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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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내용을 '미처 방송에서 담지 못한' 내용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 엮은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빠져드는' 느낌에 따라 변화하는 태도를 스스로 확인할 때가 있다. 길을 걸으면서도 이 책에 눈을 붙박고 읽었던 기억이란...

심재동 임정희 부부, 루시 놀란, 문윤경, 민효/수영/민겸, 그리고 이산하. 이미 여행을 마치거나 지금도 여행중일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에 '존경'을 표하고 싶은 마음뿐이다.(모두 그 여행을 잘 마치고 또 시작하시기를...)

'열일곱 살 딸아이가 혼자 인도를 여행하도록 허락하는 부모님은 어떤 분들일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산하를 보고 자퇴와 여행을 권했던 사람이 산하의 어머니였다니 궁금증은 더 커졌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로 매일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인가 엄마가 학교로 전화를 해서는 "산하야, 엄마가 많이 생각해봤는데 가기 싫은 학교에서 억지로 시간을 보내느니 차라리 그만두고, 네가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240)

단지 지나가는 일반적인 '여행'이 아니라, 삶의 한 과정으로 여행을 적극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그리고 그러한 실천에서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 패키지여행과는 물론 달라요. 그런 여행으로는 현지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볼 수 없으니까. 가이드 쫓아다니면서 여기 잠깐 보고 저기 잠깐 보고 시간에 쫓기고, 여행에 아무 느낌이 없어요. 난, 누구든지 배낭여행을 꼭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번 배낭여행을 하면 계속 배낭여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재미있으니까!'(문윤경,125~126쪽)

아내에게 바로 읽기를 추천하고, 계획을 세워야겠다.^^

여행의 의미를 반전시킨 사람들. 남을 위해서가 아니고, 스스로의 삶에 충실한 여행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기록이 반갑다.

모두들 건강히 '여행'하시기를... 그리고 이 책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여행'을 떠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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꼿 가치 피어 매혹케 하라 - 신문광고로 본 근대의 풍경
김태수 지음 / 황소자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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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서 해야 할 '직업의식'에 충실한 책이다. 광고를 통한 세상읽기...

단지 '고맙다'라는 생각으로 표현할 밖에 없는 책이었다.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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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티를 꼭 한 점 먹고 싶구나 - 소설가 황석영이 곱씹어내는 잊을 수 없는 맛의 추억 접시 위에 놓인 이야기 4
황석영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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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야기, 맛 이야기가 TV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사회의 관심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지 사회적 경향을 떠나서 한 개인에게 있어서 음식에 대한 기억은 일상적이다. 그 음식에 대한 기억은 어쩌면 그 삶에 대한 또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황석영, 이 책에서 보여지는 음식에 대한 저자의 기억은 매우 다양하고 이채롭다. 그것은 음식의 종류 때문이 아니고 그가 걸어온 삶의 역정에서 가능한 이야기이다.

젊은 시절의 가출, <객지>의 발표가 가능했던 그 방황의 시절, <장길산>의 시절, 농민과 함께 한 삶, 광주, 그리고 강제된 타국 생활, 통일운동(김일성주석과의 만남), 망명생활(아마도 그 가운데 베를린의 장벽은 허물어지고...), 귀국과 수감, 석방, 그리고 지금의 영국생활...

삶이 치열한 만큼 음식에 대한 기억도 남다르다. '맛'보다는 그 음식과 함께 한 시절과 인물에 얽힌 이야기들...

"이거이 언 감자 국수라고 하는 거요. 일전에 독일의 작가 루이제 린저 여사가 왔을 때, 독일에는 감자 음식이 많은 줄 아는데 이렇게 조리하는 방법을 아느냐고 했더니, 얼린 감자로 요리하는 건 세계에서 조선밖에 없다고 하더군."(김주석의 말이다!)

'동양에서는 봉건 시대의 전형으로 알려진 일본에 오래 전부터, 그리고 최근까지도 주먹밥 문화가 생생하게 남아 있는 편이다. 주먹밥과 다꾸앙은 사무라이의 야전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밥이나 각종 스시의 원형도 그러할 것이다.'(238쪽)

음식보다는, 음식에 관련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그러한 '삶의 기억'으로 음식을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지 '맛'의 비교나 재료보다는...

그의 삶에 대한 많은 기억을 '음식'이라는 코드로 새롭게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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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세상 -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박영희 외 지음, 김윤섭 사진 / 우리교육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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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금 어디쯤 와있는가? 시인 박영희, 소설가 오수연, 전성태 등이 이 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나섰다.(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간하는 월간 <인권>에 연재된 글 모음집)

탄광촌과 나병환자촌, 새벽바다의 어부들과  어린 엄마들, 그리고 창신동 미싱골목 등 우리와 함께하는 이웃들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작이다. 부디 많은 청소년들이 함께 공감했으면 한다. 르뽀라는 글 양식이므로 작가들의 글을 꼭지별로 인용해본다.

(탈학교 아이들) "선거 때마다 화가 났어요. 열여덟 살이면 세상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고, 참여할 권리가 있는 나이 아닌가요? 실업계 학교 학생들은 3학년 때 취업을 나가면 봉급도 받고 세금도 내잖아요. 그런데 왜 세금까지 내는 사람들한테 투표권을 안 주는 거죠? 국가는 국민의 세금으로 돌아가잖아요."(66쪽)

(코시안) "한국에 살고 싶어 찾아온 외국인들을 뒤로한 채 과연 복지국가와 세계화를 말할 수 있을까요?"(72쪽)

(아시아 여성) 드디어 그들이 왔다. 여러 '언니의 집'에 모인 200명도 넘는 베트남 처녀들이 한국 남자들이 머물고 있는 호텔로 갔다. 한국 남자들은 고작 열 명 정도였다. 그들이 안내자와 쌍을 이루어 호텔 방을 하나씩 차지하고, 베트남 처녀들은 줄지어 방들을 순례했다. 한 방으로 들어갔다가 한국 남자가 아무 말 없으면 다음 방으로, 그 다음 방으로 갔다. 한 남자가 롱을 지목했다. 남자들은 대열 중에 일단 눈에 드는 처녀를 다섯 명쯤 골라 방에 앉혀 놓았다가, 나름의 기준으로 그중 한명을 선택했다. 롱이 뽑혔다. "넌 운이 좋은 거야." 안내자의 통역에 따르면, 그 남자는 롱에게 처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의 나이 예순세 살이었다. 이튿날 남자는 롱의 부모님을 방문하여 허락을 받고, 그 다음 날 결혼식을 올렸으며, 롱은 마침내 한국에 왔다. "1억원을 줘도 싫어." 7개월 후 롱은 이렇게 되뇌며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새벽부터 저녁까지 남편이 운영하는 해장국집에서 설거지 그릇에 파묻혀 지냈고... (88~89쪽) 자기가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외국인 아내를 부려먹다가 인권 단체 실무자가 조사를 나가자 "종업원 쓰기가 힘드니까 데려왔지. 내가 미쳤다고 외국 여자랑 결혼하느냐?"고 호통을 치고, 중매 업체에 찾아가 "지금 아내가 너무 고집이 세서 반품하고 이혼할 테니까 다른 여자랑 재혼하게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98쪽) 사랑이야말로 국경을 넘지 못하는 건 아닌지. 따져 보니 그 지역 필리핀 신부들 태반이 맏며느리였다. 우연일까? 농촌의 장남이라면 우리나라 여성들이 선호하는 혼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외국인 신부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제사를 모신다. 전통과 가계를 그들이 잇고 있다.(100쪽)

(막장..)"아마 광부들이라면 다 그랬을 거야. 막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게 하나 있는데 그게 뭐였는지 아나? 1년에 한 번씩 받는 정기검진이야.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받아야 마땅하겠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되는감. 만에 하나 이상한 증세가 발견되면 그날로 광업소에서 쫓겨나는 마당에. 그러면 가족은 누가 먹여 살리고 자식들 공부는 누가 시켜 주나?"(130쪽)

(지하철 노동자) 을지로 순환선이 한 바퀴 도는 데 87분이 소요된다. 이들이 하루 동안 전동차를 운행하는 시간은 4시간 24분. 운행거리는 총 146.4킬로미터이다. 근무 교대는 열차가 역사에 머무는 30초 동안에 이루어졌다.(180쪽)  지난해 11월 도시철도 노조가 84명의 기관사에게 신경정신과 검진을 받게 한 결과 20명의 기관사가 공황 불안 장애 진단을 받았다. 기관사들이 집단적으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셈이다.(183쪽)

(고충 수업, 타율 학습) 하루 대부분을 학교에 묶여 있는 학생들에게 집은 잠자는 곳에 불과하다. 따라서 학생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헤어지며 "잘 자고 와!", "이따 보자!" 하는 기묘한 인사를 나눈다.(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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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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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말 그대로 '大河'에 빠지고 싶은 충동이 일 때, 붙잡게 되는 책들이 있다. <임꺽정>, <장길산>, <태백산맥> 3부작 등... 한 열흘 정도는 항상 토끼눈을 하고, 그래도 또 날밤을 새우게 하는 책들...

<한강> 이후 오랜만에 조정래의 장편을 만났다. 분량만으로 장편은 하나의 '큰' 업적으로 평가되기는 하나 작가 조정래에게 장편은 외려 가벼운 '외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는 이미 질곡의 현대사를 방대한 분량의 대하소설로 일궈낸 작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1993년 남북 정권의 합의에 의해 북송된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선생. 이 작품은 그러한 과거 치유(현실적 계산도 물론 고려된 조치이긴 하지만)의 뒷그늘에서 더욱 고통스러웠을 '전향' 장기수를 통한 현실읽기이다. 수감기간만으로도 이미 세계 최장기 양심수들을 배태한 분단현실의 암울한 그림자이다.

기존의 고정간첩과의 접선계획도 없이, '서점'을 차리기 위해 남파된 윤혁. 순진하게 학교동창에게 접근했다가 어떠한 실적도 내지 못하고 잡혀서, 모진 고문 속에 무기수 판결을 받고 투옥된 주인공. 살인적인 전향공작에 떠밀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전향서를 날인을 하고, 그로 인해 주어진 한정된 자유공간에서 아이들을 통해 새로운 '희망'의 싹을 본다는 줄거리는 그들의 순결한 '생애'에 비해서는 다소 긴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알아요, 다 알아요. 강제로 그렇게 된 것, 아니 거짓말로, 그게 아니고, 그걸 뭐라고 해야 되나, 그래요, 그놈들이 가짜로 만든 것 다 알아요. 박 동지가 꺽이지 않고, 항복하지 않았다는 것도 다 알아요. 설령 박 동지를 오해하고 멸시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그건 그 사람들 잘못이에요... 나 같은 놈도 사니까, 그 일 다 잊어버려요."(22~23)

생을 마감하면서도 '전향서에 손도장을 누른' 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그러나 자신의 순결한 정신을 훼절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누군가로부터 확인받고자 하는 그 의식은 분단이 개인에게 강요한 가혹한 희생을 대변한다.

'몸이 그렇게 되는 동안 주인 여자가 말한 사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전혀 시간 감각이 없었다. 차라리 그대로 죽었으면 좋았을 것을..., 문득 스친 생각이었다. 죽음..., 인생의 끝..., 별로 두려운 생각이 없었다. 북쪽을 떠나면서부터, 남쪽에 침투하고, 검거되고, 조사 받고, 긴 세월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얼마나 많이 생각했던 것인가. 이 세상에서 죽음을 가장 많이 생각하고 언급하는 직업이 철학가고 종교인들이겠지만 그 절박함과 밀도에 있어서 자신들을 당할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자신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급박하고 절실하게 죽음을 생각한 부류들이 아닐까. 그렇게 해서 정리된 죽음은, '영원한 잠'이었다. 그 영원한 잠을 혼수상태와 다름없었던 지난 사흘 동안에 얻을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61~62쪽)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삶의 조건 앞에서, 한 평이 채 안되는 독방에 갇인 무기수에게 남겨진 '시간'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세계적으로 최장기 수감기록을 남긴 이 땅의 '비전향 장기수'는 과연 그들만의 상처인가, 분단의 상황이 종결되기까지 우리는 그러한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며, 아직도 가려진 어둠의 그늘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는 숙명임을 새삼 깨닫게 하는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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