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겨우내 마을회관에 모여 있던 노인들은
경운기에 퇴비를 싣고 밭으로 향하고 있다.
죽은 듯 굳어 있던 땅은 낮은 풀과 꽃을 토해내고
심지어 나비까지 두어 마리 보았다.
고라니가 뜯어 먹은 배추는 아무래도 꽃을 피워 올릴 태세다.
다음 주에는 양파를 사무실 뒤편으로 옮겨심기로 했다.
지천댁이 비닐을 준다고 한다.

"겨울 다 갔는데 비닐 씌울 필요 있나요?"
"그라녀면 크들 안혀."

대꾸하지는 않았지만 비닐을 씌우지 않을 생각이다.
나도 헐벗고 양파도 헐벗는 것이 마땅한 일일 것이다.

- 출처 : www.jiri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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