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반대합니다 - 국회 교육위원장의 ‘독서국가론’
김영호 지음 / 가디언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직 국회 교육위원장의 교육을 반대한다는 선언은 구시대적인 입시와 줄 세우기 시스템과의 결별을 뜻하는 간절한 호소다. “지금의 대한민국 교육으로는 AI 시대 인재를 키울 수 없다는 경고처럼, 문제를 빨리 푸는 기계는 양성해냈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은 잃어버린 아이들과 OECD 최하위권의 온라인 정보 판별 능력은 우리 공교육의 민낯이다. 지식을 AI가 독점하는 시대에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사고의 깊이다. 질문하는 힘, 맥락을 연결하는 능력의 출발점이 결국 문해력독서에 있다는 저자의 문제의식은 매일 교실에서 아이들과 사투를 벌이는 교육자로서 깊이 공감하는 지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독서국가론알파폰 프로젝트는 매우 구체적인 청사진이다. 5세에서 9세까지를 독서의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독서 생태계를 구축하자는 제안은 국가 생존 전략에 가깝다. 특히 스마트폰을 “19금 기기로 규정하며 숏폼에 잠식된 아이들의 시간을 사유로 돌려놓겠다는 구상은 기술에 끌려다니지 않는 주체적 세대를 기르겠다는 의지다. 기술의 홍수 속에서 교육이 ‘AI 백신역할을 해야 하며, 그 백신의 원료가 다름 아닌 인문학적 독서라는 역설은 디지털 교과서(AIDT) 도입의 속도전 속에서 우리가 진짜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명징하게 일깨운다.

 

그러나 현직 교사의 눈으로 바라본 저자의 청사진은 달콤한 만큼 위태로운 이상론이기도 하다. ‘입시라는 난공불락의 괴물이 정점에서 버티고 있는 한, 이러한 구상들이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장 교실에서는 한 줄 세우기 수능 체제와 내신 등수 경쟁이 아이들의 목을 죄고 있다. 대학 입시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과 학벌 중심 사회의 구조적 전환 없이는, 아무리 훌륭한 독서 생태계나 알파폰도 결국 또 다른 형태의 조기 교육과 사교육 시장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 화려한 언어 뒤편에 숨은 현실의 벽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보여주는 교육에 대한 철학적 확장성은 가벼이 넘길 수 없다. 저자는 대학의 산학 혁신이라는 미래 전략을 제시하는 동시에,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통합교육의 시선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모두가 함께 배우는 공존의 환경을 만드는 것은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품격을 결정하는 기준이라는 논지는 정책을 넘어 인간을 향한 신념을 증명한다. 선행학습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반칙을 멈추고 인간다움을 먼저 가르치자는 외침은, 결국 교육의 종착지가 사람이 가장 귀하게 여겨지는 사회의 복원에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 책은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교육을 부정하기에 불편하지만, 무너지는 구조를 직시하기에 현실적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지금의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가르치지 못한다는 경고를 던지며 교육을 다시 시작하자고 권한다. 교사인 나 역시 이 이상적인 청사진 위에 현장에서 어떻게 제도로 구현해 낼 것인가라는 묵직한 숙제를 얹어두게 되었다. 기술에 영혼을 빼앗기지 않는 인류를 길러내기 위해, 교육의 패러다임을 뿌리째 바꾸고 싶은 모든 동료 시민들에게 이 뜨겁고도 도발적인 교육 개혁 서사를 권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교육을반대합니다 #김영호 #가디언 #국회교육위원장 #독서국가론 #AI백신 #문해력 #디지털리터러시 #알파폰프로젝트 #통합교육 #교육개혁 #책읽는샘 #함께성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적 성장으로 가는 길 - 에고를 넘어 내 안의 무한한 존재를 경험하기 데이비드 호킨스 의식 수업 (David R. Hawkins LIVE 2002) 1
데이비드 호킨스 지음, 박찬준 옮김 / 판미동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문장의 절대적 진실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데이비드 호킨스의 영적 성장으로 가는 길은 이 한 문장을 향해 나아가는 책이다. 더 많이 배우고 지식을 쌓는 것이 성장이라고 믿는 시대에, 호킨스는 오히려 지적 탐욕이 에고를 강화할 뿐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자신을 붙들고 있는 단 하나의 진실을 깊이 이해하는 일이다. 매일 교실에서 더 많이 알고 훌륭하게 이끌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던 나 역시, 실상은 지적 탐욕에 중독된 채 에고의 덩치를 키워오고 있었음을 이 문장 앞에서 고통스럽게 고백하게 된다.

 

이 책은 영적 스승의 육성이 살아 있는 강연의 기록이다. 1부에서는 인과관계라는 에고의 필터를 해체하고, 2부에서는 철저한 주관성을 통해 더 큰 의식의 장으로 나아간다. 여기서 말하는 주관성이란 이기주의가 아니라 외부 환경에 휘둘리던 시선을 거두어, 내면의 에고마저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 거대한 (의식)’의 상태를 뜻한다. 저자는 생각을 낚싯바늘에 비유하는데, 세상의 뉴스와 정보는 끊임없이 우리의 분노를 낚아채고 우리는 그 속에서 무력하게 반응하며 살아간다.

 

누구 때문에 힘들고 무엇 때문에 삶이 망가졌는지 외부의 원인을 찾는 동안 에고의 감옥은 더 견고해진다. 그래서 저자는 세상을 용서하는 것과 나 자신을 용서하는 것은 동일한 한 가지라고 말한다. 세상을 바꾸려는 집착과 자신을 무고한 피해자로 규정하는 자기 연민 모두가 결국 같은 병리이기 때문이다. 날마다 마주하는 갈등 속에서 피로감을 느낄 때마다 나를 피해자의 의자에 앉혀 위로하려 했던 내 안의 유약한 에고가 스승의 문장 앞에서 서늘하게 해체된다.

 

그렇다면 이 바늘을 빼내고 반응성을 멈추면 우리는 어떤 상태에 가닿을까. 호킨스가 제시하는 '중립(Neutrality)'의 수준이 바로 그 답이다. 자신을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이 타인에게도 편안한 존재가 된다는 통찰은 단순하지만 묵직하다. 나아가 카르마에 대한 해설은 일상 속 성찰을 더욱 구체화한다. 우리는 무고한 희생자가 아니라, 매 순간 자신이 선택한 태도와 의식의 결과 속에 살아가는 주체다. 나에게 일어난 현상을 탓하기보다 그것에 반응하는 내 내면의 태도를 온전히 책임지겠다는 결단에서 진정한 해방이 시작된다.

 

결국 이 책이 도달하는 종착지는 신비주의적 초월이 아니라 삶을 향한 거대한 연민이다. 타인의 어리석음과 폭력성까지도 에고의 진화 과정으로 포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모든 생명에 대한 연민의 문이 열린다. 호킨스의 영성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내가 발 디딘 일상의 세계를 더 깊이 사랑하려는 실천적 태도다. 세상을 이기려 하기 전에 먼저 내 안의 반응성이라는 낚싯바늘을 빼낼 것, 그리고 내가 머무는 교실과 일상에서부터 타인의 얼굴에 감응하는 연민을 시작할 것. 이 단 하나의 진실을 품는 것만으로도 내 안의 천국은 이미 시작되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영적성장으로가는길 #데이비드호킨스 #판미동 #의식혁명 #영성독서 #자기성찰 #내면성찰 #놓아버림 #의식지도 #에고의항복 #연민의힘 #책읽는샘 #함께성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정이라는 감각 꿈꾸는돌 46
김서나경 지음 / 돌베개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서로가 반짝이는 것을 마침내 본 것 같았고 그게 못내 좋았다.” 이 한 문장이 소설집 전체의 온도를 결정한다. 우정의 시작이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서로의 반짝임을 발견하는 조용한 순간이라는 것. 김서나경의 첫 청소년소설집 우정이라는 감각은 그 순간들을 일곱 편의 이야기 속에 섬세하게 담아낸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우정을 단순히 머리로 이해하는 감정이 아니라, 온몸이 먼저 알아채고 반응하는 생생한 감각으로 그려낸다는 데 있다.

 

우정이라는 감각의 푸른빛은 어느새 위시내를 자꾸 돌아보게 되고, 모두가 같은 마음의 은이는 향수 냄새 하나에 마음이 흔들린다. 궤도를 벗어나면의 영음은 사고 이후 정연의 운동화를 신고서야 친구의 시간을 비로소 이해한다. 이 소설집의 인물들은 늘 생각보다 먼저 움직인다. 감정은 언어보다 먼저 몸에 도착하고, 우정은 이해 이전의 감각으로 시작된다. 정보와 자극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인공지능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오직 인간만이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인 셈이다.

 

그 감각은 청소년들이 처한 서늘한 현실과 결핍 앞에서 더 선명해진다. 조손가정의 돌봄 부담, 부모의 방임, 강압적인 통제, 사고 이후 흔들린 미래까지 작품 속 아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매일 교실에서 아이들의 서툰 감정 소용돌이를 목격하는 나에게 이 난처한 현실들은 더욱 아프고 생생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작가는 상처를 과장하지 않는 대신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곁에 남아 있으려는 작은 움직임들을 오래 바라본다. 그래서 이 소설집의 우정은 화려한 이벤트보다 거친 세상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내어주는 디딜 자리같은 감각으로 남는다.

 

가장 오래 남는 작품은 십자가였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열지 못한 것은 나였다.” 잠긴 것과 열지 못하는 것의 차이. 이 문장은 관계 앞에서 스스로를 가두고 있던 마음의 본질까지 건드린다. 결국 사람을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해결책이 아니라, “나와라고 끝까지 신호를 보내주는 누군가의 존재인지도 모른다. 담력 테스트의 마지막 역시 깊은 울림을 남긴다. “담력을 어디다 써야 할지는 이제 알았다. 그건 바로 진이 형 방문 앞이다.” 우정은 누군가를 완벽하게 구원하는 힘이 아니라, 무너진 사람이 여기 발끝이라도 디딜 곳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닫힌 문 앞에 가만히 서 있어주는 구체적인 행동이다.

 

좋았던 점은 작가가 청소년을 미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미숙하고 서툴다. 상처를 주기도 하고, 도망치기도 하며, 관계를 망쳐놓고 나서야 자신의 마음을 이해한다. 교사로서 매일 마주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이들은 완벽해서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서로 넉넉하게 감싸 안으며 자신만의 관계 지도를 그려 나간다. 우정이라는 감각은 언어 이전에 존재했던 날것의 우정, 누군가를 향해 이유 없이 먼저 움직이던 마음의 감각을 오래도록 떠올리게 만드는 소설집이다. 타인은 물론이고, 마침내 스스로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어줄 용기를 건넨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우정이라는감각 #김서나경 #돌베개 #청소년소설 #우정과연대 #성장의순간 #책읽는샘 #함께성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 - 건강한 뇌로 살기 위한 뇌교육 교양서
장래혁 지음 / 현암사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온종일 숏폼 콘텐츠를 소비하다 잠드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디지털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로 브레인 롯(Brain rot, 뇌 썩음)’을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깊은 사고는 줄어들고, 연결은 많아졌지만 내면은 공허해진다.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는 단순한 뇌과학 입문서가 아니라, 이 자극의 홍수 속에서 나는 과연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를 서늘하게 묻는 자기 성찰의 책이다. 저자는 뇌의 구조를 설명하는 데 머물지 않고, 우리가 뇌를 어떻게 쓰고 훈련해야 하는지를 삶의 언어로 풀어낸다.

 

저자는 이 시대적 불안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질문을 던진다. 도파민이 넘쳐나는데 왜 우리는 더 우울하고 불안한가. 뇌를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뇌가 보내는 가짜 보상 신호와 중독에 평생 끌려다니는 노예로 전락한다. 실제로 게임 중독자의 뇌는 쾌락을 담당하는 부위만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다고 한다. 정보 소비 방식이 뇌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해, 결국 주체적인 사고를 잃고 다수가 선택한 길을 맹목적으로 따르게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는 정보의 노예인가, 주인인가?”라는 질문의 해답으로 메타인지를 제시한다. 자신의 사고 과정을 관찰하고 조절하는 힘, 즉 뇌의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고 운영하는 능력(B.O.S)이야말로 정보화 시대의 핵심 역량이다. 뇌는 단지 지식을 쌓는 것만으로는 바뀌지 않기에, 저자는 명상이나 맨발 걷기 같은 구체적인 '몸의 감각'을 훈련의 도구로 소환한다. 반복된 경험과 몰입 속에서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는 메시지는 무척 실천적이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4한국인의 브레인파워. 비빔밥의 오색찬란한 색채가 시각 자극을 통해 창의성을 깨우고, 금속 젓가락을 사용하는 섬세한 손놀림이 뇌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분석은 흥미롭다. 일상적 식문화에서 시작된 분석은 세종의 인재 철학과 이순신의 몰입이라는 역사적 서사로 매끄럽게 확장된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 전통문화의 뿌리 깊은 곳에 이미 현대 뇌교육이 지향하는 인간다운 두뇌 활용의 지혜가 녹아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일수록 인간만의 자연지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공감, 창의성, 몰입, 자기조절 능력은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힘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아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뇌를 얼마나 건강하게 운영하며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뇌과학을 아는 것과 뇌를 잘 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뇌의 주인으로 살고 있습니까는 그 간극을 메워주며, 정보와 자극에 끌려다니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고 선택하는 삶으로 나아가라고 조용히 권한다. 뇌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그것은 결국 내 삶의 온전한 주권을 되찾는 가장 확실한 출발점이다.

 

#뇌의주인으로살고있습니까 #장래혁 #현암사 #뇌교육 #뇌과학 #도파민중독 #메타인지 #책읽는샘 #함께성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러닝 - 죽은 지식을 살아 있는 지식으로 바꾸는 가장 빠른 방법
배리 오라일리 지음, 박영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늘 더 많이 배우라고 요구받는다. 새로운 기술과 정보, 트렌드를 익히지 못하면 단숨에 뒤처질 것 같은 불안의 시대다. 그런데 정작 더 어려운 일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말했듯, 21세기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배우느냐보다 얼마나 잘 비우고 다시 배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배리 오라일리의 언러닝(Unlearning)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하여 변화의 파도 속에서 인간 고유의 자연지능을 작동시키는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오늘날 가장 위험한 것은 무지가 아니라 과거의 성공 경험에 갇혀 변화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경고한다. 한때 유용했던 전략과 사고방식이 지금은 오히려 성장을 가로막는 감옥이 되는 현상, 그는 이를 성공의 역설이라 부른다. 과거의 성공 공식을 맹신하는 순간 미래의 문은 닫히기에, 낡은 생각과 행동 양식을 의도적으로 지우고 새로운 방식으로 채워 넣는 주체적인 비움의 기술이 필요하다. 책은 이를 단순한 자기계발 구호로 다루지 않고 비움학습 재학습 전환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사이클을 통해 개인과 조직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테니스 황제 세리나 윌리엄스의 이야기다. 슬럼프에 빠진 세리나는 무명 코치의 냉정한 지적을 Snake 눈처럼 날카롭게 받아들이며 한때 승리를 안겨주었으나 이제는 쓸모없어진 자신의 습관들을 완전히 비워냈다. 성공을 만든 방식이 더 이상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용기, 그것이 바로 언러닝의 출발점이다. 생각을 바꾸기 위해 환경부터 바꾼 디즈니의 실험도 오래 남는다. 침체된 테마파크 사업을 살리기 위해 조직된 팀은 기존 사무실을 떠나 방치된 극장 건물로 공간 자체를 옮겨 연간 수익을 24%나 끌어올린 혁신을 이뤄냈다.

 

이 공간 혁신은 교육 현장에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어쩌면 교사인 나 역시 익숙한 교실, 익숙한 교재 안에서 과거의 성공 경험만 복제하며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래 효과적이었던 교수법이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나의 익숙한 경험을 고의적으로 잊을 때 비로소 아이들의 진짜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변화는 의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환경과 시스템이 함께 바뀔 때 새로운 사고가 가능해진다.

 

일부러 시스템 장애를 일으켜 조직의 대응 능력을 실험하는 넷플릭스의 카오스 몽키사례도 흥미롭다. 회복력은 완벽한 통제가 아니라 예기치 못한 충격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길러진다. 안정을 추구하며 경직되려는 조직의 관성을 강제로 언러닝시키는 것, 그것이 초일류 기업이 격변하는 시대에서 생존하는 방식이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언러닝이 단순히 과거를 부정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변화를 위해 자신을 다시 구성하는 과정이자, 내 삶의 온전한 주권을 지켜내는 일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더 채울 것인가보다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이다. 낡은 지도를 버려야 비로소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다. 시대의 변화 앞에서 자꾸만 머뭇거리게 된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오래된 성공 경험인지도 모른다.

 

#언러닝 #배리오라일리 #위즈덤하우스 #비움학습 #재학습 #변화와혁신 #비움의기술 #자기계발 #성공의역설 #책읽는샘 #함께성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