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 김동녕사장 인터뷰(03.07.03, 주간동아) (비공개) | 게시판 메모 삭제 2006/03/10 17:38   
주독야경(afielder) http://memolog.blog.naver.com/afielder/26
YES24 김동녕사장 인터뷰(03.07.03, 주간동아) (비공개) | 게시판 메모 삭제 2006/03/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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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책시장 분명히 승산 있다”
‘예스24’ 인수한 한세실업 김동녕 사장 “종합쇼핑몰 전환 계획 없어 … 매출보다 수익 중점”

김동녕 사장(58)은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했다. 아버지부터 사촌들까지 집안 식구 가운데 20여명이 학자요 교수일 만큼 학구적인 분위기에서 성장한 덕분에 “책과는 꽤 인연이 있는 편”이라고.

5월11일 국내 최대 인터넷 서점 ‘예스24’(www.yes24.com)가 한세실업에 매각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출판계는 술렁였다. 한세실업은 예스24 지분 428만2000주와 전환사채 22억원어치를 221억원에 인수해 12월 주식으로 전환될 전환사채분을 포함 총지분 53.8%를 보유한 대주주가 됐다. 당장 출판과는 아무 연고도 없는 의류업체가 예스24를 인수한 목적이 무엇인지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한세실업은 의류 수출을 한다는 것 외에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업체. 머지않아 예스24가 서점 영업을 포기하고 종합쇼핑몰로 바뀔 거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언론과의 접촉을 아끼던 한세실업 김동녕 사장(58)을 서울 양재동 예스24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사장은 예스24 인수 후 줄곧 오전시간은 여의도 한세실업에서, 오후는 양재동 예스24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한 달 동안 충분히 업무 파악을 끝낸 까닭일까. 소탈한 학자풍 외모의 김사장은 결코 서두르는 법 없이 또박또박, 솔직하게 예스24 인수 경위를 설명했다.

-출판계는 의류업체가 무슨 목적으로 예스24를 인수했는지 궁금해한다.

“몇 년 전부터 한세실업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국내 패션업체 인수를 계획했고 실제 쌍방울과 세계물산은 인수 직전까지 갔었다. 특히 쌍방울은 100% 다 된 줄 알았다가 실패해 실망이 컸다. 그 후 생각을 넓혀서 미래산업이라는 이커머스(e-commerce) 쪽을 연구했다. 패션 쇼핑몰을 시작해 화장품, 포털사이트를 공부하다가 인터넷 서점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 대목에서 김사장은 자신이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조유식 사장과 고모부와 조카 사이라고 밝혔다. 덕분에 인터넷 서점의 경영여건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편이지만, 예스24 인수는 우연이라고 강조한다. “신문에 포털사이트 다음이 예스24를 인수한다는 기사가 나 관심 있게 지켜보았는데 협상이 결렬해 곧바로 우리가 뛰어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렇다면 왜 한세실업은 적극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도모했을까. 1982년 설립한 한세실업은 미주지역에 OEM 방식으로 의류를 수출하는 회사로 사이판, 니카라과, 베트남에 생산기지(현지법인)를 두고 갭, 시어즈, 타겟, 월마트, 브룩스 브라더스 등 미국 유명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에 납품을 하고 있다. 지난해 3800만장의 의류를 수출해(올해 목표 4600만장) ‘미국인 7명 중 1명은 한세 옷을 입는다’는 광고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IMF 외환위기 때도 20%의 성장세를 유지해 저력 있는 중소기업으로 인정받았고 올 예상매출액은 3000억원에 이른다. 1993년 코스닥 등록 후 2000년 증권거래소로 옮겨 한세실업의 주식은 늘 투자 유망종목으로 꼽혀왔다.

-의류 생산 외길을 걸어왔고 부채 없는 경영으로 유명한 한세실업의 경영원칙은 무엇인가.

“1972년에 창업했으니 아주 젊은 시절이었다. 79년 한 번 실패를 하고 82년에 다시 시작해 20년 넘게 이 길을 걸었다. 물론 그때도 의류 수출을 했지만 은행에 기대지 않고 규모에 관계 없이 이익을 많이 내는 회사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부도를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본인의 좌절감과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주위사람들까지 괴롭히는 일이다. 82년부터 지금까지 이익을 적게 낸 일은 있어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은 없다. 이익을 내면 공장 재투자 외에는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상당한 이익을 내서 사내 유보금이 조금 생기자 사옥을 사야 한다는 말도 있었지만 해외에 공장 짓는 데만 주력했다. 그러나 상장회사이다 보니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들이 그 자금을 은행에만 두지 말고 신규투자를 해야 한다고 요구해서 등 떠밀린 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인터넷 서점의 경영상황은 결코 좋다고 말할 수 없다. 당장 예스24만 해도 지난해 매출 998억원에 93억원의 손실을 기록하지 않았나.

“비즈니스 차원에서 인터넷 서점의 미래는 밝다고 본다. 근본적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바꿀 수만 있다면 굉장히 밝다. 특히 물류 인프라 측면에서 인터넷 서점은 종합쇼핑몰을 능가한다. 인터넷 쇼핑몰들이 규모는 커도 대개 직배송에 의존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인터넷 서점은 자체 물류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내부의 인적자원도 어떤 기업보다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검소하게 운영해왔기 때문에 거품도 없다. 이것을 기반으로 매출 위주의 경영이 아닌, 이익을 낼 수 있는 경영 쪽으로 방향을 틀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그러고 나서 새로운 일을 추진할 생각이다.”

-예스24를 종합쇼핑몰로 만들겠다는 뜻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인수 계획이 있는가.

“종합쇼핑몰 계획은 없다. 기왕에 국내 최고의 인터넷 서점이니 그 이미지를 계속 가져갈 생각이다. 예스24가 온라인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능을 살려 문화상품에 주력할 생각이다. 그리고 당장 새로운 인수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의 일은 모르겠다. 이미 우리 식구인 와우북(2002년 합병)의 콘텐츠를 차별화할 생각이다.”

-그동안 인터넷 서점들은 출혈을 감수하면서 규모의 경쟁을 벌여왔다. 그것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나.

“우선 경쟁을 완화해야 한다. 올해부터 실시된 도서정가제가 경쟁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서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가격할인을 많이 해서 매출을 늘리는 데 주력한다면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예스24나 알라딘 모두 가격경쟁을 하지 않고도 성장이 가능하다. 과거처럼 2배씩 성장하지 못할 뿐, 매년 20~30%씩 성장하고 있지 않나. 그만큼 고성장을 하는 비즈니스가 어디 있나. 그 정도만 유지하고 경쟁을 완화해나가면 이익을 낼 수 있다. 도서정가제로 온라인 서점이 피해를 보고 오프라인 서점이 가장 큰 혜택을 입었다고 하지만 온라인 서점도 분명 도움을 받고 있다. 다만 예스24는 좀더 효율적인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1년에 2배씩 늘어나는 회사이다 보니 사람을 늘리기 바빴다. 20~30% 성장에 머물면 인원 늘리는 일은 조심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 예스24 정상우 부사장과 주세훈 홍보팀장이 거들었다. 주팀장은 “99년 설립 이후 예스24는 불패신화에 사로잡혀 있었다”면서 “주인이 바뀐 후 수익성에 대한 인식, 업무 긴장감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정사장도 “냉정하게 말해 회사가 돈을 잘 벌었다면 팔릴 리 없지 않느냐”며 “과거에는 인원 확보에 주력했지만 각 사업본부가 독립채산제로 가면서 지금은 최소 인원으로 어떻게 손익을 맞출 것인가 경영마인드로 무장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예스24는 경영지원본부, 도서사업본부, 멀티사업본부, 고객만족본부, IT본부 등 5개 본부로 나뉘어 있다. 이강인 전 대표가 물러난 후 나머지 인력은 변동이 거의 없는 상태. 7월 초 주주총회에서 김동녕 사장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기업을 인수하면 모회사에서 점령군처럼 요직을 장악하지 않느냐”는 짓궂은 질문에 김사장은 “예스24에 혼자 왔다”고 답했다.  

 

-최근 한세실업이 예스24에 운영자금 50억원을 대출했다고 알려졌는데 그 돈을 어디에 썼나.

“예스24의 오프라인 서점인 골드북이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서점이라고 하는데 책값을 어음으로 주는 형편이었다. 온라인 서점은 현금결재를 하는데, 이러면 안 된다고 판단해 그 부분부터 정리했다. 어음 나간 것을 다 현금으로 바꿔주고 대출도 정리했다. 일단 자금을 확보해놓고 필요한 부분에 쓸 계획이다.”

-예스24의 구조조정 계획은 없나.

“뉴콘텐츠팀이라는 동영상사업은 분사(分社)하려 한다. 그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물론 같은 건물 안에서 우리의 기자재를 가지고 일을 하지만 독립회사가 되는 것이다. 나머지 사업들은 계속 한다. 특히 콘텐츠 강화, 커뮤니티 강화는 매우 중요하다. 단지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책과 관련한 모든 문화가 결집된 공간이 돼야만 성공할 수 있다.”

김동녕 사장은 1년에 25권 가량의 책을 읽는다. 시집 한 권은 꼭 읽고, 미술 관련 책, 소설, 경영서, 물리학, 인류학 분야의 책에 이르기까지 독서의 영역이 매우 넓다. 불황이라고 아우성치는 출판 시장에 대해서도 그는 매우 낙관적인 입장이다.

“출판 시장은 2조원쯤 된다는 게 정설이다. 얼마 전 민음사 박맹호 사장을 만났는데 ‘책 시장은 항상 불황이라고 하지만 돌아보면 계속 성장해왔다’고 말씀하셨다. 단지 성장에 기복이 있을 뿐이다.”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발행일 : 2003 년 07 월 03 일 (391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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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가고 손이 가네 ‘실용서 전성시대’
한 분야 밀도 있게 다루며 인기 몰이 … 개인 욕구 감성과 코드 맞추기 당분간 계속

3월19일 오후 독자들이 교보문고의 실용서 코너에서 책을 고르고 있다.

‘강추! 2004년엔 나도 몸짱!’

‘나를 위한 최고의 투자는 여행이다’

‘자기계발서 사은잔치’.

서점에서 독자의 주목을 끌기 위해 판매대에 마련한 실용서의 홍보용 POP(Point of Purchase) 문구가 자극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확산되기 시작한 실용서 시장은 이제 독서시장 전체를 집어삼켰다. 건강 취미 자기계발 등 전통적인 실용서뿐 아니라 이제는 인문·사회과학·예술까지도 실용서화하고 있어 흥미롭다.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집계순위에는 실용서가 상위 순번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3월 둘째 주 교보문고 종합순위를 보면 ‘선물’(1위)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2) ‘BIG FAT CAT의 세계에서 제일 간단한 영어책’(3) ‘설득의 심리학’(4)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5)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7) ‘메모의 기술’(9) 등 활용도가 높은 실용서가 포진해 있고, 그 뒤를 잇고 있는 책이 ‘파페포포 메모리즈’(6) ‘화’(8) ‘그 남자 그 여자’(10) 등 에세이류다. 이런 흐름은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등 대형서점이나 YES24 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에서도 마찬가지.

실용서는 도서분류 기준상의 개념이 아니다. 일본 이와나미서적에서 내는 ‘액티브 신서’의 표어처럼 ‘읽고 바로 하자’는 취지에 어울리는 책들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요즘 나타나고 있는 실용서의 중요한 흐름은 세분화와 다양화다.

요즘의 베스트셀러는 백과사전처럼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여행서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33’(이두영, 중앙M&B),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메모의 습관을 강조하는 ‘메모의 기술’(사카토 켄지, 해바라기), 아침시간 활용법을 소개하고 있는 ‘아침형 인간’(사이쇼 히로시, 한스미디어) 등처럼 한 가지 주제를 밀도 있게 다루고 있다.

모든 분야 책 실용화의 길 한창

이는 요리나 건강 분야 등도 마찬가지. 대개의 요리책에서 사용하는 계량형 스푼 대신 밥숟가락과 종이컵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 ‘2,000원으로 밥상차리기’(김용환, 영진닷컴), ‘궁합이 맞는 과일·야채 생주스’(마루모 유키코, 아카데미북), ‘이탈리아 가정요리’(박주희, 동아일보사), ‘반신욕’(김소림, 학영사), ‘복근운동 30분’(커트 브룬가르트, 넥서스), ‘아름다운 몸의 혁명 스트레칭 30분’(밥 앤더슨, 넥서스) 등도 지나칠 만큼 좁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종류도 무척 다양하고 풍부해졌다. 이제까지 취미나 건강 어학 자기계발 등이 실용서의 주요 분야였다면 이제는 모든 분야의 책들이 실용화의 길을 걷고 있다. ‘궁궐의 우리나무’(박상진, 눌와)는 나무의 생태학에 대한 도서이면서 여행, 나무의 정보 등을 알 수 있는 활용도가 높은 실용서로 분류될 수 있다.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디니, 21세기북스)은 사회심리학적 기본 내용을 바탕으로 자기계발서로 확대된 경우다. ‘유혹의 기술’(로버트 그린, 이마고)은 유혹에 능했던 역사 인물들을 분류하고 유혹의 전략과 전술을 덧붙여 역사서와 자기계발서가 결합한 유형에 속한다.

일과 놀이가 결합하고, 딱딱한 방법서에 감성이 개입되는 것도 흔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학습과 만화의 결합이다. 초등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그리스로마신화’(가나출판사)나 과학상식을 만화에 담은 ‘살아남기’ 시리즈(아이세움), 한자를 이미지로 학습하게 하는 ‘마법 천자문’(시리얼, 아울북), 산부인과 의사 안명옥씨와 만화가 황미나씨가 함께 지은 10대 소녀들을 위한 성교육서 ‘루나레나의 비밀편지’(동아일보사)는 쉽고 흥미로운 글, 그림 등으로 인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영사 고세규 편집실장은 “조만간 오락성과 감동 위주의 문학작품에서도 밥벌이를 위한 정보 등 실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책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감성에 호소하는 것도 특징이다. ‘죽기 전에 꼭…’이나 ‘칭찬은 고래도…’처럼 주관성이 강한 책들이 잘 나간다. 무언가 설명해야 할 것이 있으면 마치 선배가 후배에게 얘기하듯 친절하다. 그래서 독자들은 마치 자신을 위해 만든 책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거기다 보편적 상식을 약간 뛰어넘는 역발상을 가미하고, 정성 들인 편집을 통해 독자를 사로잡는다.

경제·경영 처세서도 이전에는 삶의 목표와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게 했지만 이제는 구체적 목표를 정해서 그 방법까지 제공하고 있다. ‘32세에 32평 만들기’(노용환, 국일증권경제연구소) ‘총각네 야채가게’(김영한, 거름)가 대표적.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영상매체에 익숙한 독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집중형(narrow focus) 정보, 감각적인 사진, 와이드형 편집, 주관적인 문체, 선명한 컨셉트, 경쟁력 있는 가격 등으로 무장된 책이 거대한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망 아이템 찾기 치열한 정보전

출판사의 변화도 눈에 띈다. ‘설득의 심리학’ ‘칭찬은 고래도…’ 등의 실용서 베스트셀러를 펴내 지난해 직원들에게 700%의 상여금을 준 21세기북스는 최근 실용서 시장의 확대에 대비해 이제까지 없었던 새 팀을 가동시켰다. 이부연 팀장은 “우리도 주제를 좁혀서 세분화하고, 저자가 독자에게 친절하게 이야기하는 식의 책들을 기획하고 있다”며 “경제가 힘들어서 그런지 독자들이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그런 책들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어학과 건강 등의 실용서 분야에서 많은 베스트셀러를 내온 넥서스도 고품질 실용서를 내놓기 위해 묘안을 짜내고 있다. ‘행복을 지키는 과학 수지침 30분’(곽순애), ‘발마사지 30분’(김수자) 등의 책은 알찬 내용에 시원한 사진과 컬러인쇄 등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 침체돼 있던 관련 분야를 살려내기도 했다. 김인숙 실용팀 부장은 “출판 선진국인 유럽에서는 실용서가 아주 세분화돼 있고 품질도 좋지만 한국은 이제 시작이다”며 “세계 각국에서 자연주의적 라이프스타일이 부상하고 있는 만큼 동양주의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분야의 실용서들이 꾸준히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실용서 분야의 경쟁은 정보전으로까지 번져 기획자들은 인터넷 신문 방송 잡지에 늘 귀를 열어놓고 있어야 한다. 일부 출판사는 해외에 통신원까지 두고 정보를 얻고 있다. 인문 문학 관련 서적 전문 출판사들도 인문서의 주관화, 영역 파괴 혹은 가로지르기 등을 통해 실용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교보문고 홍보팀 홍석용씨는 “IMF 이후 실용서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다양화되는 추세다”며 “독자들의 요구에 따른 변화인 만큼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용서는 전체 출판시장의 규모를 키웠고, 자신의 삶을 좀더 풍부하게 하려는 이들에게 일정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위기상황에서의 대처능력을 길러준 게 사실이지만 그 반대급부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출판평론가 이권우씨는 “사회의 근본적인 부분은 바뀌지 않고 실용서에서 주장하듯 개인이 노력해서 변화를 꾀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는 회의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두가 실용서를 읽고 그렇게 바뀌면 이미 경쟁력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더욱이 실용서가 몰고 오는 유행들, 예컨대 아침형 인간이니 웰빙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를 획일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실용서 시장의 분위기는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 한기호 소장은 “정치는 희망을 잃고, 경제는 불안해 개인들의 위기의식이 깊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좀더 친절하고 감성적이면서, 개인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맞춤형 책들이 당분간 계속 관심을 끌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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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출판계도 ‘노래방 풍경’
찍어내도 읽는 이 없어 불황 깊은 골 … 지난해 1500개 서점 문닫아 ‘암흑시대’ 큰 걱정

도쿄의 한 대형 서점에서 책을 읽고 있는 직장인.

‘책을 읽지 않는 시대.’

세계 톱클래스의 출판대국, 일본에 ‘출판 암흑시대’가 도래했다고들 난리다.

도쿄를 자주 찾는 한국인들도 일본의 책 문화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정도다. 수년 전만 해도 도쿄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손에서 책을 떼지 않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고, 그것은 일본의 풍물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 풍경을 보며 ‘한국인들도 저렇게 책을 좀 많이 보았으면…’ 하고 부러워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모습을 보기가 점점 어렵다. 자리에 털썩 앉자마자 고개를 푹 숙이고 잠을 청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혹은 휴대전화를 꺼내 문자메시지를 작성하거나 하릴없이 메일박스를 뒤적이거나 게임 하는 모습만 늘어간다.

어찌된 영문인지 한창 책을 보아야 할 나이일수록 책을 멀리하는 것 같다. ‘대체 저 연세에 책은 읽어 뭐 하시려나’ 싶은 노인들만 지성스레 책을 본다. 돋보기를 치켜 올려가며, 돈이 없어 보고 싶어도 책을 보지 못했던 ‘활자 굶주림’의 세월을 만회하려는 것일까. 이렇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으면 기특해 보일 정도다. 물론 슬쩍 곁눈질을 해보면 읽고 있는 책은 십중팔구 만화책이나 주간지지만.

일본의 연간 출판물 판매 실적을 보면 7년 연속 전년도에 비해 줄고 있다. 2003년은 전년도에 비해 3.8%가 줄었다. 책의 반품률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03년의 경우 서적은 38.8%에 이르고 잡지는 30.9%라고 한다.

책을 읽지 않으니 전업하거나 폐업하는 서점이 늘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1500개 서점이 문을 닫아 2004년 3월 현재 일본의 전국 서점 수는 1만9000개로 줄었다. 하루 5개의 서점이 셔터를 내린 셈이다.

지하철 안 젊은이들 ‘꾸벅꾸벅’

2002년 출판시장은, 과연 읽을 가치가 있는지는 차치하고 ‘해리 포터’ 시리즈가 판매 호조를 보여 그럭저럭 버텼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해리 포터 인기마저 시들해지면서 출판계 사정이 더욱 나빠졌다. 300만부를 넘은 ‘바보의 벽’ 이란 책 말고는 지난해 ‘밀리언셀러’가 한 권도 없었다고 한다. 매년 3~4권의 밀리언셀러를 만들어낸 일본 출판계는 이제 ‘암흑시대’를 맞고 있다고들 걱정이다.

‘바보의 벽’이란 히트작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신쵸샤(新潮社) 표정이 썩 좋지 않다는 점을 보면 출판업계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최고일 때 신쵸사의 연간 매출액은 340억엔(약 34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20억엔대에 머물렀다.

일본 출판업계 최대 규모인 고단샤(講談社)를 보아도 사정은 비슷하다. 1909년 설립된 이 출판사는 일본 출판업계 간판이다. 2002년도 1750종의 단행본을 펴냈다. 60만부가 팔리는 ‘주간현대’도 내고 있다. 연간 매출 총액은 1713억엔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익계산서를 두드려보니 1945년 이래 최초의 적자를 기록했다. 2003년에는 간신히 흑자로 돌아섰다고 하나 불안해한다.

일본 출판계가 아직도 세로쓰기 전통을 지키고 있는 것이 젊은 세대의 독서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증거로 가로쓰기 방식으로 출판된 휴대전화 연재소설 ‘딥 러브’가 총 100만부(4권 시리즈 누계)를 가볍게 넘어선 것을 들기도 한다. 1억2000만 인구 중 휴대전화 가입자가 8000만이나 되니 휴대전화의 가로쓰기 메시지 방식이 읽기 문화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이 나올 만하다. 가로쓰기, 가로읽기에 익숙한 젊은층은 세로쓰기 자체에 거부감을 가질 법하다. 세로쓰기를 끈질기게 고집하고 있는 신문의 구독자 수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데 역시 젊은층을 새로운 독자로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일본과 같은 한자문화권 국가이지만 한국이나 중국의 출판이 가로쓰기 체제로 완벽히 이행했는데도 일본만 구시대적인 세로쓰기 체제에 매달려 있는 데 대한 자성의 소리도 들린다.

최근 10년간의 서적과 잡지 판매금액 추이를 보면 최고를 기록한 것은 1996년이다(표 참조). 영상 중심 시대로의 이행이란 측면 말고도 낮은 출산율의 영향으로 인구 증가 추세가 멈추며 절대인구가 감소하는 단계에 들어간 일본의 인구학적 요소도 책 소비 감소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종이 인쇄물 대신 전자서적을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사전이 전형적인 예다. 4월 개학을 맞아 입학 선물로 여전히 인기 품목인 사전을 사기 위해 서점을 찾지 않고 가전제품 양판점을 찾는 이들이 많다. 휴대하기 간편하고 조회하기 쉬운 전자사전을 찾는 것이다. 전자사전의 매출액은 연간 440억엔에 이를 만큼 크게 늘어났다. 반면 전통적인 종이사전은 250억엔 규모로 줄어들었다. 앞으로도 전자사전 선호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인구 감소 전자서적 선호도 한몫

디지털 정보매체에 대한 신세대의 호감을 겨냥해 소니 등은 전자서적출판 회사를 신설했다. 전용 단말기는 전자사전 기능 외에도 인터넷 등을 통해 다운받은 파일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책장을 넘기며 읽어야 독서의 제 맛이 난다는 세대에게는 ‘페이지다운’ 키를 누르며 화면을 보는 데 대해 저항감이 크다. 하지만 단말기에 거부감을 느끼기는커녕 친밀감을 느끼는 계층이 늘어가고 있다.

일본의 서적이나 잡지 통계를 세계적으로 비교해보면 아직도 출판대국임은 틀림없다. 연간 8만종, 하루 230종꼴로 새 책을 만든다. 그만큼 다양한 주제와 내용의 책이 독자를 부르고 있다. 일본을 세계 강국 반열에 낄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인 지적 탐구열이 식기는 했으되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증표다. 출판사 수도 갈수록 늘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여전히 출판대국이나 속으로는 골병이 들고 있다. 출판되는 종수는 많지만 어느 사이 대개 1만부였던 초판 발행 부수가 수년 사이 5000부로 줄었다. 책의 성격에 따라 초판 부수는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보아 그렇다는 말이다. 출판사는 확실해 보이는 책 1권을 1만부 찍어 반품으로 곤란을 겪느니 5000권씩 2권을 펴내는 쪽을 택한다.

도쿄 신주쿠의 대형 서점 기노구니야의 옥외매장에 설치된 잡학서적.

팔리지 않는 책이지만 계속 발행할 수밖에 없는 마의 순환에 빠진 듯한 일본 출판계. 이런 사정을 ‘출판업계의 노래방화(化)’라고 부르는 이도 있다.

노래방에 가보자. 제 순서가 되면 마이크를 잡고 다들 열창한다. 멋지게 뽑아대는데 아무도 안 들어준다고 열 낼 것 없다. 당신도 딴사람 노래 부를 때 딴 짓 했으니. 다들 그런 곳이 노래방이다. 열심히 책을 찍어대는 이가 있을 뿐, 읽어주는 이가 없는 출판계 역시 노래방 풍경이나 마찬가지라는 자조적 표현이다.

출판 암흑기라고는 하지만 아직 일본에 간행서적이 많고, 출판사 수도 늘어났으니 희망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렇다고 해서 출판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느냐는 비관론도 많다. 노래방이 늘어나고, 가정에도 노래방 기기가 보급되다 보니 웬만한 사람도 가수 뺨치게 노래를 잘 부른다. 그렇다고 해서 가요 수준이 올라갔다거나 음악성이 풍부한 사회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출판계 역시 그렇다는 것이다. 책 읽는 즐거움을 무가치한 일로 치부하고 외면한 채 오로지 돈 셈하는 즐거움만 추구하는 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겠나 싶다.   (끝)


도쿄=조헌주 동아일보 특파원 hanscho@donga.com
발행일 : 2004 년 03 월 25 일 (427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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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일본 출판계 철저연구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05/03/10

이 기사는 일본의 출판전문지 <츠쿠루創> 편집부의 동의를 얻어 2005년 2월  특집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협력해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_ 편집자 주

출판 불황이 심각해지는 한편, 특정 책만 밀리언셀러가 되는 ‘메가히트 현상’이 눈에 띈다. 오랜만의 잡지 창간 열풍은 광고 수입을 겨냥한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시장은 확대되지 못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진 출판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시노다 히로유키篠田博之 _ <츠쿠루創> 편집장

‘출판계가 홍보비를 투자하고 창간 캠페인을 했으니 일시적으로 활기찬 듯 보였지만  서점 사정은 좋지 못해요. 특히 남성지의 부진이 눈에 띕니다.’ 출판과학연구소 주임연구원 사사키 도시하루佐木利春의 말이다. 2004년은 대형 출판사가 잇달아 잡지를 창간해 오랜만에 잡지 창간 열풍이 불었다. 각사의 승패는 판가름났지만 전체적으로 잘 팔리지는 않았다.  특히 여성지의 경우 광고수입을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이 압도적이다.

광고비도 전체적으로 늘지 않았다. 기업 측은 기존 잡지에 쓰던 광고비를 새로운 잡지로 돌렸을 뿐이다. 즉 창간 열풍은 출판사의 서바이벌 전쟁이었을  뿐 전체적인 파이는 확대되지 않았던 것이다. 창간한 여성지의 타깃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커리어우먼에 집중된 것도 광고를 유치하기 쉽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잡지판매가 저조하니 출판사는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 증간호와 별책을 내며 발행 횟수를 늘렸지만 그 역시 한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잡지의 다품종 소량화는 서점 점두의 과당경쟁을 일으켜 점점 출판계를 압박하고 있다.

출판과학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04년 출판계 전체 매출은 잡지가 전년대비 마이너스 2.0퍼센트, 서적이 플러스 4.0퍼센트, 전체적으로 플러스 0.4퍼센트 정도라고 추정하고 있다. 겨우 플러스 0.4퍼센트지만 불황의 늪에 빠진 출판계로서는 오랜만에 밝은 화제라 할 수도 있다. 2004년 서적 부문에서 잇달아 탄생한 베스트셀러가 간신히 수치를 밀어올린 셈이다.



밀리언셀러가 속출한 것도 2004년 출판계의 특징이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いま會いに行きます』나 『단호히キッパリ』도 100만 부 돌파가 확실해졌고 『전차남電車男』이나  『머리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의 말하기頭がいい人、話い人の話し方』  등도 밀리언셀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이런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출판 불황으로 책이나 잡지가 팔리지 않는 한편 특정 출판물에 매출이 집중되는 ‘메가히트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베스트셀러도 50만 부를 돌파하면 가속이 붙어 단숨에 100만 부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잘 팔리니까 사는 사람이 많아요. 잘  팔린다는 사실 자체가 구매동기가 되는 거죠.  예를 들면 『머리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의 말하기』는 7월에 발행되어 11월에 47만 부,  12월에는 60만 부를 넘었다고 해요. 시간이 갈수록 판매에 탄력이 붙은 거죠. 게다가 이 책은  비교적 수수한 비즈니스 책으로 PHP연구소는 원래 이런 류의  책을 냈으니 유독 이 책만 잘 나가리라곤 예측하지 못했을 거예요.” (사사키) 신서판으로 제목이 과거 밀리언셀러와 엇비슷하다는 것은 여기저기서 자주 언급되었지만 어차피 주류는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잘 나간다’는 화제로 인해 판매된, 즉  출판물이 문화재로서가 아니라 소비의 대상으로 읽혀진 느낌이다.

특정 책을 ‘화제의 책’으로 밀어올리기 위해  대중매체가 해야 할 역할이 커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TV 드라마나 영화 제작이 책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도 대형출판사의 판매 담당자 모두가 지적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해도 서점에  보내기만 하면 팔리던 시대는 끝났다.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려면 서점에  일종의 배후 장치를 해야  한다는 것은 출판사들에서 강조하는 바이다.



확실히 ‘책’은 변화하고 있다. 그런 느낌이 든다. 베스트셀러 목록만 보아도 확실히 알 수 있다. 인터넷 게시판인 2채널(www.2ch.com)을 그대로 단행본화한 『전차남電車男』도 그렇고 『단호히!キッパリ!』나 『달링은 외국인ダ─リンは外國人』 등  만화 범주에 들어갈 만한 애매한 책들을 보면 오늘날 책이 과거의 책과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도매상이 연말에 발표하는 ‘연간 베스트셀러’는 예전부터 만화 단행본을 제외했는데 요사이 목록에 넣어야 할지 망설여지는 책이 늘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는 출판사 순위에서도 언급되었다. 출판사 신고소득 순위(25쪽)는 출판사의 실적을 나타내는 지표로 자주 이용되었는데 이것이 거의 의미를  잃고 있다. 예전에는 대형 3사(고단샤講談社, 쇼각칸小學館, 슈에이샤集英社)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상위에서 군림했지만 최근에는 대형 출판사도 순위에서 쉽게 사라진다. 이렇게 변화된  상황에서 상위를 차지한 것이 베넷세코퍼레이션이나 리크루트 등 타업종에서 참가한 곳이다.

처음 집계할 때에는 전문출판사가 아니므로 리크루트를 순위에서 제외한 적도 많다. 그렇다면 어째서 베넷세코퍼레이션은 넣은 걸까. 어디까지 출판사의 범주에 넣어야 할지가 애매해졌는데 이는 출판사의 개념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책이란 무엇인가, 출판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겨우 이런 근원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번 특집에 실린 권두 좌담에서도 이런 문제가 제기된다.



일본은 전후 오랫동안 불황이었음에도 책은 잘  팔린다는 ‘출판신화’가 지배해왔다. 그러나 최근 장기화된 출판 불황으로 그 신화가 완전히 깨져버렸다. 책방은 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이제 모두 옛 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서점이 급속히 폐업하거나 재편되었음을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과연 출판계는 어디로 가는 걸까.

기사게재 : <기획회의 16호> 특집 - 일본출판계 철저 연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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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초대석] 나춘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한국경제 1998-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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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매상 연쇄부도로 출판사와 서점 인쇄 제본 제지업계등 출판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졌습니다.

마비된 유통망을 살리기 위해 도매상을 대형 단일유통기구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중입니다"

지난 3일 "출판계 회생을 위한 긴급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나춘호(56)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독자들에게 책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면서"출판인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새 유통기구를 통해 체계적인 도서공급망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식의 젖줄인 출판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정신적 공백상태가 빚어집니다.

눈앞에 닥친 어려움보다 앞으로의 일이 더 걱정이에요.

정부에 5백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지요"

그는 "출판.서점업계가 일손을 놓은 채 허탈감에 빠져 있다"면서 "하루빨리객관성과 투명성을 갖춘 유통기구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판사들이 책을 펴내도 공급할 통로가 없기 때문에 다 된 원고를 붙들고 속수무책으로 기다리는 실정입니다.

신간이 안 나오니 서점들도 울상이지요"

출판유통체계를 정비하자는 논의는 그동안에도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60여개나 되는 업체들의 이해관계와 기득권 다툼때문에 그때마다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출판사 대표들이 2~3일 보문당 부도 대책회의에서 "도매상의 근본적인 구조조정 없이는 해결방안이 없다"고 입을 모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그는 "혼란이 계속되면 결국 애꿎은 독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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