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국숫발
슬레이트 지붕에 국숫발 뽑는 소리가
동촌 할매
자박자박 밤마실
누에 주둥이같이 뽑아내는 아닌 밤 사설 같더니
배는 출출한데 저 햇국수를 언제 얻어먹나
뒷골 큰골 약수터에서 달아내린 수돗물
콸콸 쏟아지는 소리
양은솥에 물 끓는 소리
흰 국숫발, 국숫발이
춤추는
저 국숫발을 퍼지기 전에 건져야 할 텐데
재바른 손에 국수 빠는 소리
소쿠리에 척척 국수사리 감기는 소리
서리서리 저 많은 국수를 누가 다 먹나
쿵쿵 이 방 저 방
빈방
문 여닫히는 소리
아래채에서 오는 신발 끌리는 소리
헛기침 소리
재바르게 이 그릇 저 그릇 국수사리 던져넣는 소리
쨍그랑 떵그랑 부엌바닥에 양재기 구르는 소리
솰솰솰솰
멸치국물 우려 애호박 채친 국물 붓는 소리
후루룩 푸루룩
아닌 밤 국수 먹는 소리
수루룩 수루룩
대밭에 국숫발 가는 소리
- <무릎 위의 자작나무> 창비,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