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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메론 지음, 임지호 옮김 / 경당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티스트가 된다는 것은 놀라운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좋아하기만 하면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라도 방 안에 들여놓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입어서 좋기만 하면 기묘한 옷일지라도 고집스럽게 입는 것이다. 또 그것은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다.
당신이 만약 글을 쓰지 않는 것보다 쓰는 것이, 그림을 그리지 않는 것보다 그리는 것이, 노래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것이, 연기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것이, 감독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면 제발 마음 가는 대로 하기 바란다.
보장받을 수 없다고 해서 꿈을 꺾어버리는 것은 자기에게 무책임한 일이다. 진실은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신에게 달려 있다. - 본문 302~303쪽
위에 인용한 글에서 이 책의 성격과 특징을 알 수 있다. 장단점도 분명하다.
"창조성이 막힌 예술가"들의 창조성이 막힌 원인들을 풀어가면서 창조의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그리하여 진정한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기운과 용기를 북돋아준다. 특별히 이론이라고 할 것도 없다. 쉬운 말로 쉽게 쓰여진 글은 읽기 편하고 무엇보다 적잖은 동기부여와 위로가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책 속 부록에 작가가 남긴 이 책의 '목적'을 보면 보다 명료하다.
첫째, 예술가에 관한 부정적인 신화를 벗겨내는 데 도움을 준다.
둘째, 사람들이 자기 안의 창조성을 발견하고, 가다가며, 창조성을 보다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도와준다.
셋째, 사람들에게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자신의 인생행로에서 마주치는 장애요인들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사람들이 자기 욕망과 꿈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데 도움을 주고, 그런 꿈과 욕망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또한 자신의 꿈을 성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하는 점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돕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참 진부하고 지루하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번역체의 난삽한 문장이 눈에 많이 거슬렸고, 늘 '신'이나 '창조주' 타령하는 것도 불편했다(물론 저자는 말머리에 이 책에 줄기차게 나오는 '신'을 꼭 기독교의 신으로 규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친절하게' 전제해준다). 이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이 책은 12주 동안 꾸준히 함께 실천하고 확인할 과제를 제시해줄 뿐, 결국 '창조성을 일깨우는 몫'은 독자에게 있다. 따라서 그 과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적용하고 실천하는 가에 따라 이 책의 의미는 크게 달라진다. 이 책은 서점에 널린 흔하고 흔한 그저 그런 처세 스테디셀러가 될 수도 있고, 인생을 바꾸는 단 한 권의 책이 될 수도 있다. 모두 '나 자신'에게 달렸다.
나도 처음 몇 주는 '모닝 페이지'를 꾸준히 쓰고 매주 과제도 열심히 했지만, 이사하고 연말연시를 지나면서 어느새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시간이 갈 수록 '동어반복'하는 것에 실증이 나면서 귀찮아 진 탓도 있다. 하지만, 처음 몇 주라도 진지하게 모닝 페이지를 쓰고 과제를 하는 동안 내 안의 창조성이 보다 확실하게 꿈틀거렸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꼭 책에서 시키는대로 하지 않더라도 주어진 과제와 테마를 한번 생각해보는 것만으로 내게는 참 흥미롭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읽는 듯 마는 듯 하면서,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은 아이러니는 바로 그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이 독자로 하여금 퇴색한 창작 동기를 일깨워주고 의기소침해진 창조성과 자아를 응원해준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스테디셀러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늘 그렇듯 실제로 '창조성을 일깨우는 일'은 본인에게 달렸지만, 이 책이 폭풍속 정글에서 길을 잃은 영혼들에게 기본적인 나침반이 되어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진부하고 지루한' 책을 앞으로도 몇 번이나 또 읽게 될 것 같다.
길은 결코 곧게 뻗어 있지 않다. 성장이란 온 길을 되돌아가며 재평가하고 재편성하는 나선형의 과정이다. - 에필로그 333쪽 중에서
자기 회의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통과해나가는 것이다. '진정한 예술가'들은 자기 회의를 경험하지 않는다고 믿기 쉽다. 사실 예술가들은 회의와 더불어 작업하는 법을 터득한 사람들이며, 회의하면서도 작업하는 사람들이다. 창조성 프로그램은 지나친 자기 검열과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도록 해줄 것이다. - 부록 341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