몸보다 머리가 움직이는 신중하고 건전한 사람의 여행. 결국 여행 중 둘의 관계는 틀어진다.(호텔 니약 따)

다단계에서 탈출하기 위해 학원 강사 시절 자신을 따르던 학생을 다단계에 끌어들인 주인공이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글(서른)

몇 편의 이야기는 배경이 지금과 같은 장마철이다. 전에 읽은 바깥은 여름이란 책도 있었다. 잊기 좋은 이름은 지난여름 송골송골 땀 맺힌 상태에서 열독했던 책이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김애란 작가는 여름을 닮은 작가로 각인이 되었다.

제목인 비행운이 나는 飛行雲인 줄 알았다. 비행기가 날아가며 자취를 남긴 구름. 하지만 서평을 보며 非運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飛行雲일 줄 알았던 인생이 非幸運이었다는걸. 그래서 이야기를 하나씩 짧게 요약해 보았다.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주인공들이 전부 막막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덩달아 내 마음도 축축하고 눅눅해졌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온통 꿉꿉한 장마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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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05 0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애란 작가님은
달려라 아비때 부터
여름!
여름이면 생각나는 작가네요 ^ㅅ^

지유 2021-07-05 11:04   좋아요 1 | URL
달려라 아비도 읽어봐야겠어요. ^^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