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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사막, 고비를 건너다
라인홀트 메스너 지음, 모명숙 옮김 / 황금나침반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예순의 나이에 2,000km에 달하는 사막을 횡단하는 사람, 그 스스로 기록한 책을 들면서 생각한 것은 '어떻게'(방법)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이었다.
라인홀트 메스너.
인류 최초로 히말라야의 8,000미터급 14봉을 완등한 유명한 등반가. 알라딘 상세검색을 통해 확인한 결과, 국내에도 열 종의 책이 번역된 바 있는 저술가이기도 하다.
책내용에서 확인한 사실을 정리하면 2,000km에 달하는 지구에서 가장 긴 사막, 하루 평균 50km의 행군계획, 생존을 위한 조건으로 스스로 짊어져야 할 배낭 무게 최대 40kg, 그리고 지나온 생애의 결과인 몇 개의 짤린 발가락과 부서진 오른쪽 발꿈치 뼈, 그리고 무엇보다 예순이라는 나이.
'어깨가 따끔거리며 아파 오고 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워지면 온통 불안한 생각만 들기 마련이다. 감각이 없는 소우주인 나의 세계에는 걱정과 불안만 남았다. 그렇게 되면 사막은 더 이상 밖에 있지 않다. 사막은 내 안에 있다.'(67)
'나는 내 행동의 정신분열증적인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여행하는 본래 이유는 문명 세계로부터 등을 돌리고 싶은 바람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가능한 한 빨리 그 문명 세계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다. 이런 모순이 있건만, 나 자신이 우스꽝스럽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길을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의 변증법은 정반대로 집에 있는 상태나 길을 떠나 돌아다니는 상태와 같았다. 이 모든 것은 여행할 때마다, 그리고 꿈속에서 반복되었다. 이것은 수천 년 전부터 유목민과 정착민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199)
유목민과 정착민, 고비사막을 건너오며 메스너가 생각한 문명에 대한 생각이다. '유목민적인 사고'에 대한 관심이 많은 요즘에 다시 한번 되새겨볼 만한 내용이다.
그런데 그는 왜 예순이라는 나이에 생사를 보장하지 못하는 그 길을 나섰을까? 히말라야를 비롯하여 남극 등의 오지를 두루 등반, 횡단한 그에게 길을 떠나게 했던 것은 아마도 청년시절 함께 등반하다 죽은 두 남동생에 대한 회상과 자책dms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극한의 환경 속에 자신을 내어맡긴 경력으로 유명등반가가 그 여정에서 새삼 확인하는 다음과 같은 표현은 삶의 중심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경구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친구들이나 친척들, 또는 많지는 않지만 아주 친밀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속해 있는 것이다.'(97)
(TIP) 세계 여행자 소사전/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 <최후의 세계> <빙하와 암흑 속의 공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