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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상자의 역습 - 대중문화가 어떻게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었나?
스티븐 존슨 지음, 윤명지.김영상 옮김 / 비즈앤비즈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슬리브 커브의) 긍정적 세뇌의 이점을 제대로 보려면, 도덕성의 함정에서 빠져나와야만 한다.- 서문 중에서
코뿔소를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코뿔소를 봤다는 사람의 말을 듣고 코뿔소를 그렸다.
제대로 코뿔소가 그려졌을까?
이 책을 통해 나는 내가 알고 있던 '코뿔소'가 얼마나 엉터리고, 왜곡되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어떤 음식을 한번도 먹어보지 않고, 맛을 평가하는 거랑 다를바 없다.
(단지 생긴 게 맘에 안 들어서 먹지 않는 음식도 얼마나 많은가)
똥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야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된장을 가장한 똥인지, 똥을 가장한 된장인지는 먹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
평소 비디오 게임이나 미드(미국드라마)에 미쳐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평소 그 '미쳐 있는 사람들'때문에 불평불만이 많았던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사람들이 도대체 왜 미치는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일독해보길 권한다.
나는 앞으로 번역할 책의 참고서적으로 읽었는데,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읽게 된 것에 정말 감사하고 있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분명 또 다른 세계를, 인식의 지평을 넓혀 줄 멋진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가령, 우리 신랑은 비디오 게임을 하면서 더이상 내 눈치를 보지 않겠다고 좋아한다.
거참, 난 눈치 준 적 없다니까 ㅡㅡ;;
그나저나 우리 신랑도 더이상 미드보고 밤새는 나에게 혀를 차진 못하겠지)
이 책은 단순히 게임이나 미드에 대한 변명의 장이 아니다.
대중문화는 그가 이루어낸 경제적 문화적 효용과 가치를 떠나 늘 사회적 경시와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누가 만들어 냈는지도 모르는 예전 화면을 아무 비판없이 들여다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이제 '새로고침'을 클릭하여 업데이트 된 내용을 확인할 때다.
독서는 이제 필요 없다거나 아이들에게 하루 종일 게임을 하게 해주자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현대 사회에 대해 우리가 너무 쉽게 단정 지은 것들이 틀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하향평준화되는 대중문화는 결국 지어낸 얘기에 불과하다. - 본문 188쪽에서
2007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