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큐정전 - 그린북스117
루쉰 / 청목(청목사) / 1994년 9월
평점 :
절판


역사에는 원체 어둡기 때문에 중국의 혁명에 대한 기본 지식은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게 순수한 백지 상태였기 때문에 아큐정전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건 아니다. 이건 뭔가 잘 못 되었다.'라는 쓴 뒷맛.

아큐는 시쳇말로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사람. 바보라고 부르기엔 과하고, 정상이라고 칭하기엔 떨떠름한 그는 그냥저냥 살아가다가 얼떨결에 혁명에 참여하고 어이없이 죽는다. 이 황당한 인생을 기술한 저자도 전기라 해야할지, 평전이라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정전'이라는 모호한 설정으로 마무리한다.

아Q가 무지한 중국인들을 대표하는 익명성을 지닌 이름이라는 것도, 아Q정전이 혁명을 비판한 책이라는 것도 한참 후에야 알게되었다. 하지만 처음 읽고 나서 느낀 그 씁쓸함이야말로 작가가 전해주고자 한 요지라고 믿는다. 인간과 사회라는 오래된 관계에 대한 아주 근본적이고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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