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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5 - 스위스 ㅣ 먼나라 이웃나라 5
이원복 지음 / 김영사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02년도였을게다.
2001년 뱅쿠버에 어학년수 때 지금의 신랑을 만나고, 짧지만 계획에 없던 스위스 여행까지 하고나서 처음 이 책을 만난 때가 말이다.
외대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흑백판으로 책을 읽었다.
6년이 지났고, 스위스에 산지도 2년 반이 훌쩍 넘었다. 신랑에게 한국에 관한 독어/영어 서적을 발견하는대로 사서 읽히듯이, 나 역시 스위스에 관한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관련 서적을 사재기하고 있다. ㅎ
그러면서 옛날 생각도 나고, 어렵지 않게 스위스 역사와 문화, 민족성을 읽을 수 있는 글이라 엄마와 동생들에게 읽히고 싶어서 <먼나라 이웃나라> 올컬러 개정판도 함께 구입했었다.
지나치게 역사와 문화를 단순화하고 일반화한 점이나, 그 과정에서 역사나 문화가 다소 왜곡된 점, 통속적인 유머를 근간으로 한 가벼운 문체는 그동안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에 대한 주된 비판이었다. '스위스 편'도 그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먼나라 이웃나라>의 진가는 바로 그 점에 있다고 본다. <슬럼덩크>를 톨스토이를 비평하는 같은 관점에서 평가할 순 없지 않는가.
한 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이처럼 일목요연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책이 또 있을까? 일방적인 예찬이나 적개심, 시기심을 벗어나 제 3자의 눈으로 '쿨'하게 바라볼 수 있는 책 말이다.
'스위스 편' 역시 스위스의 개괄적 역사와 민족성을 가볍게 파악하는 데 흥미만점이다.
썰렁한 유머에 콧방귀를 뀌다가도 나도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역사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점은 진정 작가의 남다른 역량이다.
더구나 새 개정판은 깔끔한 컬러작업 덕분에 그림과 글이 보다 정갈해져 예전보다 참 읽기 편해졌다.
찢어지게 가난했으며 고래 등에 새우등 터지기 일쑤였던 스위스 연방이 지금의 세계 최대 부국이 된 사연을 대략이나마 이해하게 될 즈음, 도대체 '가난한 나라는 왜 늘 가난한가'에 대한 글이 덧붙는다.
이 책의 구성에서 특히 마음에 두는 부분이었다.
바로 이와 같은 작가의 역사의식과 날카로운 시선, 뛰어난 구성력은 역사의 지나친 단순화와 문화의 일반화, 표현의 통속성을 넘어 <먼나라 이웃나라>가 20년 넘게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수많은 독자의 책장을 장식하는 이유일 것이다.
2008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