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꼭지
여러 날 따지 못했다
때를 놓쳤다
우리 부부는 싸웠고,
참외는 개미가 먹었다
포식을 했다
줄줄 흘러내린 과즙은
까마중이 먹었다
물관과 체관을 지나서
흰 꽃을 지났다
아까 날아오른 두엇은
씨앗 도둑이다
내장으로 가서
곧 항문을 지날 것이다
내 참외를 천지가 먹었다
도둑놈!
; <무릎 위의 자작나무> 창비,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