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rs to end wars, the weapons to end wars, these things have failed us.
- Dr. Manhattan.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 전쟁을 끝내기 위한 무기들, 이런 것들이 전쟁을 끝낸 적은 한번도 없다.
- 닥터 맨하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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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네이버 검색 결과가 놀랍다.
혹시나 했다. 그런데 한국에 1995년 출간되어 있는 것이다! 기쁘다.
그러나 역시나 했다. 번역본이 아니라 원서만 출시 된 상태.
그나마 영어에 능하지 않으면 접근하기 힘들다는 것. 안타깝다.
<V for Vendetta> 라는 영화를 본 후, 그 신선한 영웅의 이미지, 새로운 혁명에 마음이 몹시 흔들렸다.
(이 원작 역시 2005년에 영어판으로 출시된 상태)
그러자 신랑이 이 책을 내민다. 바로 같은 원작자 Alan Moore의 스토리라고.
그는 늘 슈퍼히어로의 이야기를 쓰는데,
기존의 슈퍼히어로의 낡은 이미지와 고정관념을 뒤집고,
굉장히 정치적이고 심오한 작품을 쓰는 것으로 유명했다.
물론 그의 시니컬한 유머와 반어적인 메시지, 지적인 풍자를 읽어낸다면 말이다.




소설과 만화책의 중간 형태를 취한 것도 내게는 새로웠다.
소설 아니면 만화책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새로운 글쓰기, 새로운 만화, 새로운 소설의 탄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나는 지금 엄청 뒷북치는 것이다)
데이브 깁슨의 사실적인 드로잉과 파격적인 컬러링 역시 매우 돋보이는 분명한 만화작품이다.
얼마나 디테일에 충실하게 작업했는지 그림 자체가 거대한 텍스트다.
엄청난 대사와 나레이션을 소화하고 나서도 페이지를 쉬이 넘길 수 없다.
컷 하나 하나에 너무나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반면 각 장 사이에 끼어 든 주요 인물들의 인터뷰, 자서전, 경찰 레포트, 신문 기사 등등은
단순히 이 책을 만화책이라 정의할 수 없게 만든다.
모든 사건과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치밀하게 구성된 스토리.
스토리 속에 액자구조로 들어 있는 또 다른 스토리.
이렇게 잘 쓰여진 글도 사실 보기 쉽지 않다.
마스크를 쓴 슈퍼히어로들이 전면 등장하지만, 사실 그들 중 누구도 '주인공'이 아니다.
그들 모두 혼자 또는 함께 범죄와 싸우며 시민들을 지켜주기도 하지만,
수 많은 단점과 상처로 얼룩진 어쩔 수 없는 평범한 인간인 것이다.
그들 중에는 파시스트, 공산주의자, 극단적 좌파나 보수적 메카시스트도 있는가 하면,
한편 그들 모두 사업가, 과학자, 연애인, 용병, 범죄자이며 누군가의 연인이자 어머니, 아들인 것이다.




시대적 배경은 1980년대가 주 무대고, 193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시간 여행을 한다.
케네디나 닉슨, 냉전과 메카시즘, 베트남과 쿠바, 아프가니스탄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은 단골 메뉴로 언급된다.
한 때 가면을 쓴 영웅들이 세계를 구할 듯도 했지만,
누구도 세상의 혼돈과 갈등, 특히 제 3차 대전을 막을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그러는 와중 핵전쟁이 초 읽기에 들어가고, 사상 최대의 음모와 테러가 준비되고 잇다.
과연 인류는 살아 남을 것인가?




앞서 말했듯 이 책에 주인공은 따로 없다.
그럼에도 여기서 꼭 언급하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바로 '닥터 맨하탄'이다.
그는 핵 연구소에 일하다가 사고로 핵분해가 되어 버린 후 다시 스스로를 재조립한 과학과 기적의 산물이다.
그가 돌아왔을 때 이미 예전의 그가 아니다.
그는 모든 것을 원자 단위로 바라보게 되고, 모든 원자 구조를 컨트롤 한다.
그야 말로 슈퍼히어로의 탄생. 그러나 그 절대적 존재도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다.
특히 그에겐 지구를 구하는 것 자체가 '검은 개미'와 '붉은 개미' 중 어느 쪽을 구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같은 것.
미래를 내다보고, 공간 이동을 하는 그의 존재는 그 초현실적인 파워 때문이 아니라,
세상을, 인간과 사물, 시간과 공간을 바라보는 그 새로운 관점 때문에 더욱 흥미를 끄는 존재다.
(늘 벌거벗고 다니는 그 파란 몸매도 흥미롭긴 하지만 )
물론 '닥터 맨하탄'도 그저 등장인물 중 하나일 뿐이다.
누구도 그 보다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하지 않다.
알란무어는 슈퍼히어로가 수없이 등장하면서도 아무도 '영웅'이 아닌 그런 '영웅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 볼 것인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여운이 크게 남는 작품이다.
***

The release of atom power has changed everything except our way of thinking.
The solution to this problem lies in the heart of mankind.
If only I had known, I should have become a watchmaker.
-Albert Einstein.
핵 에너지의 발견은 인간의 생각하는 방식만 빼고는 모든 걸 변화시켰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오직 인간의 마음에 달렸다.
이렇게 될 줄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그냥 시계나 만들었을 것이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2007년 1월
구글에서 사진 검색하다가 발견한 포스터.
영화나 티비 드라마로 만들어진 듯... 어쩜 만화 케릭터들과 이미지가 똑 같다.
랄프 파인즈나 마이클 더글라스는 한 눈에 알아봤는데....
파인즈가 해리포터의 볼더모어로 출연한 것 만큼 신선하다. ㅎㅎ
한 번 찾아 봐야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