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3부작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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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의 다른 소설들이 그렇듯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감히 예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줄거리를 이야기하면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 것이다.

뉴욕에서 일어나는 세 가지 이야기 모두, 독립적이면서도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진 방>

세 가지 이야기는 한 사람이 비연속적으로 꾼 초현실적 꿈의 몽타쥬 같다.

<유리의 도시>에선 사립탐정으로 오해 받은 한 추리소설 작가 '퀸'은 아들을 해칠지 모르는 아버지를 추적한다. (그는 막 정신병원에서 퇴원했다)
<유령들>에서는 '블루'라는 초보 사립탐정이 '화이트'의 의뢰에 따라 전후 내막도 모른체 '블랙'을 24시간 감시하게 된다.
<잠겨진 방>에서는 한 남자가 실종된 어린시절 친구의 아내로부터 연락을 받고, 친구의 미발표 글들을 발표하면서 친구를 찾아나선다.

 

모두가 쫓고 쫓기며, 관찰하고 관찰당한다. 그 와중에 쫓는자도, 쫓기는 자도, 관찰자도 관찰당하는 자도,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듯 서로를 닮아가고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다.

 

폴 오스터 (1947~)

 

주인공들이 대체로 '작가'인 폴 오스터의 작품.
그러나 주변인물들의 직업과 이력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리고 그 직업과 이력을 묘사하는 정보와 지식, 개성은 추종할 수 없는 폴 오스터의 장점이다. 등장하는 수 많은 인용 문학들이나 책 목록만 보아도 그의 독서 범위와 깊이를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와 지식, 재해석'의 광장이야말로 폴 오스터를 읽는 가장 큰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무엇보다, 그의 소설은 절대 진부함이나 통속적인 뼈대와 결말을 거부한다는 점. 그의 작품을 읽을 때 마다 한동안 휴우증에서 벗어나기 힘든 이유다.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어떻게 글을 쓰고, 무엇을 써야 할 것인가...

늘 그런 화두를 내게 남겨준다.

 

그랫서 나는 그의 작품을 읽고 나면, 늘 조금은 화가 나 있고, 조금은 부끄럽고, 부럽기도 하고, 흥분과 혼란 때문에 머리와 심장이 아프다.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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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괴물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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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폴 오스터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줄거리를 다 알고 보면 재미없다.

여전히 다음 페이지의 내용을 상상할 수 없는 그의 이야기 기술은 높이 산다. 책을 내려 놓을 수 없는 긴장감과 호소력으로 가득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지루했다.
물론 그 것은 그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한 상대적 지루함일 뿐,
책 자체가 지루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해서 군더더기가 너무 많았다는 느낌이다.
불필요하게 이야기가 장황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앞서 발표된 다른 작품들 <뉴욕 삼부작>, <달의 궁전>, <우연의 음악> 등 보다
오히려 완성도가 낮은, 그럼에도 훌륭한 처녀작 같다.


열정적이나 그 열정이 과해 오히려 그 열정을 갉아먹어 버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쓴다는 것, 양심을 행동을 한다는 것,
지성과 양심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좋은 경험이었다.

 
알렉산더 버크만이란 인물에 대해 알게 되었고,
버크만을 비롯하여 나에게 새로운 과제를 많이 남겨주었다.
결국, 어떤 책을 읽고 나도 같은 질문에 봉착하게 되는 나.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폴 오스터 만큼 그 질문을 엉뚱하고 도발적으로 던지는 작가는 없을 것이다.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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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의 겉과 속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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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적인 토막글로 익숙했던 이름, 강준만.
책으로 처음 만난 것은 <글쓰기의 즐거움>.
순전히 부지런함과 열정으로 쌓은 해박한 지식과 열린 지성이 귀감이 되었다.
(더구나 그 엄청난 저작활동이라니... 그것도 하나하나 얼마나 철저하게 완성도를 갖추었던가) 

 
<대중문화의 겉과 속>은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 이해)를 위한 목적으로 지금까지 세 권이 나왔다.

94년에 처음 나온 책을 인물과 사상사에서 99년에 개정하여 출간한 이래 2권과 3권도 나온 상태다.

 책 속의 드라마나 대중가요, 신문 기사 등의 예시들은 90년 초반의 향수를 자극할 만큼 낡았다. 그만큼 책 속의 대중문화에 대한 논의들이 여전히 유효하고 통찰력 있게 다가오는 것이 오히려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생각마저 들 정도다.

 
강준만은 십수년도 전에 이미 한국 대중문화의 현실을 직시하고 있었고, 정확히 전망하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94년이나 99년의 상황을 생각하면 10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과 디지털이라는 대혁명이 있었다. 따라서 2권과 3권이 계속 이어진 것은 필연적이고도 바람직한 결과다.


이 책은 훌륭한 점은 대중문화 전반의 유용한 이론과 한국의 대준문화 현상을 잘 통합시켰다는 것이다. 철저히 실용적인 실례를 중심으로 방대한 대중문화 현상을 가볍고도 진지하게 엮어놓았다. 목차만 보아도 책의 가치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우리를 공기처럼 둘러싼 대중문화의 이론과 현상에 입문하고 싶은 독자라면 적극 추천할만한 책이다. 다소 낡은 통계와 예문들을 업데이트할 책임도 독자들에게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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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시와 시인 - 시인 이문재가 만난 시인 20명
이문재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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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참 아름다운 책인듯...

언니도 읽고 행복해지길.

 

그렇게 시작되었다.

지난 9월 말 인천공항에서 참 좋아하는 대학 동기 하나가 손에 쥐어 준 책.

 

지난 몇 주간 아주 천천히 읽고 있다.

꼭꼭 씹어서 천천히 삼켜야 하는 책이다.

입 안에 오래 오래 물고 있어야 한다.

그 섬세한 언어의 맛, 인생의 맛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제목 그대로 지난 몇 년간 이문재가 만나고 인터뷰하면서 그렇게 꼭꼭 씹어 넘긴 시인들과 시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시가 아니라 시인에 대한 에세이다. 왜 그가 그런 시를 쓸 수 밖에 없었는가, 왜 그런 시를 써야 했는가에 대한 변명과 양해로 가득하다.

 

동기의 말 대로 아름다운 책이다.

그리고 참 '착한' 글이다. 

컴퓨터 시대에 몽땅연필을 쥐고 시와 시인을 말하는 이 글은 '때 묻은' 향수로 가득차 있다. 그 '때 묻은' 향수가 참 아프다. 


이성복 시인이 그랬다. "시는 그렇지 않은데, 소도둑처럼 생겼네"< 본문 9페이지>


하지만 요즘 세상에 '소도둑'이 아니면 시도 못 쓸 테다. 그렇게 소도둑 같이 생긴 이문재, 글도 참 잘 쓴다. 단어 하나 하나, 표현 하나 하나, 시인을 만나는 문체 하나 하나 글쓰기의 귀감이 되는 듯했다.

 

덕분에 나도 누구가의 표현처럼 모든 시민이 '시인'이 되는 '시인공화국'을 꿈꾸게 된다. 모두가 이문재가 만난 그 '시인' 같은 시인이었으면 좋겠다. 세상은 한결 따뜻하고, 섬세하고, 맑아질 터. 아프고 아프다가 끝내 새롭게 태어나는 세상이 될 터.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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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염먹는고흐 2021-02-13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니락님 글도 참 좋네요 소도둑?만큼 잘쓰셔요
 
필리핀 - Lonely Planet Travel Guide 론리 플래닛 트래블 가이드
크리스 로손 외 지음, 강형심 외 옮김 / 안그라픽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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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이 없었다면 나의 7박 8일 필리핀 여행은 그야 말로 '오리무중'이 아니었을까.

 

2년 전(2006년?)에 업데이트 한 글이라지만 굉장한 '최신' 정보로 가득하다.

물론 가끔 책에서 추천한 레스토랑이 없어졌다거나 시외 버스 가격이나 번호 등이 변동되었거나 하는

경미한 '오차'는 늘 있었지만, 이보다 너무나 알차고 충실하고 듬직한 여행 가이드는 없었다. 

 

우리는 여전히 책에서 추천해 준 식당에서 싸고 훌륭한 현지 음식을 맛 볼 수 있었고,

책에 나온 세부 지도를 통해 길을 잃지 않고 늘 목적지에 도달했으며,

시외 버스를 타고 따가이따이의 탈 화산에 오르고, 팍상한의 폭포를 찾아 갈 수 있었다.

 

더구나 이 책은 실용적인 여행 정보는 물론 필리핀 역사와 사회 문화 전반에 대한 배경지식도 제공하여 좋다.

잠잘 곳과 먹을 곳, 마실 곳, 할 것, 탈 것 등 테마별로 잘 정리 되었고,

그에 대한 가격이나 서비스 질에 대한 평가도 대체로 객관적이고 믿을만 하다.

 

다음에 필리핀을 다시 간다해도 이 보다 더 좋은 동반자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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