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발명된 신화 - 기독교 세계가 만들고, 시오니즘이 완성한 차별과 배제의 역사
정의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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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5 유대인, 발명된 신화(정의길 지음/한겨레출판)

기독교 세계가 만들고, 시오니즘이 완성한 차별과 배제의 역사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나라를 물으면 일반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나라들을 꼽는다. 그리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나라가 바로 이스라엘이다. 태극기집회에는 세 나라의 국기가 등장한다. 태극기와 성조기 그리고 이스라엘 국기. 2차 세계대전의 유대인 학살로 먼저 기억되고, 탈무드를 통한 교육으로 기억되는 부자와 똑똑한 사람이 많은 이스라엘은 본받고 싶으면서도 묘한 경쟁의식도 느껴지는 나라다. 특히 보수적인 우리나라 사람들이나 기독교인들은 유대인의 선민사상을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와 유대인이라는 민족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 그리 많지 않다. 유대인들은 유대교를 믿으며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고 아직도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다는 정도. 2차 세계대전 이후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스라엘 국가가 탄생했다는 정도다.

그렇다면 팔레스타인 지역에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팔레스타인의 주인은 누구인가는 여전한 논쟁거리이다.

 

유대인들이 로마 정복자들에 의해 팔레스타인 땅에서 추방돼, 낯선 땅으로 유배되어, 전 세계를 유랑해, 뿔뿔이 이산돼, 현지에서 박해받다가, 결국 팔레스타인 땅으로 귀환해 이스라엘을 건국했다는 것이 유대인과 이스라엘 역사의 중심 내러티브이다.

이것이 유대인 문제와 역사 담론의 핵심이지만, 여기에는 역사와 신화, 허구, 이데올로기가 뒤섞여 있다. 유대인과 이스라엘에 대한 주류 담론을 역사적 사실로 객관화하는 작업은 무의식적으로, 혹은 의도적으로 회피되어왔다. 이를 그저 당연시했을 뿐이다.

 

유대인과 이스라엘에 대한 극단적인 편향 인식을 교정하는 첫걸음은, 유대인은 역사가 만들어낸 산물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 담론에서 무엇이 역사적 사실이고, 허구적 신화이고, 이데올로기인지를 가늠해야지 유대인과 이스라엘에 관한 극단적인 편향 인식을 교정할 수 있다.

 

저자 주장의 바탕에는 현대에 들어서 축적된 팔레스타인 땅에 대한 고고학적 발굴 성과가 있다.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영광인 솔로몬의 역사는 허구이고, 실제로는 궁벽한 산악 부족 국가에 불과했다. 북이스라엘이 멸망하는 등 제국의 위협 앞에서 생존을 모색하던 기원전 7세기 남유다 왕국 말기 요시야 왕 때의 야훼 일신교 강화 작업 속에서 솔로몬의 영화를 누린 강대한 이스라엘 통일왕국이라는 신화가 나왔다. 이는 유대교와 성서 제작의 시작이었다.

 

강자 대신에 약자를, 탐미 대신에 도덕을, 즐거움 대신에 고난을 기꺼이 수용해 현세가 아닌 내세의 평화와 영원함을 추구하는 야훼 신에 기반한 일신교 운동은 기원전 2세기부터 지중해 전역으로 퍼져나가, 삶에 지친 주민들을 달래줬다. 그 결과 예수 출현 이전부터 지중해 전역에는 유대교 신자들이 이미 존재했다. 예수의 출현으로 성립된 그 일신교 운동의 분파가 기독교로 진화해,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되면서 유대인이라는 존재와 정체성이 출현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온 신화 중의 하나가 팔레스타인에서의 유대인 추방이다. 로마가 자신들에 맞서 봉기를 일으킨 당시 유대 지역의 유대교 주민들을 대량 추방할 이유도 없었고, 그 역사적 근거도 없다. 팔레스타인에서 유대 주민들은 추방되지 않았고, 기원전부터 지중해 전역에서 유대교로 개종한 유대교도들이 유대인의 근간이 됐다. 따라서 다수 유대인의 혈연적, 지역적 뿌리는 고대 유대 주민이나 팔레스타인이 아니라, 지중해 전역의 다양한 종족과 지역이라 할 수 있다.

 

기독교 세계에서 다수였던 기독교도 농민과는 달리, 유대인들은 문해력 교육을 받고 농지에 묶이지 않는 이동의 자유가 있었다. 유대인들은 상업, 금융 등 중개직역에 종사하며 근대 자본주의 산업과 사회에서 우위를 갖는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유대인은 게토라는 차별적 공간에서 지독한 차별과 배제를 받으면서도 근대 자본주의를 추동하는 금융·유통 등의 산업 분야 및 법률·의학·회계·언론·예술 등의 전문직에서 발군의 경쟁력을 갖는 집단으로 전화(轉化)했다.

 

근대 자본주의와 함께 태어난 민족주의로 인해, 유대인은 이교도 종교공동체에서 종족적, 민족적 소수집단으로 기독교 세계에서 전화되었다. 유대인에 대한 혐오와 질시는 근대 국민국가가 형성되면서 인종주의와 민족주의에 의해 새롭게 규정되며 강화됐다. 근대 반유대주의의 탄생이다. 이는 유대인 음모론으로 출발해 결국 홀로코스트라는 전대미문의 수소집단 학살로까지 이어졌다.

 

1917112일 영국 외무장관 A.J.밸푸어가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에서 민족적 고향을 건설하겠다는 것을 지지한 선언이 바로 밸푸어선언이다. 이 선언은 팔레스타인에서 유대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큰 이정표였다. 유대인을 종교공동체가 아닌 국가를 가질 자격이 있는 민족공동체임을 최초로 인정한 이 문서는 유대인 국가 건설이라는 길을 개척하기도 했지만, 향후 중동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 큰 불씨를 뿌리는 시작이었다.

무슬림이나 기독교도와 같은 종교 집단이었을 뿐이었던 유대교도가 이젠 유대인이라는 개념을 갖게 되었으며, 그 지역에서 유대인 대 비유대인이라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국제적으로 인정됐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이 번번이 파탄 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입지가 약화되고 분쟁은 격화되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이스라엘에서는 팔레스타인 땅을 독점하려는 세력과 욕망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팔레스타인에서는 기정사실화됐고 갈수록 커지는 이스라엘이라는 존재를 인정하지 못함에 따라서 벌어지는 간극의 격차가 불러온 비극이다.

 

이 책을 통해 유대인, 유대민족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던 지식 혹은 상식이 어디에서부터 비틀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와 신화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기를 바랐던 사람들이 이야기했던 포인트를 제대로 지적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유대인발명된신화 #정의길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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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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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 문학이 필요한 시간(정여울 지음/한겨레출판)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나른했던 오후 어느날 운전을 하다 라디오로 하나의 목소리를 만났다. 영화나 소설을 설명해주는 짧은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목소리. 소리 자체는 부드러웠지만, 왠지 그 내면은 단단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으로만, 문자로만 보던 소설을 마음으로 읽어주는 느낌을 받았다. 문학에 문외한인 내가 줄거리 위주로만 알고 있던 작품을 등장인물의 내면을 살펴주는 부분이 매력적이었다.

~ 그럴 수 있었겠다. 그래서 그랬구나. ~ 그랬단 말이지?!

정여울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내뱉었던 말들이다. 이제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게 되었다. 이번 짝은 사진작가인 이승원이다. 그의 이야기와 어울리는 사진이 군데군데 있어서 책이 더욱 풍성해졌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아름다움을 경험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햇살이나 공기처럼 저절로 흡수할 수 있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있는가 하면, 문학이나 음악이나 그림처럼 반드시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여 찾아다녀야 할 세상의 아름다움도 있다. 무언가를 사랑할 권리를 회복하자 하염없는 기다림의 시간마저 즐기게 되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설레는 마음으로 출간을 기다리고, 기갈 들린 사람처럼 출간 첫날에 책을 사서 한 문장 한 문장 아껴 읽다가 다 읽고 나면 벌써 다음 책을 기다리기 시작하는 마음. 이 소설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안타까움과 빨리 다음 소설을 읽고 싶은 조급증마저 우리가 문학을 통해 느끼는 아름다움의 일부다. 삶에 대한 설렘을 회복하는 것, 세상에 대한 놀라움을 되찾는 것, 이 모든 것을 느끼는 감수성의 심장을 되찾는 것. 그것이 문학을 통해 우리가 쟁취할 수 있는 생의 기쁨이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심장을 되찾기 위하여 / 마르크스의 문장> 중에서

 

먹고 사는 일에만 진심인 사람들에게 그가 던진 책에서 작가의 진심이 보인다.

우리의 모든 시간과 장소와 언어의 힘을 필사적으로 끌어모아, 서로를 돌보고 보살피자고 이야기한다. 문학이 필요한 시간이라고. 자신의 상처와 아픔도 고백하는 작가는 슬픔에 빠진 우리의 손을 꼭 붙잡아준다.

이소라의 음악을 포함해서 서른 편의 문학작품을 통해 삶의 감옥에 갇힌 우리에게 해방의 손길을 내민다. 서로에게 감정을 나누면서 삶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더 커다란 나, 더 깊고 복잡한 나, 마침내 를 뛰어넘어 또 다른 타인들과 접속하는 새로운 나를 만들어갈 무한한 가능성을 함께 이야기한다.

 

인간의 마음은 너무 복잡해서 상처가 많이 나아졌다 싶으면 어느새 또 재발하고, 엉뚱한 곳에서 또 재발하고, 엉뚱한 곳에서 트라우마가 다시 엄습하여 간신히 다잡은 마음이 단 한 번의 충격에 흐트러지기도 한다. 나는 문학작품을 읽고 낭독하고 해석하는 작업을 20년간 해오면서 인간은 매일 적극적인 치유가 필요한 존재임을 깨달았다. 매일 한 페이지만이라도 읽고 낭독한다면 우리 삶은 분명 나아질 것이다. 집요하게 속닥이는 소리, 포기하지 않고 우리를 향해 속삭이는 소리, 우리에게 단 한 번 주어질 뿐인 삶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소리, 지겹고 지루한 일상 속에 낭독이라는 이름의 축제가 감추어져 있음을 속삭이는 소리. 그 낭독의 소리 덕분에 나는 매일 치유되고, 매일 굳세게 다시 일어서고, 매일 힘겨운 오늘을 버텨낼 힘을 얻는다. 언어의 기원은 문자가 아니라 이었으니. 우리는 말을 통해 위로받고 말을 통해 서로를 향한 사랑에 빠지는 본성을 영원히 버리지 못할 것이니. -<삶을 바꾸는 낭독의 기쁨 / 아홉번째 파도> 중에서

 

이 책은 서른 권의 책을 소개하는 문학 서적이 아니다. 서른 편이라는 숫자에 너무 기죽을 필요는 없다. 한편 한편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문학의 위로와 힘을 경험하며 나와 우리의 생활을 다독이기만 하면 된다. 우리의 마음이 무너질 때 호흡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서 정돈하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다. 정여울 작가의 문학 이야기로 우리의 호흡을 바라보고 마음과 정신을 차리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다 보면 이야기의 힘으로 문학의 힘으로 우리의 생활에 힘을 얻게 된다. 그 힘으로 나의 하루를 우리의 하루를 채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문학이필요한시간 #정여울 #한겨레출판 #정여울산문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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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품 이야기 - 재난 수습 전문가가 목격한 삶의 마지막 기록
로버트 젠슨 지음, 김성훈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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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4 유류품 이야기 (로버트 젠슨 지음/한빛비즈)

재난 수습 전문가가 목격한 삶의 마지막 기록

우리가 뉴스로 접한 참사 사고만 해도 무수히 많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참사,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 세월호 침몰사고 그리고 10·29 참사까지.

우리의 가슴을 후벼파는 희생자의 사연들이 무수하다. 전 국민이 트라우마에 걸릴 정도의 참사가 왜 그렇게 자꾸 발생하는지,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고 있으니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먼저 이루어져 할 일은 바로 남은 사람들에게 위로하는 일이다.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희생자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이다.

세월호 사고 당시 희생자가 수습되어 팽목항으로 들어오면 실종자의 가족들이 그렇게 부러워했다고 한다. 가족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빠진 실종자 가족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애통해했던 장면이 또렷이 기억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재난 수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나는 대량 사망 사고에 대한 대응을 정삼각형의 형태를 유지하며 일하는 것이라 비유한다. 그리고 나는 이런 상황에서 모든 각도가 같은 완벽한 정삼각형을 유지해야 한다. , 항상 염두에 두면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각도는 죽은 자다. 이들도 품위와 존엄, 정체성을 지킬 권리가 있다. 두 번째 각도는 산 자다. 사고의 생존자, 유족, 그리고 학생을 잃은 학교나 많은 거주민을 잃은 마을 같은 공동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세 번째 각도는 사고 조사다. 범죄의 경우 생존자와 유족은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기를 원한다. 사고의 경우 똑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막기 위한 변화가 이루어질지 알고 싶어 한다. 때로는 이 세 가지의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하는 바람에 균형을 이루기 어렵다. -<10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법> 중에서

 

저자는 사람의 유해를 찾아내 본국으로 송환하고, 그 사람의 소유물을 가족에게 돌려주고, 정부와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돕는 활동을 이끌어왔다. 그의 활동은 산 사람을 돕는 것이다. 저자의 활동이 희생자의 가족과 친구들의 슬픔과 고통을 끝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회복 과정을 감당할 수 있게 돕고, 그들이 과거의 일상을 내려놓고 새롭게 찾아온 일상으로 전환하는 최고의 기회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대량 사망 사고에서 저자가 하는 일의 이면에는 유족지원센터에서 죽은 자의 가족을 대하는 일, 그들과 함께 사망자의 시신을 확인하는 일, 그들의 소유물과 유해를 돌려주는 일 등도 포함되어 있다. 비행기 실종 혹은 추락, 폭탄 폭발, 자연재해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일 먼저 진행되어야 할 일로 저자는 콜센터나 데이터센터를 열어서 사망자의 유족이나 친구로부터 전화나 이메일로 요구사항을 접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얼마 전 벌어진 10·29 참사에서 사고를 수습하는 정부의 역할에서 가장 아쉽고 화가 나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었다. 돌아가신 분의 존엄을 지켜주지 못했고, 살아남은 가족과 친구들을 제대로 위로하지 못했다.

 

대량 사망 사고는 참 힘들다. 초기 공지가 이루어지고 완전한 신원확인이 이루어질 때까지의 기간이 몇 달, 때로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하고, 아예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이 기간 동안에는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고 시신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사랑하는 가족의 벽장을 정리하는 등 개인적인 행동을 하기를 망설이게 된다. 만약 당국이 틀려서 사랑하는 가족이 되돌아온다면, 벽장을 정리해놓은 것을 보고 내가 자기를 포기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일반적인 죽음의 경우 시스템에서 장례식 준비, 서류 처리 같은 결정을 강요한다. 이런 일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과거의 정상에서 새로운 정상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일부이고, 상실의 현실을 직면하게 만드는 능동적인 단계다. 대량 사망 사고의 경우에는 정반대일 때가 많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망했다는 말을 들어도 그 정보를 바탕으로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없고, 상실에 대한 대응을 시작할 수도 없다. 어떤 지원도 없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이 일을 헤쳐 나갈지 이해하지도 못한 채 이런 상황에 갇혀 있으면 정말 끔찍하다. -<7 오래된 정상에서 새로운 정상으로> 중에서

 

미 육군 장교를 역임하고 세계 최고의 재난수습기업인 캐니언 인터내셔널의 회장인 저자가 활동했던 현장은 전 세계를 뒤덮는다. 20019·11 테러, 허리케인 카트리나, 2004년 남아시아 쓰나미, 225천 명이 사망한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보스니아와 이라크 대학살, 1995년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 2018년 영국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 참사, 수많은 항공기 추락사고 등등

 

유류품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유류품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그 사람과 자신을 묶어주는 실체를 가진 존재다. 사랑하는 사람의 시신이 여전히 행방불명이거나 신원확인이 안 되고 있거나, 수습은 되었지만 자기가 알던 사람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시신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외신뉴스를 통해 알려진 전 세계의 재난과 사고 현상에 출동하여 희생자의 시신과 유류품을 수습했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참혹한 현장에서 한 점의 유류품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 고생하는 모습에서 희생당하신 분들을 제대로 모시고 수습하는 것이 살아남은 가족에 대한 가장 큰 위로이자 배려임을 알게 되었다.

 

죽은 자를 대하는 태도에는 산 자를 대하는 태도가 반영되어 있다. 죽은 자와 그들의 물건을 매립지에 파묻는 쓰레기처럼 취급한다면 죽음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운명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사회란 결국 공동체, 유족, 혈통 등 우리가 인간으로서 서 있는 자리의 문제다. 어깨를 으쓱하며 우리를 독수리에게 뜯겨 먹히도록 놔두어도 상관없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고 말해버리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기능하는 데 중요한 무언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21 나의 기록>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유류품이야기 #로버트젠슨 #한빛비즈 #재난수습전문가 #케니언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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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나라 경제툰 - 만화로 배우는 돈의 원리 한빛비즈 교양툰 21
무선혜드셋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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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 개미나라 경제툰(무선혜드셋 글·그림/한빛비즈)

만화로 배우는 돈의 원리

이 책 출판사의 광고 카피가 이보다 쉽고 재미있는 경제만화는 없다!’

책을 다 읽고 난 감상은 바로 광고대로다!’

대학에서 한 학기 배운 경제학원론의 내용이 만화책 한 권에 다 들어있다니 놀랍다.

이 책의 부제로 돈의 원리라 적고는 있지만 경제학의 개념이 모두 담겨있다.

만화라고 모두다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읽었던 #한빛비즈교양툰 시리즈처럼 이번 책도 재미있었다. 개미왕국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스펙터클한 경제세계다.

 

작가는 주식이나 코인을 안 하는 사람이 바보가 아니라 경제지식을 모르는 사람이 바보란 걸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많은 돈을 원하지만 돈을 굴리는 경제의 원리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연습장 한번 안 나가보고 골프채 들고 필드에 나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큰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을 이루려면 코인계좌나 주식계좌부터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경제 원리부터 공부해야 한다. 그 가장 효율적이고 쉬운 방법이 바로 #개미나라경제툰 이다.

 

작가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골드러시, 모두가 금광을 목표로 달려갈 때 실제로 돈을 번 사람은 금을 캔 사람이 아니라 광산에 들어가는 그들에게 청바지를 판 제이콥 데이비스였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즉 돈만 쫓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버는 원리를 배워야 한다.

 

서로 다른 물건을 둘 사이 중간 지점에서 흥정을 통해 거래하기 시작하면서 원시적인 시장이 탄생했고, 문명이 발달하며 이런 시장은 점점 더 커지고 또 많아졌다.

화폐 자체는 실제 가치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화폐를 소유하려 하는 이유는 이걸 물건과 바꿀 수 있으리란 믿음때문이다.

경제가 순환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호황은 불황의 이유가 되고, 불황은 호황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호히려 계속되는 호황, 계속되는 불황이 더 위험하다.

정부의 역할은 경제에 가해지는 외부 충격으로 순환이 깨어지는 걸 막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이나 자연재해가 여기에 해당한다.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악순환에 빠진 경제는 스스로 거기서 빠져나오기 힘들어진다.

미국 회사의 역사는 대단했다. 극한으로 경쟁할 때는 끝도 없이 가격을 내려 한쪽이 죽어야 끝나는 치킨게임을 했다. 경쟁에 지쳐 카르텔이나 트러스트를 형성할 때는 끝도 없이 문어발을 뻗는 바람에, 자동차부터 칫솔까지 한 트러스트가 모두 장악하기도 했다.

국가에서 반트러스트법을 제정해도 소용없었다. 회사를 상대로 한 파워 싸움에서 밀린 것이다. 끝내 반독점법까지 만들며 트러스트나 초거대기업도 찢어놓았지만, 아직도 여러 대기업이 존재하는 걸 보면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개미나라 경제툰내용 중에서

 

두꺼운 경제학 원론의 내용을 한 권의 만화에 30챕터로 나누어 짧은 호흡으로 실었다.

돈이 만들어지고, 시장을 통한 교환이 일어나고, 은행이 세워지고 역할을 하고, 경제의 순환과 인플레이션을 설명하고, 회사와 주식이 소개되고, 무역이 발생하고, 스태그플레이션을 설명하고, 거품이 발생하고 거품이 퍼지게 되고, 주식과 선물과 옵션을 설명하고, 정부가 거두는 세금을 이야기하고, 경제 호황기와 대공황 이야기 마지막으로 사회주의 이야기까지 소개된다.

 

우리나라 물건을 외국에 많이 팔아서 무조건 흑자를 내면 좋을까? 마냥 그렇지는 않다. 흑자를 계속 본다는 것은 외화가 많이 유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국내에 도는 돈이 많아지고, 인플레이션이 유발된다. 우리가 무역 흑자를 본다면 상대국은 무역 적자라는 얘기다. 그 나라 입장에서 반감을 느낄 수도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수입과 수출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경제에서 말하는 선물은 생일날 주고받는 그런 게 아니다. 한자로는 先物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Future’라고 부른다. 지금은 없는 물건을 나중에 거래하기로 하는 약속이니 적당히 좋은 이름이다. 선물이나 옵션이 무서운 점은 내가 이득을 보면 반대편의 누군가는 반드시 손해를 본다는 거다. 만화에서도 소개했다시피 제로섬게임인데, 혹자는 원수에게 파생상품을 추천하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리학의 천재로 불리는 뉴턴은 주식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다. 뉴턴은 거짓 믿음을 바탕으로 주가가 엄청나게 올랐다가 폭락한 남해 버블사태로 인해 많은 돈을 잃었다. 목적은 분명치 않고, 부실하면서도 과대평가를 받은 회사, 거기에 몰리는 투자자들붕괴하기에 딱 좋은 버블이었다. 웃기는 건 뉴턴이 중간에 이미 이득을 보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한번 더 들어갔다가 지옥을 맛보고 말았다고 한다. -개미나라 경제툰내용 중에서

 

병맛 풍부한 카툰으로, 어렵게만 생각하던 경제학을 유쾌하게 설명한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우리의 기본적 필요와 만족을 채우기 위한 경제 원리를 가장 쉽게 이해하는 유익한 시간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개미나라경제툰 #무선혜드셋 #한빛비즈 #한빛비즈교양툰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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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인간다움에게
박정은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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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5 상처받은 인간다움에게(박정은 지음/한빛비즈)

너와 나 그리고 우리를 위한 인문학

신이 온 우주와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사회를 만들었다. 언어와 문명을 만들었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만들어졌다. 역사의 시간은 항상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였고,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 희망을 꿈꾸었고, 탐욕스럽고 잔인한 통치에 좌절하기도 했다.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면서 품었던 희망은 이십여 년이 지나면서 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과학기술과 결합한 정보통신 기술이 이루어낸 4차산업혁명의 시대는 공유와 연대의 세상을 꿈꾸게 하였다. 그러나 사회적 자본과 가치는 양극화되었고 지구는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

 

인간은 지구라는 세계의 왕관을 제 손으로 머리에 올렸지만, 이제 그 왕관을 견디는 시험에 들고 있다. 이 시험에서 인간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지혜로운 사람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새 교훈을 얻을 것이고, 티끌 같은 이익에만 눈먼 사람은 점점 빨라지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탐욕으로 함께 죽음의 골짜기로 떨어질 것이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미국 홀리네임즈대학 영성학 교수이자 수녀인 저자는 이 죽음과 혼돈의 시대에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질문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성은 무엇인지, 인간의 행복은 무엇인지.

먹고살기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현대인에게 낯설지만 진정성 있는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이다.

 

지금의 나는 일상을 비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시인이라고 부른다. 사회적 시인은 일상에서 고통받는 다른 인간에게 인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서, 언어의 연금술사가 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인간이 인간에게 예의를 갖출 줄 알고, 나의 일상을 충만하게 느끼고 지구의 모든 이들이, 서로 느끼는 결은 다르더라도, 저마다의 충만한 일상을 살아가기를 바라고 소망해야 한다. 우리는 비범한 일상에서 사람 냄새 나는 시를 노래해야 한다. 조금은 낮은 마음으로. -<2장 일상 속의 비범> 중에서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민낯을 소개하는 글을 읽으며 미국도 별거 아니네.’가 아니라, ‘우리는 어떤가?’를 생각한다. 뉴스에 등장하는 총기 사건을 보며 우리나라는 총기 자유화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보다는 우리 사회의 혐오와 모멸감을 주는 갑질의 문화를 생각한다.

저자가 사는 동네에 자주 보인다는 노숙자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나라는 노숙자가 별로 없다는 생각보다 자본주의의 비인격성을 생각해본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죽음의 적나라함과 불쾌함은 인간이 생명과 생의 의미에 집착하게 한다. 죽음 앞에서 비로소 우리는 본질적인 것과 사소한 것을 알게 된다. 코로나로 어느새 죽음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와, 우리 마음에는 땅거미가 지고 이내 얼굴에는 수심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럼에도 생을 이야기하기 위해 우리는 죽음을 마주해야 한다. -<5장 메멘토 모리> 중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줌으로 수업을 운영했다. 기술의 발달로 원격수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줌을 통해 정보의 바다를 유영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그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이 과학기술은 연대와 공동 작업에 도움을 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니까.

우리가 줌을 통해 보는 것은 나의 고유한 방식이나 프레임이라는 것, 그래서 다른 사람은 또 그 사람 나름의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상황을 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사는 곳은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는지, 지금 내 주변에서 마음이 아픈 사람은 누구인지, 내가 손 내밀어야 할 사람은 누구인지 살펴보는 마음씨가 더 중요하다. 세상은 진화하고 기술은 발전하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아니 나의 마음도 점점 넓게 열리고 있을까? 누군가의 아픔을 외면하기에 우리는 이제 너무 서로 가깝게 살고 있다.

오늘도 샌프란시스코에 새로 지은 멋진 빌딩 앞에 누워버린 이름 모를 누군가를 지나치면서, 한국의 대도시 어느 구석 옥탑방이나 고시원 단칸방에서 저마다 투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민족이나 국적을 떠나 이 지구촌의, 나의 이웃임을 생각한다. -<10장 이주, 난민, 디아스포라> 중에서

 

세계화 글로벌 시대에 들이닥친 코로나는 자본주의라는 고속열차를 타고 지나치느라 해결하지 못하고 못 본 척했던 문제들을 들여다보게 한다. 우리 앞에는 제한된 자원, 분배되지 않은 경제구조, 무한경쟁이 낳은 인간성의 피폐, 기술력의 발전만큼이나 소외된 사람들이라는 거대하고, 공통적인 문제가 가득하다.

속도만 높이다가는 해결하지 못한 문제만 쌓아나갈 뿐이다. 이제 잠시 정리하고 돌아볼 때다. 인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삶의 소소한 경험을 표현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웃,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다. 인간은 나와 너가 함께 할 때 존재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편안하고 효율적인 것, 그리고 빠른 것만을 찾을 때, 손에는 껍데기만 남을지도 모른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매일 매일 경쟁하면서, 누군가를 딛고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의 인생에는 무엇이 남을까. 조금 더디더라도 나를 따라오는 사람이 있고 그 동행을 기다려주는 여유가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게 외롭고 또 쓸쓸한 곳은 아니지 않을까?

우리가 사는 동네를 한 바퀴만 돌아보아도 우리는 금방 알게 된다. 어느 담장 돌 틈새로 피어난 이름 없는 풀꽃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자아낸다는 사실을 말이다. 매일 출군하는 길가에 심어진 길가에 심어진 가로수에 무심하게 인사를 건네는 정도만 되어도 알 수 있다. 우리 마음에 길이 하나 난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사는 동네에, 아파트 앞 한구석에서 푸성귀를 팔고 있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건네기만 해도, 우리는 인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것과 우리의 삶은 한층 따사롭다는 진실을 알 수 있다. -<맺는말>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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