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쯤이나 되었을까?
좌측 방향에서 컨테이너 모서리부터 두드리고 오는 것을
보아하니 대평댁이다.

"여그 와서 괴기 좀 먹어."
"예? 아침부터 뭔 고기요?"
"아 잔소리 말고 언능 나와."

하던 일 접고 신발 신고 밭고랑 따라 쫄래쫄래 따라간다.
어제 잔칫집 다녀오셨는데 돼지수육이라도 얻어 오신 모양이다.
그래도 아침에는 부담스러운데…
대평댁은 꽃이 피지 않은 배춧잎을 몇 주먹 따서 앞선다.

"쌈 싸서 먹어면 괘안하겄네."

대평댁 부엌.
삼겹살이 프라이팬 위에서 가득하니 익고 있다.

"시방 아침부터 이것을 나보고 먹어란 말씀이신가?"(방백)
"어여 좀 들어."

눈앞이 캄캄해진다. 원래 아침을 먹지 않는데 고기를 구워 놓고,
그 양도 만만치 않다.
대략 몇 점 먹는 시늉하다가 일어서야겠다는 판단을 했다.

"엄니도 같이 듭시다."
"나는 방금 그만치 궈 먹었어. 자네 줄라고. 다 먹어."
"아니 저… -,.-"
"자, 배추 쌈하고이잉."

먹자. 이미 구워진 것을 어떻게 하겠나.
그런데 이거 양이 장난이 아니지 않나.

"밥도 좀 할란가?"
"아니요, 엄니 이따 점심 먹어얀께…"
"뭘 지금 벌인 김에 걍 다 해결해부러."
"그럼 아주 쬐끔만 주세요. 쬐끔요."

머슴밥이 담겨져 온다. 각오는 했지만 너무 가혹하다.

"먹고 모자라믄 더 달라고 혀."

오전 10시.
절반은 타버린 유럽풍 베이컨 스타일의 삼겹살.
그리고 고봉밥.

- 출처 : www.jiri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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