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라는 감각 꿈꾸는돌 46
김서나경 지음 / 돌베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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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가 반짝이는 것을 마침내 본 것 같았고 그게 못내 좋았다.” 이 한 문장이 소설집 전체의 온도를 결정한다. 우정의 시작이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서로의 반짝임을 발견하는 조용한 순간이라는 것. 김서나경의 첫 청소년소설집 우정이라는 감각은 그 순간들을 일곱 편의 이야기 속에 섬세하게 담아낸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우정을 단순히 머리로 이해하는 감정이 아니라, 온몸이 먼저 알아채고 반응하는 생생한 감각으로 그려낸다는 데 있다.

 

우정이라는 감각의 푸른빛은 어느새 위시내를 자꾸 돌아보게 되고, 모두가 같은 마음의 은이는 향수 냄새 하나에 마음이 흔들린다. 궤도를 벗어나면의 영음은 사고 이후 정연의 운동화를 신고서야 친구의 시간을 비로소 이해한다. 이 소설집의 인물들은 늘 생각보다 먼저 움직인다. 감정은 언어보다 먼저 몸에 도착하고, 우정은 이해 이전의 감각으로 시작된다. 정보와 자극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인공지능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오직 인간만이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인 셈이다.

 

그 감각은 청소년들이 처한 서늘한 현실과 결핍 앞에서 더 선명해진다. 조손가정의 돌봄 부담, 부모의 방임, 강압적인 통제, 사고 이후 흔들린 미래까지 작품 속 아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매일 교실에서 아이들의 서툰 감정 소용돌이를 목격하는 나에게 이 난처한 현실들은 더욱 아프고 생생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작가는 상처를 과장하지 않는 대신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곁에 남아 있으려는 작은 움직임들을 오래 바라본다. 그래서 이 소설집의 우정은 화려한 이벤트보다 거친 세상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내어주는 디딜 자리같은 감각으로 남는다.

 

가장 오래 남는 작품은 십자가였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열지 못한 것은 나였다.” 잠긴 것과 열지 못하는 것의 차이. 이 문장은 관계 앞에서 스스로를 가두고 있던 마음의 본질까지 건드린다. 결국 사람을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해결책이 아니라, “나와라고 끝까지 신호를 보내주는 누군가의 존재인지도 모른다. 담력 테스트의 마지막 역시 깊은 울림을 남긴다. “담력을 어디다 써야 할지는 이제 알았다. 그건 바로 진이 형 방문 앞이다.” 우정은 누군가를 완벽하게 구원하는 힘이 아니라, 무너진 사람이 여기 발끝이라도 디딜 곳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닫힌 문 앞에 가만히 서 있어주는 구체적인 행동이다.

 

좋았던 점은 작가가 청소년을 미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미숙하고 서툴다. 상처를 주기도 하고, 도망치기도 하며, 관계를 망쳐놓고 나서야 자신의 마음을 이해한다. 교사로서 매일 마주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이들은 완벽해서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서로 넉넉하게 감싸 안으며 자신만의 관계 지도를 그려 나간다. 우정이라는 감각은 언어 이전에 존재했던 날것의 우정, 누군가를 향해 이유 없이 먼저 움직이던 마음의 감각을 오래도록 떠올리게 만드는 소설집이다. 타인은 물론이고, 마침내 스스로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어줄 용기를 건넨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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