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티를 꼭 한 점 먹고 싶구나 - 소설가 황석영이 곱씹어내는 잊을 수 없는 맛의 추억 접시 위에 놓인 이야기 4
황석영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음식 이야기, 맛 이야기가 TV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사회의 관심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지 사회적 경향을 떠나서 한 개인에게 있어서 음식에 대한 기억은 일상적이다. 그 음식에 대한 기억은 어쩌면 그 삶에 대한 또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황석영, 이 책에서 보여지는 음식에 대한 저자의 기억은 매우 다양하고 이채롭다. 그것은 음식의 종류 때문이 아니고 그가 걸어온 삶의 역정에서 가능한 이야기이다.

젊은 시절의 가출, <객지>의 발표가 가능했던 그 방황의 시절, <장길산>의 시절, 농민과 함께 한 삶, 광주, 그리고 강제된 타국 생활, 통일운동(김일성주석과의 만남), 망명생활(아마도 그 가운데 베를린의 장벽은 허물어지고...), 귀국과 수감, 석방, 그리고 지금의 영국생활...

삶이 치열한 만큼 음식에 대한 기억도 남다르다. '맛'보다는 그 음식과 함께 한 시절과 인물에 얽힌 이야기들...

"이거이 언 감자 국수라고 하는 거요. 일전에 독일의 작가 루이제 린저 여사가 왔을 때, 독일에는 감자 음식이 많은 줄 아는데 이렇게 조리하는 방법을 아느냐고 했더니, 얼린 감자로 요리하는 건 세계에서 조선밖에 없다고 하더군."(김주석의 말이다!)

'동양에서는 봉건 시대의 전형으로 알려진 일본에 오래 전부터, 그리고 최근까지도 주먹밥 문화가 생생하게 남아 있는 편이다. 주먹밥과 다꾸앙은 사무라이의 야전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밥이나 각종 스시의 원형도 그러할 것이다.'(238쪽)

음식보다는, 음식에 관련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그러한 '삶의 기억'으로 음식을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지 '맛'의 비교나 재료보다는...

그의 삶에 대한 많은 기억을 '음식'이라는 코드로 새롭게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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