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5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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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집의 소재는 '사랑과 연애'다.
이 단편집의 주제는 '주체적인 (여성의) 삶'이다.
결국 '연애하는 여성들의 주체적인 삶'이다. 

 
한국과 참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 일본 문화의 정취,
작가의 톡톡튀는 언어감각과 유머감각,
단순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문체,
자연스럽고도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
아침 출근길에 시작해 같은 날 잠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덕분에 잠을 설치고 늦잠을 자 지금 눈이 퀭하다). 

 
우리 주변에 흔하면서도 흔치 않은 9편 단편소설 속 주인공들,
때론 좀 모자라고 때론 너무 치밀한 그와 그녀들. 
가볍고도 진중한 문체와 함께 그녀들에게 푹 빠져버렸다.
 

"나는 짜증이 나거나 우울할 때면 다나베 세이코의 책을 펼쳐 든다. 그리고 인생을 사랑하며 사는 법을 배운다. 아무리 어려운 책이라 해도 그걸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어려운 이론보다 인생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또, 그걸 모르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그 사람들에게 나나베 세이코의 책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너무 아깝다." - 야마다 에이미, 작품 해설 중에서

 

9편 모두 유쾌하지만은 않은 이야기들이지만, 읽고나면, 아니 읽는 중에도 왠지 유쾌하고 힘이 났다.
그래, 이 책은 인생을 사랑하라고, 아니아니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라고 말하지 않는가.
스스로 주체가 되어 인생을 즐기라고 말이다. 

 
결코 어려운 말이 아니었고, 이 소설집도 어렵게 말하지 않는다.
이 책, 그래서 좋다.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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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 그리고 포스트붐 - 중남미 단편소설 선집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외 지음, 송병선 옮김 / 예문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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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이 책을 어떻게 리뷰해야 할까.
아니, 과연 이 책을 리뷰할 수나 있을까?
아니 아니, 적어도 이 책에 포함된 '주옥같은' 작품들에 대해서 제대로 리뷰할 수 있을까? 

 
문학적 요소가 단지 '줄거리'뿐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할 때, 줄거리 외적 요소는 커녕 줄거리 파악도 힘들었던 이 책을 리뷰하자면...
다만 볼맨소리로, 예의 그 시니컬한 목소리로 소위 남미 문학박사까지 따고 남미문학`미학 교수로 재직중이라는 교수의 성의 없는 끔찍한 번역과 퇴고를 게을리한 출판사 편집자의 게으름에 문제를 제기하는 수밖에. 

 
지나친 번역체도 문제지만 원문을 보지 않고도 오역이 의심될 정도라면... 휴.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세계 문학 독서 경력만 10년이다.
번역이 문제인지 원문이 문제인지, 또는 성의나 노력, 그것도 아니면 능력의 문제인지 딱 보면 안다.
그렇다고 완벽한 번역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완벽한 번역'이란 존재하지도 않는다.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보여달란 말이다.


사실, 번역했다는 교수가 실제로 번역을 했는지도 의문스럽다. 책 후반부에 '작품해설'은 그럴듯하게 번지르 써놓았으니 말이다. 중남미 문학의 보고를 전한다는 포부와 보람으로 생색내듯 작품해설을 쓴 주인공이 글을, 그것도 문학작품을 이런식으로 옮겨놓고 어떻게 한국 독자들에게 중남미 문학의 보석을 맛뵌다는 건지... ㅠ.ㅠ 

 나는 후반의 작품해설을 먼저 읽고 '중남미 문학의 개론'을 마스터한 들뜬 기분으로 작품 감상에 들어갔다. 그런데 첫 몇 작품은 도저히 줄거리에도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재미 없고 지루했다'

네번째 글을 읽을 즈음에는 나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냈고, 아쉽지만 중남미 단편소설 탐구는 포기하려했다. 그래도 억지로 참고 읽었는데 다행히 중반부로 가니 그나마 흥미로운 소재가 나를 잡아 끌었다.

그리고 소개된 글들의 원래 매력과 문체 등을 상상하면서 읽어나갔다. 평점에 부여한 별 두개는 그나마 중남미 문학 단편을 소개했다는 '의미'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해준 댓가다.

 
그렇게 힘겹게 책을 덮고 나자 중남미문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생길 정도다. 하지만 번역가 말대로 "'소설의 죽음'이 전 세계를 휩쓸었을 때에도 라틴아메리카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소설에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선집이 바로 그런 라틴아메리카 소설의 힘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455쪽)"지 않은가.


'중남미 문학의 힘'을 믿고 싶은 나는 이 작품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번역의 탓으로 돌릴 수밖에.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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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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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단편소설집 하나 더 읽었다.
사실, 이 책은 나의 '중남미 독서 프로젝트'의 일간으로 구매했던 책인데, 먼저 읽었던 '붐 그리고 포스트 붐'에 너무나 실망하고 진이 빠져버려서 완전히 주제를 바꿔 가볍게 머리를 식히려고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를 먼저 읽었다. 

 
<조제와~>를 참 재미있게 읽고 들뜬 마음으로 역시 일본 작가인 바나나의 단편집을 손에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조제와~>와는 분명 문체도 다르고 글 내용도 달랐지만 왠지 연작 소설을 읽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조제~>가 감각적으로 통통 튄다면, 이 글은 차분하고 세련되었다. 그리고 전자가 다소 특별한 상황을 연출한다면 후자는 여행이라는 테마에도 불구하고 그럴듯한 상황을 제시한다)

소설의 소재가 '사랑과 연애'라는 것 때문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일본이라는 친근하고도 이국적인 '국적' 때문인지도 모른다. 

 
제목처럼 불륜에 관한 이야기다.
이런저런 이유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찾은 일본 남녀의 불륜에 관한 이야기.
어차리 사랑이란 것, 논리로 설명할 수 없으니 불륜이란 것도 사랑이라는 갑옷을 두르면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바람피는 남자'는 있어도 '바람피는 여자'는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 작품에서 남녀 주인공 모두 결혼한 사람으로 나오지만 여자는 당시 이미 별거중으로 배우자 몰래 바람을 피는 상황과는 다르다. )

바람피는 남자와, 그들의 여자들.
이유야 어쨌든 남자의 아내에게 상처주는 음모에 가담한 공범의 독신녀들.
왜 그럴까. 

나는 여기저기 밑줄까지 그으며, 불륜의 기억들을 통해 삶의 상처와 소중함을 어루만지는 바나나의 글에 매료되면서도 '왜 그럴까'하고 계속 묻지 않을 수 없다. 

남자들도 남자지만, 도대체 그녀들은 왜 그럴까.
그들을 도덕적인 잣대로 힐난하는 게 아니다.
이 단편집을 그러한 '비균형' 때문에 비난할 마음도 없다.
나는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호기심이 일고 궁금할 따름이다. 

 아무튼,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7편의 '여행소설'은 달콤씁쓸했다. 단숨에 읽어내렸지만 남미의 역동적인 에너지에 녹아낸 일본의 정적인 에너지는 한 글 한 글 긴 여운을 남긴다.  

 

 
참, 소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마수미 하라(MASUMI HARA)의 그림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족으로, 빼어난 작품들의 감동과 여운에 상처를 내는 김빠지는 작가의 말이나 여행일정 부록은 없는 게 더 좋았을 것 같다.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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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교사들, 남미와 만나다
지리교육연구회 지평 지음 / 푸른길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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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교사들이 남미와 만났다.

지리교사들의 지리답사라는 독특한 테마에 어울어진 멋진 글과 사진들, 매우 흥미롭고 교육적이다.

중고등학교때 때로는 흥미롭게, 대부분은 귀찮아하면서 공부했던 지리학적 지식들이

남미의 대자연과 어울어진 산 교육의 장이었다.

덕분에 독자는 단순히 멋진 장관이 아니라 무구한 대자연의 섭리와 대서사시를 만난다.

한낱 100년도 살다가지 못하는 일개 인간으로서 저절로 머리가 수그러졌다.

 

그렇다고 이 책이 딱딱한 지리학적 이야기만 늘어놓는 게 아니다.

오히려 '답사'를 가장한 '관광'이라해도 무방할 정도로

1년을 작정하고 준비한 '24일' 여행은 다소 무리다 싶을 정도로 남미 주요 관광지를 샅샅이 훑고 있다.

부록으로 붙은 동반 중학생의 답사기를 읽으면서 빡빡한 일정에 절로 속이 울렁거렸다.

(어휴... 다행히 나는 6개월간 넉넉히 지리교사들의 흔적을 좇아갈 수 있어 우쭐해진다. ㅎㅎ)

 

하지만 이 책이 지리학적 지식에 적당히 낭만적인 관광 유흥만 뒤섞어 놓았는가...하면 그것도 아니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지리 교사들의 따뜻한 시선은

자연스럽게 현지 주민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옮아간다.

덕분에 독자는 단순한 '남미 지리 답사'나 '여행 에세이' 이상의 다사다난한 인간사와 만난다.

 

이미 꽤 꼼꼼히 읽었지만, 여행 떠나기 전에 다시 한번 복습하고 가야겠다.

참, 이 글의 참고 문헌도 꼭 참고하리라. ㅎㅎ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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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5 - 스위스 먼나라 이웃나라 5
이원복 지음 / 김영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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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도였을게다.
2001년 뱅쿠버에 어학년수 때 지금의 신랑을 만나고, 짧지만 계획에 없던 스위스 여행까지 하고나서 처음 이 책을 만난 때가 말이다.
외대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흑백판으로 책을 읽었다. 

 
6년이 지났고, 스위스에 산지도 2년 반이 훌쩍 넘었다. 신랑에게 한국에 관한 독어/영어 서적을 발견하는대로 사서 읽히듯이, 나 역시 스위스에 관한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관련 서적을 사재기하고 있다. ㅎ

그러면서 옛날 생각도 나고, 어렵지 않게 스위스 역사와 문화, 민족성을 읽을 수 있는 글이라 엄마와 동생들에게 읽히고 싶어서 <먼나라 이웃나라> 올컬러 개정판도 함께 구입했었다. 

 
지나치게 역사와 문화를 단순화하고 일반화한 점이나, 그 과정에서 역사나 문화가 다소 왜곡된 점, 통속적인 유머를 근간으로 한 가벼운 문체는 그동안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에 대한 주된 비판이었다. '스위스 편'도 그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먼나라 이웃나라>의 진가는 바로 그 점에 있다고 본다. <슬럼덩크>를 톨스토이를 비평하는 같은 관점에서 평가할 순 없지 않는가. 

 
한 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이처럼 일목요연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책이 또 있을까? 일방적인 예찬이나 적개심, 시기심을 벗어나 제 3자의 눈으로 '쿨'하게 바라볼 수 있는 책 말이다. 

 
'스위스 편' 역시 스위스의 개괄적 역사와 민족성을 가볍게 파악하는 데 흥미만점이다.

썰렁한 유머에 콧방귀를 뀌다가도 나도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역사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점은 진정 작가의 남다른 역량이다.
더구나 새 개정판은 깔끔한 컬러작업 덕분에 그림과 글이 보다 정갈해져 예전보다 참 읽기 편해졌다.

찢어지게 가난했으며 고래 등에 새우등 터지기 일쑤였던 스위스 연방이 지금의 세계 최대 부국이 된 사연을 대략이나마 이해하게 될 즈음, 도대체 '가난한 나라는 왜 늘 가난한가'에 대한 글이 덧붙는다.
이 책의 구성에서 특히 마음에 두는 부분이었다.

바로 이와 같은 작가의 역사의식과 날카로운 시선, 뛰어난 구성력은 역사의 지나친 단순화와 문화의 일반화, 표현의 통속성을 넘어 <먼나라 이웃나라>가 20년 넘게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수많은 독자의 책장을 장식하는 이유일 것이다.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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