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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 사회 귀족의 나라에서 아웃사이더로 살기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책 내용이나 전개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이 리뷰를 잘 해주셨으니 나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개인의 개인의 생각을 자유로이 기술한 책에서 주관성을 탓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할수도 있다. 사실 이 책에서 홍세화씨는 다양한 예와 경험을 들어 '객관적으로' 자신의 주관을 뒷받침하고자 애쓴다.
하지만 그런 예마저, 경험마저 극히 주관적인 경우가 종종 있어 아쉽다. 그리고 그 아쉬운 이유는 나를 설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을 설득하기에 부족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즉, 아주 객관적인 사실조차 아주 주관적으로 다가오는 아이러니가 있다.
나의 경우에는 홍세화씨의 글이 아무리 주관적이라도 설득력이 있다. 기본적인 전제에서 동감하는 사람의 글이기에 아무리 엉뚱한 이야기를 해도 이심전심, 불립문자의 진리가 통하기 때문이다.
글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건 내가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보았을 때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좀 더 진솔한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할까 하는 것이 아쉬웠다. 이 책이 나처럼 처음부터 동조하는 자들에게 정당성과 위안을 주기 위함만은 아니지 않은가.
다른 아쉬움은.....군대간 고졸 출신의 동생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어도 동생에게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다. 배경 지식없이는 이 책에 있는 내용이 제대로, 쉽게 받아들여질리가 없다. 예를 들어 그 기원이나 의미에 대한 아무런 설명없이 작품 전반에 사용하는 '똘레랑스'란 표현같은 것들이 그렇다. 또 조선일보가 왜 그렇게 욕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는 동생이 아예 '조선일보는 나쁘다'라는 명제를 대하면 당황하지 않겠느가. 그래서 동생이 이 책을 읽게 되기 까지는 다른 지식이 너무 많이 필요할 듯해서......아쉽다.
독자의 수준과 상식을 높게 봐준 홍세화씨에게 감사를 들여야 할지....지나치게 현학적이라고 핑잔을 줘야 할지 나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