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식의 서사모델로는 게임의 서사를 설명할 수 없다. 정태적이고 보수적인 틀로 현재와 미래의 게임을 담아내지 못할 것은 뻔하다. 그러나 그것이 20세기초까지 게임을 해석하고 분석해 온 비평적 시각의 일변도였다. 게임을 직접 해 보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아니, 게임에 빠져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조차 '게임은 나쁜 것이다'의 명제에서 시작하여 '그렇다면 게임은 왜 나쁜 것인가'만 회자되었다. 불과 얼마전까지 게임은 정말 '나쁜 것'인줄만 알았던 나도 게임이 '나쁜 이유'가 모래성처럼 무너져내리며 새로운 세계로 빠져들고 있다. (바보상자의 역습 http://blog.naver.com/jinirock78/45789598 게임의 역습 http://blog.naver.com/jinirock78/45785692) 이렇게 게임이 대중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 그간의 누명과 오명을 벗겨낸 나는 이 책을 통해 게임의 이론적 세계에 입문하였다. (이 책은 게임에 대한 변명이나 게임의 문화적 의미를 설파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그러한 것들은 당위다) 90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논문형' 글이지만 탄탄하고 쉽게 쓰여 있어 술술 읽힌다. (조금의 인문학적 상식이나 문화비평에 대한 조애가 있다면 더욱 쉽게 읽힐 것이다) 아쉬운 것은 나 스스로가 '게이머'가 아니기에 열혈 게이머로서 이 책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위에 소개한 책도 마찬가지의 아쉬움이 있었다) 사실 이 두 책을 읽게 된 경위는 앞으로 번역해야 할 책('팬과 블로거, 게이머'에 관한)때문이다. 나는 수많은 문화와 그 생산품의 열렬한 '팬'이고, 보다시피 블로그도 열심히(?)하지만 비디오 게임만큼은 문외한이기 때문이다. (아, 나도 테트리스 정도에는 일가견이 있다 ㅎㅎ) 나에겐 게임의 세계를 훔쳐보는 것이 우선 급했다. 그 결과는 일단 고무적이다. 2008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